영화 <보이스>를 연출한 김곡(우측) 김선(좌측) 감독.

영화 <보이스>를 연출한 김곡(우측) 김선(좌측) 감독. ⓒ CJ ENM

 
곡할 곡, 죽을 사를 뜻하는 단어인 곡사를 끌어와 '곡사 형제'로 불리는 김곡, 김선 감독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바라보는 문제적 작품을 내놓곤 했다. 여러 독립영화와 실험영화를 비롯해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라는 공포 장르로 상업영화에서도 나름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온 이들이 신작 <보이스>를 발표했고, 영화는 지난 15일 개봉해 1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28일 온라인 비대면 인터뷰 자리에서 김선 감독을 만났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재로, 한 퇴직 형사가 여러 조력자들과 함께 피싱 조직을 일망타진한다는 이야긴데 그 현실감이 남다르다. 전화 번호 바꿔치기, 통화 가로채기 같은 전문 기술부터 점조직 관리 방법을 구체적을 묘사하며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선 감독은 "본격적으로 보이스피싱을 파헤치며 적진으로 들어가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을 해부하다

"방송, 기사 등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고, 얼추 초고가 나왔을 때 금융감독원과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그리고 여러 기술자들을 만났다. 그분들의 얘기를 듣고 정교하게 반영하려 했다.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질문도 많이 했고, 실제로 화이트 해커분을 만나 우리 전화기에 악성 어플을 깔기도 했다.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해커에게 연결되더라. 1년에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6천억 원이라는 통계를 듣기만 하다가 직접 눈으로 그 어플의 위용을 보며 깜짝 놀랐다.

단순히 보이스피싱을 작은 사건으로 활용하던 다른 영화들과 달리 해부도를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다. 바라건대 피해자분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했다. 영화에 '여러분들 잘못이 아니다. 그들이 악랄한 거다'라는 대사를 넣은 것도 그런 의도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범죄에 노출돼 있었다. 우리 영화에 악당을 출연한 배우도 당했었고, 친척 중에서도 당한 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피해를 당하면 대부분 자책하기 마련인데, 막상 표적이 되면 속지 않기 어렵더라."

 
 <보이스>의 한 장면

<보이스>의 한 장면 ⓒ CJ E&M

 
기술의 발전에 따라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수법을 두 감독 또한 깊게 파헤치려 했다. 사건을 속도감 있고 설득력 있게 전개하기 위해 전직 경찰 서준(변요한)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뼛속깊이 악랄한 곽프로(김무열)를 상대편에 두었다. 김선 감독은 "곽프로는 보이스피싱 자체를 의인화 한 캐릭터"라며 배우들과 함께 세밀하게 준비해 간 사연을 전했다.

"스마트폰이나 여러 정보 기기를 쓰는 이상 완전 방지는 어렵겠지만 보이스피싱은 지금보다 훨씬 경각심을 갖고 쫓아야 할 범죄다. 배우들과 대사 한 마디나 작은 동선도 상의하며 했다. 서준의 움직임을 현직 형사인 이기호 팀장(변희원)이 추적하는 구조인데 일종의 보이스피싱 조직 해부도를 보이자는 생각이었다. 실제 형사분들 얘길 들으니 총책은 주로 한국 사람이 맡고, 콜센터 직원 또한 과거와 달리 조선족이 아닌 한국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한다더라. 인력 관리자들 중 조선족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배우들도 조선족 말투를 배우면서 연기해야 했다.

특히 콜센터 장면은 악마들이 서식하는 지옥의 현장을 담고 싶었다. 실제 범죄자 인터뷰를 들어 보면 일말의 죄책감도 없더라. 전화로 돈을 뜯어내는 비대면 범죄라 더 날뛰면서 악마처럼 행동하더라.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다시 전화해서 조롱하며 비아냥거리는 경우도 있더라. 아주 악랄한 집단이다."

 
 영화 <보이스>를 연출한 김곡 김선 감독.

영화 <보이스> 촬영 현장. ⓒ CJ ENM

 
김선 감독은 영화에 헌신한 배우들의 노고를 새삼 강조하기도 했다. 대역을 거의 쓰지 않고 강한 액션을 소화한 변요한 배우는 물론이고, 작은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질문하던 김무열, 그리고 극중 서준을 조력자로 등장하는 깡칠 역의 이주영과 양아치 조재윤 등이 <보이스>를 수놓은 주역들이었다. 김선 감독은 "사실성이 중요했기에 액션 또한 허황되거나 만화처럼 보이길 원하지 않았다"며 "여러 배우들 덕에 고민들이 금방 사라지곤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자신의 소명을 잃지 않는다는 게 두 감독의 목표기도 하다. 김선 감독은 "아마 <보이스>야말로 가장 곡사스러운 영화가 아닌가 싶다"며 "언제나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사회악을 해부하는 데에 관심이 있었다. 앞으로도 그런 문제를 무겁게 보여주면서 장르적 쾌감 또한 추구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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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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