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리는 한국축구대표팀에게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시리아(10월 7일 홈)-이란(10월 12일 원정방)과의 2연전(3, 4차전)은 최대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앞선 홈 2연전에서 이라크-레바논을 상대로 1승1무에 그치며 다득점에 실패한 한국은 이번 2연전에서 최대한 승점을 만회해야한다. 시리아와의 홈경기에 이어 악명높은 중동 원정경기의 시작인데다, 조 선두인 이란은 지난 10년간 한국이 이겨보지못한 난적 중의 난적이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27일 10월 최종예선 2연전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페네르바체) 등 기존 정예멤버들이 대부분 다시 이름을 올렸다.

벤투 감독은 "매 경기 최고의 선수들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엔트리는 최대 23명이지만 벤투 감독은 총 27명을 선발했다. 대체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하며서 훈련이나 경기를 통하여 다양한 옵션을 대비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엔트리 구성을 뜯어보면 그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이번에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앞선다. 27인 명단에 수비수(10명)와 골키퍼(4명)만 과반수가 넘는데, 정작 공격수는 단 2명 황의조와 조규성 뿐이다. 앞서 이라크와의 레바논과의 2연전 명단과 동일하다.

황의조는 벤투호 부동의 주전 원톱, 조규성은 타깃맨 자원이라는 희소성이 있다. 하지만 황의조는 최근 런던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로 선발되었음에도 부진했고 A매치에서도 좀처럼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조규성은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

현재 대표팀의 최대 강점은 2선이다. 손흥민, 이동준, 송민규, 황희찬 등은 유사시 언제든지 최전방도 맡을 수 있는 자원들이다. 두터운 선수층 때문에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강인(마요르카)이 이번에도 대표팀에서 낙마했을 정도다.

문제는 이들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도 수행할 수 있다는 것'과 '최전방에 적합한 자원'인지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는 데 있다. 손흥민은 소속팀에서도 간간이 공격수를 맡았지만 원톱에서는 포스트플레이를 통하여 제공권이나 몸싸움 등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선수다. 다른 선수들은 벤투호에서는 최전방으로 활용된 경우가 드물다. 보수적인 경기운영을 고집하는 벤투 감독은 정작 멀티 플레이어들을 보유하고도 실전에서 이들을 활용한 과감한 전술적 변화를 준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상대팀에 대한 맞춤형 전략보다는 여전히 벤투 감독의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축구철학을 벗어나지못한 선발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리아는 한국을 상대로 강력한 밀집수비를 구사할 것이 유력하고, 이란은 아시아 최고수준의 조직력과 파워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특히 한국은 최근 몇 년간 이란과의 맞대결에서 상대의 거친 압박과 '피지컬'에 눌려 고전을 면치못했다.

그런데 이번 벤투호의 공격진을 보면 조규성을 제외하고 체격조건과 몸싸움에 강점이 있다고 할만한 선수들은 거의 없다. 시리아는 그렇다치더라도 악명 높은 테헤란 원정에서 이 멤버들도 이란의 수비를 뚫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이유다. 이번에도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빌드업과 점유율 축구'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K리그나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을 또다시 외면했다는 것도 눈에 띈다. 올시즌 14골을 터뜨리며 k리그 득점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주민규,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중인 전북의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가 대표적인 예다.

해외파 이강인이야 같은 포지션에 겹치는 경쟁자들이 많아서 그랬다고 해도, 현재 베스트멤버들의 활약상도 그리 좋지못한 상황에서 주민규와 홍정호가 대안으로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정도였는지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벤투 감독은 이 선수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선수선발의 불균형과 경직성은 곧 주전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이라크-레바논과의 홈 2연전에서 벤투호는 손흥민 등 해외파들의 체력적 부담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와 부상이 겹치며 최상의 전력을 가동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홈과 원정을 오가는 일정 때문에 유럽파들은 닷새 동안에 두 번의 시차 변경에 적응해야하는 부담이 더 커졌다.

벤투 감독이 2경기에서 최정예 멤버들을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선수 자원에서도 대체자가 없는 만큼 로테이션을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만일 이번에도 손흥민-황의조-황희찬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또 부상자가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대표팀은 심각한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벤투 감독에게 이번 2연전은 단두대 매치나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은 지난 4년간 한국 축구 대표팀 최장수 사령탑으로서 전폭적인 지원과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으면서도 기대에 못미치는 경기력과 팀운영으로 물음표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에도 벤투 감독은 전문가들의 충고와 우려를 무시하고 마이 웨이에 가까운 선택을 고수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빌드업 축구에 대한 의문이나 선수 선발 문제 등 난처한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축구협회는 이러한 벤투 감독을 제대로 통제하거나 견제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듯한 모습이다.

벤투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승점 6점을 목표로 한다"고 호언장담했다. 이제는 더 이상 변명 없이 무조건 성과와 내용으로 증명해야 할 타이밍이다. 그리고 만일 이번에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벤투 감독과 한국축구에게는 어쩌면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큰 담보를 건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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