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화 이글스 덕아웃 분위기는 예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졌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비롯해 외국인 코칭스태프가 대거 합류했고, 1군 경기 출전 기회를 받는 젊은 선수들의 얼굴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록 당장 성적이 나진 않더라도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을 가져갔다. 올 시즌 역시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으나 현재 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늘 좋은 쪽으로 현재의 모습이 비춰지진 않는다. 시즌 초반부터 이따금씩 상대 덕아웃과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경기 도중에 심판에게 항의를 한 이후 이에 대해 상대 덕아웃에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수베로 감독이지만, 일부 팀들과의 경기에서 상대의 불만 표출을 피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수베로 감독이지만, 일부 팀들과의 경기에서 상대의 불만 표출을 피할 수 없었다. ⓒ 한화 이글스

 
'세트포지션 시 소리 발생' 최원준과 신경전 벌인 한화 덕아웃

지난 26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4회초가 진행되던 도중에 두산 선발 최원준이 마운드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후 두산 덕아웃에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투수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 상황에서 한화 덕아웃에서 큰 소리가 난 것이었다.

결국 4회초가 끝난 이후 이날 주심이었던 김태완 심판위원이 한화 벤치로 가서 이야기를 들었고, 한화 쪽에서는 그저 파이팅을 불어 넣었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인 훔치기를 비롯해 최원준을 흔들려고 했던 행동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두산 강석천 수석코치는 "베네수엘라 가서 야구 하라고 그래"라고 수베로 감독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고, 일부 팬들이 해당 발언을 놓고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됐다.

이미 이날 경기 전 강석천 수석코치가 수베로 감독을 만나서 투수의 세트포지션 때 소리를 내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이야기를 전했고, 당시 수베로 감독이 "베네수엘라 같은 곳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익숙하다"고 말하면서 강 코치의 입장을 받아들였지만 경기 중에 또 같은 일이 반복되자 강 코치가 화를 참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 이후 강 코치가 해당 발언에 미안함을 나타내면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온라인상에서는 치열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이미 이전에도 한화에 대해 상대가 불만을 나타낸 적이 있었다

사실 한화 덕아웃이 상대 투수와 날 선 신경전을 벌인 것은 이달 들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7일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NC 선발 루친스키가 팀이 크게 앞서고 있던 가운데 비디오 판독을 원했던 장면을 놓고 한화 워싱턴 타격코치가 불만을 표현했다. 이른바 야구의 '불문율'이 문제가 됐다. 곧바로 루친스키와 워싱턴 코치의 설전이 이어졌고, NC 벤치에서 포수와 통역 등이 마운드를 방문하고 나서야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

점수 차를 고려한 두 경기의 분위기와 신경전이 벌어진 계기는 완전히 달랐지만, 선수들의 플레이 외적인 부분에서 상대의 흐름을 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결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신경전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거나 가치관의 차이로 발생한 일이라고 포장하기 어렵다.

리그에서 활동 중인 또 한 명의 외국인 감독인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도 한화 덕아웃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 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KIA-한화전서 9회말 선두타자 정은원의 타석 때 볼 판정을 놓고 1분 이상 항의를 했는데, 경기 이후 윌리엄스 감독이 이 장면에 대해 심판진에게 다가가 수베로 감독이 길게 어필한 장면을 직접 항의했다.

두산전, NC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경기 이후에 이루어진 항의였다는 점이다. 수베로 감독의 항의 이후에 곧바로 뛰쳐나와 심판진에게 이야기를 건넬 수도 있었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상황이 다 정리되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쪽을 선택했다.
 
 팀에 활력을 불어 넣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지켜야 할 선은 있다.

팀에 활력을 불어 넣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지켜야 할 선은 있다. ⓒ 한화 이글스

 
감독이라면 팀 승리가 우선이지만... 리그에 대한 존중도 필요

KBO 공식야구규칙을 살펴보면, 수베로 감독을 포함해 한화 덕아웃이 조심해야 할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 우선 6.04 '경기 중 금지사항' (a)항에는 '감독, 선수, 후보선수, 코치, 트레이너 및 배트보이는 어느 때이거나 벤치, 코치석, 그 밖에 경기장 안의 어떤 장소에서도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중 '(3)볼 인 플레이 중에 "타임"이라고 외치거나 기타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명백히 투수의 보크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세트포지션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투수의 정상적인 투구를 방해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e)항에는 '벤치에 있는 자가 심판원의 판정에 대하여 지나친 불만을 표시하였을 때 심판원은 일차적으로 경고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위가 계속될 때는 다음과 같은 조치(위반자에게 벤치로부터 클럽하우스로 갈 것을 명한다)를 취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심판의 판단에 따라서 퇴장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 지역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유관중 경기가 불가능하고, 장내 분위기가 더 조용해진 만큼 그라운드에 있는 모두가 상대 덕아웃의 미세한 소리와 움직임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선수단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혹은 상대에게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무관중이라는 특수성도 한화 덕아웃이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한 팀을 이끄는 사령탑이라면 당연히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선수단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그러나 외국인 감독도 엄연한 리그의 한 구성원으로서 KBO리그와 KBO리그의 구성원을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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