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주근깨 공주> 포스터

<용과 주근깨 공주> 포스터 ⓒ 와이드 릴리즈(주)

 
호소다 마모루는 신카이 마코토와 함께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잇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지브리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에 오르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호소다 마모루가 보여준 세계관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이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클래식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가져왔다.  

작품은 '메타버스'를 핵심 소재로 활용한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스즈는 어린 시절 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소극적인 성격이 되어버린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남들 앞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그녀는 가상세계 'U'에 대해 알게 된다(U는 보디셰어링 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 속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이곳에서 스즈는 자신의 이름을 영어(스즈는 일본어로 종이란 의미를 지닌다)로 바꿔 '벨'이란 캐릭터로 활동한다.  

검은 머리에 교복을 입은 주근깨 소녀 스즈는 U의 세계에서 화려한 의상에 핑크머리를 한 가수 벨이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스타가 된 벨은 용과 만나게 된다. 용은 가상세계에서 격투를 벌이며 미움을 사고 있는 캐릭터.

벨은 용에게 깊은 상처가 있음을 직감하고 그에게 관심을 보인다. 온몸이 멍투성이인 용은 그 상처를 벨에게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이에 스즈는 현실에서 용이 누구인지 찾고자 한다.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컷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컷 ⓒ 와이드 릴리즈(주)

 
스즈의 가상 캐릭터인 벨은 '미녀와 야수' 주인공의 이름과 같다. 용은 해당 작품에서 야수의 위치에 있다. 정체를 가리고 있다는 점 역시 일맥상통한다. 벨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을 통해 뮤지컬적인 요소 역시 강화한다. 장미꽃이 용(야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상징으로 작용한다는 점, 용을 잡으려는 반동인물이 등장한다는 점, 스즈에게 아버지만 있다는 점 등이 '미녀와 야수'의 요소를 차용했음을 보여준다.  

이 '미녀와 야수'를 바탕으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그가 여태까지 선보였던 모든 작품의 세계관의 총집합이라 할 수 있는 'U'의 세계를 창조한다. 호소다 마모루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주목받게 된 작품은 '디지몬 어드벤처'다. 이 작품은 디지털 세계인 '디지몬 월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 세계에 들어간 아이들은 디지몬이란 가상의 디지털 몬스터를 마치 자신의 캐릭터처럼 활용해 배틀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각자가 지닌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성장한다.   

이 '디지몬 어드벤처'의 극장판 <우리들의 워 게임!>의 리메이크라 할 수 있는 <썸머 워즈>는 본격적인 메타버스를 선보였던 작품이다. 최근 메타버스가 유행하며 호소다 마모루도 그 버스에 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메타버스를 가장 먼저 조종하고 있었던 운전수에 가깝다. 그에게 메타버스와 가상세계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성장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이를 충실히 해내는 힘을 보여준다.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컷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컷 ⓒ 와이드 릴리즈(주)

 
그 힘은 앞서 언급한 '미녀와 야수'에 <썸머 워즈>의 요소를 더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이 두 작품은 표현의 영역을 책임진다. 가상 세계가 '미녀와 야수'에 <썸머 워즈>의 메타버스를 보여준다면, 현실 세계는 <썸머 워즈>의 현실 세계였던 소동극에 가깝다.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스즈와 어린 시절 친구 시노부를 비롯해 스즈를 U의 세계로 이끄는 단짝 히로, 마을 친구들과 어른들의 이야기를 서정적인 색감으로 담아낸다. 이는 화려하고 웅장한 U의 세계와 대비되는 질감으로 매력을 선보인다.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늑대 아이>, <괴물의 아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늑대 아이>에서 늑대와 인간 사이의 수인으로 태어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들처럼 스즈는 엄마의 죽음에 대한 상처 때문에 스스로가 만든 알에 갇혀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다.

두 작품 다 시골이 배경이란 점에서 비슷한 정서를 보여준다. 특히 남겨진 부모의 한쪽(<늑대 아이>에서는 어머니가 <용과 주근깨 공주>에서는 아버지가)이 이런 자식의 정체성 문제에서 충돌을 겪기보다는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기를 기다려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점이 같다.   

스즈나 U의 세계 속 용과 같이 내면의 상처를 현실에서 극복하지 못해 다른 세계를 향한다는 점은 <괴물의 아이>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큐타는 부모를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상처를 받던 중 우연히 괴물의 세계로 들어가 그곳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따뜻한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스즈 역시 U의 세계에서 벨이 되면서, 용은 자신을 구원해줄 사람을 U의 세계에서 만나게 되면서 현실극복의 의지를 다른 차원에서 찾게 된다.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컷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컷 ⓒ 와이드 릴리즈(주)

 
다만 기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과의 차이라면 조력자 또는 구원의 대상이 아이가 된다는 점이다. 이는 어른들이(<늑대 아이>의 엄마나 <괴물의 아이>의 쿠마테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헌신을 보여줬던 전작들과 달리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 또는 서로의 구원이 되는 모양새다. 이는 <날씨의 아이> 등 최근 일본 영화계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맥상통한다. 현 세대에게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에 미래세대가 스스로의 길을 열어가는 모습이다.

동시에 이런 선택은 호소다 마모루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디지몬 어드벤처'의 원류에 기저를 둔다. 아이들은 디지몬과의 동행을 통해 스스로가 지닌 트라우마를 깨부순다. 스즈 역시 가상세계 속에서 정체성을 찾으면서 현실세계 속에서 자신을 가두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감동코드는 <늑대 아이>가 지닌 서정성을 본인의 장기인 액션에 담아냈던 <괴물의 아이>에 이어 <썸머 워즈>의 메타버스로 표현하며 세계관의 집합체를 이뤄낸다.  

일본의 싱어 송 라이터 나카무라 카호를 스즈/벨 역의 성우로 기용해 뮤지컬의 묘미를 높인 건 물론 제작비만 300억 원을 들여 구현해낸 U의 세계관 등 질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블로그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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