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발렌티나 셰브첸코(사진 왼쪽)와 도전자 로렌 머피

챔피언 발렌티나 셰브첸코(사진 왼쪽)와 도전자 로렌 머피 ⓒ UFC

 
UFC 여성부 최고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플라이급 챔피언 '총알' 발렌티나 셰브첸코(33·키르키스탄)가 6차 방어전에 나선다. 오는 2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서 있을 UFC 266 'Volkanovski vs Ortega'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랭킹 3위 '럭키(Lucky)' 로렌 머피(38·미국), 인빅타 FC 밴텀급 챔피언 출신으로 재작년부터 5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체급내 복병이다.

통산 전적 15승 4패의 머피는 적지 않은 나이의 노장이기는 하지만 외려 최근 들어 기량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과 관계자들은 '승패가 문제가 아닌 셰브첸코가 어떻게 이기느냐?'에 관심이 몰려있는 분위기다. 머피가 약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셰브첸코가 그간 보여준 기량이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셰브첸코의 강력함은 전적에서도 알 수 있다. 2003년 종합격투기 무대에 데뷔한 셰브첸코는 통산 21승 3패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중 2패는 UFC 여성부 사상 가장 강력한 괴물로 꼽히는 밴텀급‧페더급 2체급 동시 챔피언 아만다 누네스에게 당한 것이다. 사실상 윗체급 파이터인 누네스에게 2경기 모두 아쉽게 판정패했다. 누네스를 맞아 가장 잘 싸운 선수 중 한명이다.

UFC의 플라이급 신설과 함께 체급을 낮춘 후 셰브첸코는 그야말로 무적이 됐다. 단 한 차례 패배도 허용하지 않은 채 체급 내에서 절대자로 군림하고 있다. 요안나 옌드레이첵과의 타이틀전에서 챔피언에 등극했고 이후 제시카 아이, 리즈 카무치, 케이틀린 추카기언, 제니퍼 마이아, 제시카 안드라데 등을 줄줄이 잡아냈다. 단순한 연승 행진을 떠나 경기 내용에서도 압도적이었다. 이번 타이틀전을 앞두고도 별다른 이변이 예상되지 않는 이유다.

그녀는 키르키스탄 무에타이 협회장을 맡고 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언니 안토니나 셰브첸코와 함께 어렸을 때부터 파이터로 성장했다. 5살 때 태권도를 배운 것을 시작으로 12살 때는 킥복싱 대회에 출전해 자신보다 무려 10살이나 많은 22세 선수를 KO로 이겼다고 알려지고 있다. 킥복싱 전적도 화려하다. 61전 58승 2패 1무의 엄청난 성적에, 9차례 IFMA 챔피언과 2차례 월드 컴뱃 게임 금메달을 따내면서 입식격투가로도 레전드 평가를 받고 있다.

머피는 특유의 근성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쉬지 않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단단함이 돋보인다. 끊임없이 전진 스텝과 백스텝을 반복하며 스트레이트, 훅 등 펀치 공격으로 상대를 지치게 하고 데미지를 입힌다. 통산 4패가 판정 패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맷집도 단단한 편이다. 지더라도 라운드 막판까지 치열하게 버텨낸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점이다. 머피가 챔피언 타이틀전까지 올라오게 된 배경에는 근성, 체력, 맷집 등의 힘이 크다. 테크닉이 정교하다던가 공격옵션이 다양한 유형은 아니다. 반면 셰브첸코는 기술, 힘은 물론 옵션의 다양함까지 밸런스가 아주 잘 잡힌 파이터다. 21승을 넉아웃, 서브미션, 판정으로 사이좋게 각 7번씩 따낸 기록은 그야말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최강의 챔피언이다.

셰브첸코는 이른바 상대의 사각을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타격을 낸 후 상대가 반격하기 어려운 사각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유연하고 신속하다. 상대 입장에서는 셰브첸코가 순간적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일 정도다. 거기에 타격과 그래플링의 연계동작 역시 매우 좋아 좀처럼 반격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타입이다.

옌드레이첵처럼 빠르고 연타가 좋은 상대는 레슬링을 섞어 압박하고, 자신 못지 않은 완력을 가진 상대는 스탭을 적극적으로 살려 스탠딩에서의 인아웃 파이팅으로 흐름을 빼앗아가며 서서히 무너뜨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 본인은 상대의 파이팅 스타일에 맞춰서 경기를 풀어나가면서도, 상대에게는 공략 포인트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다.

물론 승부의 세계에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다. 아무리 머피가 객관적 전력에서 밀려 보여도 그녀 역시 어디까지나 연승 행진을 통해 타이틀전까지 올라온 강자다. 5연승 중 스플릿 판정승이 2번이나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팽팽한 접전 승부를 승리로 가져간 경험과 투지는 셰브첸코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체급에서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키르키스탄 격투 여제와 나이를 잊은 근성의 여전사의 대결은 어떤 결과로 마무리 될 것인지, 26일 있을 여성부 빅매치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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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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