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7회초 1사 1, 3루에서 4번 김재환의 적시타 때 3루주자 정수빈이 득점을 올리고 더그아웃 앞에서 동료의 환영을 받고 있다.

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7회초 1사 1, 3루에서 4번 김재환의 적시타 때 3루주자 정수빈이 득점을 올리고 더그아웃 앞에서 동료의 환영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이 KIA와의 광주 2연전을 모두 잡아내고 파죽의 7연승을 내달렸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4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터트리며 8-2로 승리했다. 지난 6일 이후 최근 17경기에서 13승 3무 1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산은  3위 LG트윈스와의 격차를 3경기로 유지하며 2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격차도 4경기로 좁혔다(56승5무51패).

두산은 선발 유희관이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실점 1자책으로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겼고 이영하와 김명신이 2이닝씩 던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타선에서는 4회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린 루키 안재석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박건우와 박계범, 그리고 이 선수가 나란히 3안타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8월까지의 부진에서 벗어나 9월 놀라운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잠실 아이돌' 정수빈이 그 주인공이다.

가을 되면 더욱 강해지는 정수빈의 가치

KBO리그에서는 시즌 초반에 유난히 강한 선수가 있는 반면에 무더위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되면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도 있다. 물론 감독 입장에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시즌 내내 꾸준히 잘하는 선수를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사이클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감독들은 이왕이면 시즌을 거듭할수록 성적이 점점 떨어지는 선수보다는 순위 싸움이 치열할 때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가을에 강한 대표적인 선수가 오는 10월 2일 은퇴식이 예정돼 있는 '가을정권' 박정권(SSG랜더스 2군 타격코치)이다.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서만 16년 동안 활약한 박정권은 포스트시즌만 되면 유난히 뛰어난 타격감을 과시했다. 특히 5경기에서 3홈런8타점을 폭발했던 2009년 플레이오프와 4경기에서 1홈런 6타점을 터트렸던 2010년 한국시리즈는 '미스터 옥토버'의 진가를 뽐낸 대표적인 시리즈였다.

가을에 강한 선수로는 현역 최고의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양의지는 최근 7년 동안 6번이나 포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독식했을 정도로 상대를 찾을 수 없는 최고의 포수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기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KBO리그 역대 유일의 2개 구단 한국시리즈 MVP 기록이다. 2016년 두산 소속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던 양의지는 작년 NC 소속으로 생애 2번째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산의 외야수 정수빈 역시 가을에서의 활약만 보면 어떤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통산 포스트시즌 71경기에 출전한 정수빈은 타율 .296 4홈런 27타점 43득점10도루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로 범위를 좁히면 28경기에서 타율 .333 3홈런 9타점 20득점 OPS(출루율+장타율) .914로 성적이 더욱 향상된다. 한국시리즈에서의 정수빈은 두산 타선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였다는 뜻이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손가락 부상을 극복하고 4경기에 출전한 정수빈은 타율 .571(14타수8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을 기록하며 두산 왕조의 시작을 알리는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정수빈은 작년 시즌에도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장타 3방과 함께 타율 .348(23타수 8안타)를 기록하며 김재호(타율 .421)와 함께 두산 타선을 이끌었다.

1할대 허덕이다 9월 맹타로 거짓말처럼 부활

 정수빈은 FA를 앞둔 작년 시즌 정규리그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298 5홈런 59타점 84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정수빈은 프로 12년 동안 3할 타율을 기록한 시즌이 한 번(2014년) 밖에 없었고 작년까지 프로 통산 홈런은 24개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도 아니었다. 게다가 두산은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등 핵심 선수들을 붙잡지 못할 정도로 살림이 썩 넉넉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수빈은 작년 12월 두산과 6년 총액 56억 원(계약금16억+연봉 6억+인센티브4억)이라는 좋은 조건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5일 먼저 두산과 4+3년 최대 78억 원에 계약한 동갑내기 허경민과 함께 두산의 2020년대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낙점 받은 것이다. 2009년부터 두산에서 활약한 정수빈은 2026년까지 두산과 함께 하기로 장기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질적인 '종신 두산맨'이 됐다.

하지만 두산 외야의 리더로 활약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정수빈의 올 시즌 활약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8월까지 51경기에 출전한 정수빈은 타율 .197 1홈런 16타점 15득점 6도루로 프로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잠실구장의 가장 넓은 범위를 책임지는 수비력은 여전했지만 1할 타자를 라인업에 포함시킬 정도로 두산의 타선은 여유롭지 못했다. 결국 정수빈은 8월 중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러나 9월 정수빈의 '가을DNA'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1군에 복귀한 정수빈은 9월에 열린 21경기에서 타율 .362(69타수 25안타) 10타점 12득점 5도루로 맹활약하며 두산의 1번타자 자리를 되찾았다. 정수빈은 24일 KIA전에서도 3안타 2타점 2득점을 몰아치며 두산의 7연승을 이끌었고 1할대에 허덕이던 시즌 타율을 어느덧 .258까지 끌어 올렸다.

정수빈이 올 시즌을 앞두고 6년 56억 원 규모의 FA 계약을 체결했을 때만 해도 '두산의 오버페이'라고 평가하는 야구 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은 매 시즌 중요한 시기, 특히 순위가 결정되는 순간마다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던 정수빈의 '경험'을 믿었다. 그리고 정수빈은 두산 팬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9월의 대폭발을 통해 두산의 상승세를 이끌며 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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