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징계도 그렇고, 두 번째 징계도 그랬다. 징계가 풀리는 시점에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은 바로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엔트리 합류 이후에는 팀 전력에 있어서 빠지면 위험할 수도 있는 중요 전력은 되었으나 그에게는 항상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안우진은 9월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던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5.2이닝 4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1실점(83구)으로 시즌 4승(7패)을 기록했던 만큼 이날 경기의 승리투수 안우진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안우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홍원기 감독도 안우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6연패를 탈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투수에 대한 축하나 격려의 말도 남기지 않았다. 경기 전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인이 잘 알 것이다"라는 말만 남겼을 뿐이다.

학교 폭력 이력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징계 받은 안우진
 
마운드 물러나는 안우진 2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NC-키움 경기. 키움 안우진이 6회초 2사 1,2루에서 김재웅에게 마운드를 물려준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마운드 물러나는 안우진 2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NC-키움 경기. 키움 안우진이 6회초 2사 1,2루에서 김재웅에게 마운드를 물려준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우진은 2018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서울을 연고로 한 3팀 중 히어로즈(당시 넥센)에 지명됐다. 그러나 지명 이후 휘문고등학교 후배에게 폭력을 행했다는 제보가 있었고, 이에 대한 조사가 있었다.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지만, 징계를 부과하는 과정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KBO리그 프로 팀에 지명되었지만, 졸업을 몇 달 앞둔 고등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휘문고와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결정을 미루면서 징계가 빨리 확정되지 못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는 안우진에게 3년의 자격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3년 이상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게 되면 국가대표 선발 자격도 영구 실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은 물론 2020 도쿄 올림픽도 출전하지 못했다. 상무 피닉스에서도 인성 문제로 인하여 안우진을 선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대한체육회 산하의 '아마추어' 스포츠 종목 협회이며, 프로 스포츠인 KBO리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아마추어' 시절에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KBO 상벌위원회에서는 안우진에게 별도로 징계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선수의 기용은 구단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히어로즈는 안우진에 대하여 구단 자체 징계로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 징계의 수위를 보면 여론에 이기지 못하여 마지못해 내린 징계로 보였다.

실제로 히어로즈는 2018 시즌 50경기를 치르자마자 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그리고 안우진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안우진의 구위 자체는 좋은 편이었고, 실력으로 보자면 전력에서 빼는 것은 팀에게 있어서 큰 손해이기는 했다.

지명 이후 학교폭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데뷔한 선수는 안우진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3년 뒤 김유성이 NC 다이노스에 1차 지명을 받자마자 논란이 발생했고, 히어로즈와 달리 NC는 소중한 1차 지명권을 포기하고 김유성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여 모범 선례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현희와 함께 숙소 무단 이탈... 벌써 2번째 징계

2021년 7월 KBO리그가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을 선언하며 전반기가 예정보다 한 주 일찍 종료됐다. 확진 선수가 다소 많았던 NC 다이노스에서 4명의 선수가 징계를 받으며 시즌을 마감했고, 이들의 접촉이 있기 전날 키움과 한화 이글스의 선수들도 숙소를 무단 이탈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한현희가 숙소에서 같은 방을 사용했던 안우진을 불러 함께 숙소를 이탈했기 때문에 두 선수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인한 징계를 받았다. 다만 한현희가 먼저 불렀고, 안우진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한현희의 숙소 복귀를 돕기 위해 따라갔다는 점이 반영되어 징계의 수위는 달랐다.

안우진에게 부과된 징계는 제재금 500만 원과 36경기 출장정지였다. 물론 안우진은 데뷔 전부터 구단 자체 징계를 이행한 뒤 데뷔했기 때문에 데뷔 시절부터 따라 다녔던 징계의 꼬리표가 하나 더 붙은 셈이다.

안우진, 한현희와 함께 키움의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도 가정 문제로 인해 이탈하면서 투수 3명의 공백이 한꺼번에 발생했다. 투수 자원이 급했던 키움은 베테랑 교타자 서건창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야 할 정도였다. 서건창을 LG 트윈스에 내주고 받아온 자원이 정찬헌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안우진은 키움이 후반기 36경기를 치르자마자 바로 엔트리에 복귀했다. 복귀 직후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안우진은 개인 통산 최다 기록인 한 경기 10탈삼진 경기를 만들며 승리투수가 됐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보다 승리가 급했던 팀 상황

안우진은 데뷔 전 구단의 자체 징계 기간에도 징계가 풀리자마자 바로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안우진은 장정석 전 감독(현 KBSN 해설위원)과 별도의 면담을 실시한 것 이외에는 추가 자숙시간은 없었다.

이때에도 히어로즈는 시즌 내내 선수들과 관련된 사건들도 있었고, 선수단 이외의 사건들까지 여러 가지로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그 와중에 데뷔 전부터 안 좋은 사건을 일으키고 팀에 들어온 안우진에 대한 시선이 좋을 리가 없었다. 히어로즈의 입장에서는 안 좋은 일로 전력을 이탈한 선수들이 많아 안우진을 바로 전력에 활용했다.

이번 여름에 징계를 이행한 뒤 복귀했을 때도 팀 상황이 비슷하다. 투수 3명이 한꺼번에 전력에서 빠지면서 간판타자 1명을 포기하고 트레이드에 활용했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고, 지금도 키움의 투수진은 외국인 선발투수의 공백으로 정상적인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순위 경쟁에 있어서도 급박하다. kt 위즈(113경기 67승 4무 42패 0.615)가 선두권에서는 다른 팀들보다 앞서 있고, 삼성 라이온즈(118경기 62승 8무 48패 0.564)와 LG(110경기 58승 4무 48패 0.547)는 2위 자리를 놓고 운명의 2연전을 치르고 있다. 4위 두산 베어스(111경기 55승 5무 51패 0.519)와 5위 키움(117경기 57승 4무 56패 0.504)의 승차는 1경기 반이다.

그런데 6위 SSG 랜더스(116경기 54승 8무 54패 0.500)가 반 경기 차이로, 7위 NC 다이노스(111경기 53승 4무 54패 0.495)가 1경기 차이로 키움을 바짝 쫓아오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키움은 안우진이 복귀하기 전까지 6연패를 당하며 5할 승률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홍원기 감독이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기에 이르렀다. 징계가 발표되던 시점에서는 징계가 끝나더라도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 안우진을 활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팀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올 가을 자숙할 예정이었던 안우진은 징계가 풀리자마자 1군에 합류하게 됐다.

좋은 '사람' 만들기 힘든 한국 프로 스포츠의 현실

안우진의 학교 폭력 이력에 대하여 KBO 상벌위원회는 프로 팀에 입단하기 전의 일이라며 별도의 징계를 부과하지 않았다. 만일 NC가 김유성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지 않았다면 KBO 상벌위원회가 어떠한 처분을 내렸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안우진과 같은 사례가 생긴 이유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징계를 부과했던 시점이 고등학교 졸업이 예정되었던 3학년 2학기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안우진에게 부과했던 징계는 국가대표 영구 실격과 군 복무 문제를 제외하면 효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과정에서 KBO리그가 했던 역할은 신인 선수들에게 실시했던 부정 방지 교육 이외에는 없었다. 그나마 이 교육도 그나마 최근에 실시되기 시작한 것이었고, 기존 선수들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재교육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사실 4년 전 키움은 지난해 NC가 김유성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던 것과 같은 결정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4년 전 키움의 결정은 안우진을 안고 가는 것이었고, 이번 징계에 대해서도 안우진을 안고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안우진을 바라보는 야구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선수들이 징계 이후 복귀하는 모습은 종목과 관계없이 비슷하다.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은 있지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밝힌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종목이긴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 모습을 보이기 전에 해외 진출을 통하여 어떻게든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는 사례도 최근 보였다. 배구선수 이재영과 이다영 자매(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자신들의 SNS에 자필 반성문을 올렸다 삭제하고 피해자들을 고소했으며 그리스 리그 진출까지 시도하고 있다.

좋은 경기력을 위해 꾸준히 훈련이 필요하듯이, 선수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에 대한 각종 대회를 주말이나 방학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뀐 이유 중 하나도 최소한의 교육을 위해서였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 대하여 프로 팀이 지명을 철회하는 선례가 정립되면서 최근 젊은 선수들의 경우 경기 외적인 사고가 이전보다 줄어들기는 했다.

그러나 프로 선수들에 대한 지속적인 재교육은 찾아보기 힘들다. 베테랑 선수들의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기존 선수들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선수 육성에 있어서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다른 미비한 점을 감추려고 하는 기존의 교육 방식이 이러한 악순환을 불러왔다. 단순히 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 전체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인성 함양을 위한 교육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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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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