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로' 세징야가 지난 20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하는 하나원큐 K리그1 2021 30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세징야는 지난 18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렸던 울산 현대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대구FC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올시즌 세징야가 라운드 MVP에 선정된 것은 6, 18, 28라운드에 이어 무려 4번째다. 세징야는 9골 5도움으로 팀내 득점 1위에 이름을 올리며 대구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대구는 세징야의 활약을 앞세워 올시즌 12승 8무 9패(승점 44)로 양강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활약상도 활약상이지만 최근 '한국 귀화설'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 세징야에 대한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세징야는 지난 울산전 이후 인터뷰에서 귀화 이야기가 나오자 "언제 귀화할 수 있는지 얘기해달라"고 되물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뛸 수 있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징야의 귀화설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징야는 예전부터 꾸준히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귀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내 축구팬들 역시 세징야의 귀화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세징야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 태극마크를 달고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하는 반응도 많다.

한국 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귀화는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프로농구에서 미국 출신의 라건아(리카르도 라틀리프‧전주 KCC)가 2018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후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활약중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무려 10여 명의 외국인 선수가 대거 귀화한 사례도 있다.

축구에서도 과거 소련 출신으로 1992년 성남 일화축구단에 입단한 골키퍼 신의손(사리체프)을 비롯하여, 이성남(데니스), 이싸빅(싸빅), 마니치(마니산) 등이 한국 귀화를 이룬 바 있다.

다만 귀화 출신 선수가 태극마크까지 단 사례는 축구에서 아직 없다. 몬테네그로 출신으로 인천과 성남 등에서 뛰었던 라돈치치, 전북에서 활약한 브라질 출신의 에닝요-로페즈 까지한국 귀화에 대한 가능성이 거론된 선수들은 많았지만 결국 성사되지는 않았다.

라건아나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의 경우,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조기에 취득한 케이스였다. 특별 귀화는 현행 국적법 제7조에 따라 과학·경제·문화·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보유했고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면 '우수 인재'로 판단해 일반적인 귀화절차와 시험을 생략하고 국적을 부여할수 있다. 당시 이들은 해당 종목에서 실력과 위상이 독보적이거나 국가대표팀의 전력강화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특별귀화가 성사될수 있었다.

오늘날 세계축구는 갈수록 귀화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추세다.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도 귀화선수들을 국가대표팀에 승선시키고 있다. 다문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도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귀화선수 출신 국가대표가 나올때가 되었다는 공감대는 이미 충분히 형성되어있다.

하지만 세징야의 귀화와 국가대표팀 승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봐야할 부분들이 많다. 일단 첫째는 세징야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의 문제다. 브라질 출신의 세징야는 본명은 세자르 페르난두 시우바 멜로이고 2017년부터 대구에 입단하며 어느덧 5시즌째를 맞이하고 있다.

세징야는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중 한명으로 꼽힐만큼 기량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평범한 팀이었던 대구가 세징야가 입단한 2016년 이후 1부리그 승격-FA컵 첫 우승-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리그 상위권 도약이라는 역사를 수립한 것은 세징야의 활약이 엄청난 지분을 차지한다. 세징야는 K리그에서만 172경기에 출전해 68골 45도움을 기록 중이다. 최전방에서 2선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수 있고, 브라질 출신답게 뛰어난 테크닉과 골결정력을 겸비했으며 리더십까지 갖췄다.

현재 대표팀은 황의조를 제외하면 확실한 최전방 공격수 자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부동의 에이스 손흥민은 벤투호에서는 22경기 4골에 그치며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징야가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황의조-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줄수 있다. 현재 국가대표팀 사령탑이 외국인 감독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고 두 사람이 포르투갈어로 대화가 가능한만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세징야가 K리그에서 아무리 맹활약을 펼쳤다고 해도 정작 대표팀에서도 독보적이라고 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대표팀 공격진의 주축은 대부분 해외파들이다. 이전까지 무명선수였다가 오히려 K리그에 온 이후 뒤늦게 기량이 만개한 세징야보다 커리어가 뒤지는 선수들이 아니다. 여기에 세징야는 89년생으로 벌써 32세다. 대표팀에 발탁된다고 해도 그가 지금의 신체능력을 유지하며 활약할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2~3년이다.

애초에 국가대표팀 발탁을 전제로 세징야의 귀화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절차적으로 무리가 있다. 세징야가 뛰어난 선수인 것은 맞지만 올해 득점랭킹은 6위이고, 역대 귀화설이 거론되었던 외국인 선수들이나 프로농구의 라건아 등과 비교해도 K리그를 지배했다고 할 정도의 위상은 아니다.

만일 본인이 정상적으로 일반 귀화절차를 밟아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면 그 이후에 대표팀 발탁 가능성을 논의해볼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협회가 나서서 특별귀화까지 추진하며 무리하게 데려와야 할 정도의 선수인지는 의문이다. 이전의 사례를 감안해도 법무부에서 승인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세징야가 귀화하더라도 국가대표팀 발탁 여부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권한이다. 그런데 벤투 감독은 4년째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며 K리그를 꾸준히 주시해왔음에도, 세징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공식적인 언급을 한 일이 없다. 세징야가 그 정도로 가치있는 선수이고 대표팀에도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면 벤투 감독이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여론의 화제성과는 달리 벤투 감독이 세징야의 기량을 높게 보지았않거나 처음부터 큰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는 이유다.

세징야가 한국에 대한 애정이 진심이라면 일단 자력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된다. 대표팀 발탁 여부는 그 다음의 문제다. 세징야가 실력과 진정성을 증명한다면 태극마크의 기회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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