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시즌이면 주식 시장에 등장하는 게 있다. 바로 대선 테마주다. 대선과 관련한 주식 종목을 뜻하는 테마주는 크게 인물 테마주와 정책 테마주로 나눈다. 그러나 대부분 관심은 인물 테마주에 몰린다. A 혹은 B 후보 테마주가 올랐다거나 내렸다는 보도를 대선 시즌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테마주는 후보와 관계가 있는 걸까?

지난 12일 KBS 1TV <시사기획 창> '대선주자를 팝니다' 편이 방송되었다. 대선 테마주 때문에 피해 본 최정호(가명) 씨 사연으로 시작한 이 방송에서는 대선 주자와 테마주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고 고려대 주식 투자 동아리 4명에게 50만 원씩 주고 테마주에 4주 동안 투자하게 하는 실험 통해 투자 과정을 보여주었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지난 13일 '대선주자를 팝니다' 편을 취재한 최창봉 기자를 전화로 만났다. 다음은 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1 <시사 기획 창> '대선 주자를 팝니다' 편의 한 장면

KBS1 <시사 기획 창> '대선 주자를 팝니다' 편의 한 장면 ⓒ KBS

 
- 지난 12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대선주자를 팝니다' 편을 취재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주식을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선배들도 말릴 정도로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짜내서 모의실험도 해보고 회사들도 직접 방문해 보고 관련된 분들 인터뷰도 넣어서 1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었던 게 재미가 있었고요. 유튜브 콘텐츠 같은 느낌을 살렸고, 중간중간 웹툰도 활용해 봤습니다. 그런 시도를 한 게 상당히 제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 왜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했나요?
"제가 <시사기획 창>을 한 지 1년 반 정도가 됐는데 어떤 틀에 갇힌 느낌이 싫었거든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재미와 흥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 대선 주자 테마주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주식을 처음 사 봤습니다. 코로나 이후 주식하는 사람이 상당히 늘어났고 특히 2030 세대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 왔다고 들었어요. 이분들이 갑자기 테마주가 뜨니까 여기에 올인해서 상당히 큰 손해도 본 일이 많다고 얘길 들었고요. 대체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지는지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직접 한번 취재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주식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하셨는데 주식에 대한 이미지나 생각은 어떠셨어요?
"주식에 대해 제가 부정적이라서 안 했던 게 아닙니다. 주식은 당연히 자본시장을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장치죠. 제가 안 했던 이유는 취재하며 주워듣는 정보가 있을 텐데 그거로 주식투자 하면 반칙이지 않냐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래서 제가 취재 통해 얻는 정보로 돈 벌 생각은 안 하려고 했었기 때문에 주식에 손을 안 댔던 겁니다."

- 처음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제가 주식이나 경제에 대해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전문가분들을 많이 만나러 다녔어요. 또 관련 연구하시는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이런 쪽으로 좀 취재하고 싶은데 어떻게 접근하면 되겠는지 또 어떤 틀로 가야 되는지 책은 어떤 걸 읽어야 되는지 이런 것들을 여쭤보고 추천을 많이 받았어요."

- 최정호(가명) 씨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최정호씨 같은 경우에는 제게 찾아와서 얘기하시는데 좀 안타깝더라고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 시장에 뛰어든 2030세대들이 실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개인 투자자의 관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저희가 주가를 움직이는 세력이나 대주주 입장에서 방송한 게 아니라 손해를 보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 것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고요."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30 세대가 왜 주식을 할까요?
"저희가 인터뷰한 사례자분들은 하루아침에 벼락 거지가 된 게 너무 크게 다가왔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집값도 오르니 자기들 월급으로 집 사기도 어려워지고 탈출구는 주식밖에 없으니 테마주로 인생 역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답니다."

- 테마주라는 게 대선주자와 직접 관련이 있기보다는 같은 문중이나 학교 동문으로 엮이는 것 같던데.
"제가 이 프로그램에서도 표로 분석했는데 대선 테마주로 일컬어지는 103개 종목을 분석했습니다. 근데 사적 인연이나 공통 지인으로 엮이고 또 실제 친분 있는 기업들도 없지는 않습니다. 54% 정도가 됐는데요. 문제는 어떤 사람을 안다는 자체만으로 회사가 잘 되는 거냐인데요. 이건 그나마 대선 주자와 인연이 있으니까 이렇게 묶이는 건데 나머지 37%는 같은 가문, 같은 고향, 동문 등 가느다란 인연으로 엮여 있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테마주가 된다는 건 의도적으로 어떤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죠."

- 의도적으로 소문 퍼뜨리는 사람이 의도하는 건 뭘까요?
"확실히 단정할 수 없지만 소문을 퍼뜨려서 주가가 오르게 될 때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 사례를 찾아보면 대주주가 이런 소문을 퍼뜨려서 그 이익을 취한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 소문들이 처음 나게 되고 이게 점점 오르다 보면 또 여기에 투기 심리를 가진 분들이 모여들어서 주가를 더 올리는 현상이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고향 또는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엮였는데 그 기업이나 대주주는 해당 후보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요?
"맞습니다. 테마주로 엮여 있다고 해당 기업 관계자가 후보를 지지한다거나 이런 건 전혀 아니더라고요. 물론 모든 종목을 저희가 다 살펴본 건 아닙니다만 제가 취재한 몇몇 기업에서도 상당히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심지어 '우리가 왜 그분과 엮여있지요?'라고 반문하는 경우도 봤고요."

- 외국도 이런 테마주가 있나요?
"외국 사례를 아주 많이 조사해 본 건 아닌데 전문가들한테 어떤지 여쭤봤어요. 미국 같은 경우에는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알게 모르게 조금씩 주가에 반영되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대선 주자와 연관돼서 주가가 10배, 20배, 100배씩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그리고 자사주라는 게 있습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기 회사의 주식인데 미국 기업에선 회사가 어느 정도 여력이 되면 자사주를 사들여서 소각을 해버려요. 그러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식의 가치가 오르게 되거든요. 그렇게 해서 회사의 주식 가치를 높여 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회사가 자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 주가가 오르면 내놓아서 팔아버리거든요. 그러면서 현금을 보유하는 겁니다. 그럼 그 돈들이 새로운 투자 등에 좋게 쓰일 수도 있지만, 대주주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 이화공영이 테마주의 상징처럼 돼 있나 봅니다?
"이화공영은 중소건설 업체입니다. 조사하며 놀랐는데 500원에서 67000원으로 거의 116배 정도가 뛰었더라고요. 이게 거의 방송 출연하신 교수님도 말씀하셨듯이 자본시장 역사에서 찾아볼 수도 없는 희귀한 경우라는 겁니다. 이런 사례 때문에 많은 사람이 테마주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못 버리는 원인이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 그럼 이화공영은 2007년 대선 이후 어떻게 됐나요?
"2007년 12월 9일 67300원이었다가 다음 주 연속 하한가를 맞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대선이 12월 19일이었는데 대선이 오기도 전에 이미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떨어졌고, 2008년 3월에는 1만 원 밑으로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원래 회사의 가치가 그 정도밖에 안 됐던 게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테마주에 주가 조작 세력도 있다고 보세요?
"일단 총선이나 대선을 지나고 나면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보도자료를 내거든요. 거기 보면 매 선거마다 테마주 종목의 1/3 정도는 주가조작 세력의 의심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의심 종목에 대해서 검찰에 수사 의뢰한다든가 고발한다든가 그런 조치들이 이어집니다. 그러면 2/3 같은 경우에도 깨끗한 것이냐면 아니죠. 조사에 따라 혐의점이 안 발견될 수도 있고 못 찾아낼 수도 있는 건데 적어도 1/3 정도는 혐의점이 확인됐단 거예요."

- 고려대 주식 투자 동아리 4명에게 50만 원씩 주고 테마주에 4주 동안 투자하게 하는 실험을 하셨잖아요. 의도는 뭔가요?
"이 학생들이 투자 경험은 한 1년 정도 되고 가치투자를 하는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이 친구들이 개인투자자의 관점을 저희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저희가 테마주에 투자해서 잃은 사람들을 인터뷰했고, 투자해서 이익을 얻은 사람도 만나봤는데 결과가 아닌 투자 과정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과정을 이 학생들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거예요. 테마주에 투자할 때 어떤 고민이 드는지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이런 걸 저희가 매주 불러서 들었죠. 사실 수익률이 중요했던 게 아니라 이걸 하면서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거고요."

- 실험해 보니 어땠나요?
"일단 이 학생들이 너무 성실하게 자료도 많이 찾아가면서 투자했는데 결국은 수익 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물론 4주라는 기간을 정해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4주간 주식시장이 호황이진 않았었거든요. 그렇지만 저희가 짧은 기간과 50만 원이라는 적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테마주에 투자했을 때 얼마나 막막하고 이게 정말 딴다는 게 쉽지가 않은 거라는 것을 그래도 보여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으세요?
"시사 다큐멘터리는 통상적으로 누가 나쁜 사람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번에 그 생각을 해봤어요. 여기서 제일 나쁜 사람은 누굴까. 물론 시세조종을 하는 세력들이 가장 나쁘겠죠. 그 사람들은 뒤에서 몰래 주가를 움직여가면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 끼치는 거니까요. 근데 그들 말고도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 없을까라는 걸 조금 드러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두 개를 꼽은 게 하나는 유튜브 콘텐츠고 또 하나는 대주주죠. 코로나 상황 이후 주식 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유튜브 동영상 수도 엄청나게 늘었어요. 이걸 분석해 봤더니 거의 절반 이상 혹은 대부분이 투자 상담과 가입을 유도한다든지 테마주에 투자하라고 부추기는 그러니까 적어도 테마주 투자하면 수익은 당연히 날 것이고 긍정적이라고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전화해보니 결국 돈 내고 가입하라는 식이더라고요. 여기에 속지말아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고요.

그리고 주가가 대선 주자와 연관되어 오르는 것은 외국에선 드문 일이에요. 이렇게 주가가 오르게 되면 결국 이익을 얻는 건 대주주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들은 오른 시점에 팔아버리면 끝이니까요. 대주주는 자기 회사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주가가 실제 가치 보다 부풀려져서 거품이 끼었을 때 소액투자자들에게 고가에 자기 주식을 넘기는 거예요. 이건 상당히 비윤리적인 행위라는 거죠. 테마주 사시는 분들이 이런 면을 깨닫고, 과연 내가 사는 게 누구에게 이득을 줄 건지 그리고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 잘 판단하셔서 결정하시면 좋겠다는 게 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든 제 생각입니다."
 
최창봉 시사기획 창 대선 테마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