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라고 해서 얕보다가 큰 코 다친다. 순위표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는 한화 이글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한화는 18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13-2로 11점 차 대승을 거두었다. 경기 초반 타선이 상대 선발 서준원을 몰아붙이면서 일찌감치 승부의 추가 한화 쪽으로 기울어졌다.

전날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이어 2연승을 질주한 한화는 LG 트윈스에 승리한 9위 KIA 타이거즈와의 3경기 차를 유지,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중위권 도약을 노리던 롯데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중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한화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중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한화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 한화 이글스


중위권 팀 상대로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한 한화

선발 투수만 놓고 보면 서준원과 장민재, 어느 한 팀의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승부였다. 예상대로 두 명의 선발 투수 실점을 허용하면서 모두 경기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1회말과 2회초에 서로 두 점씩 주고 받았다.

그러나 2회말, 두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선두타자로 들어선 최인호가 서준원의 4구째를 잡아당겨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다시 한화가 리드를 잡았다. 그 이후 네 점을 더 보태면서 7-2로 달아났고, 2회말이 끝나기도 전에 롯데 선발 서준원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한화 타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회말 빅이닝의 시작점에 있었던 최인호가 롯데의 두 번째 투수 정성종의 초구를 공략해 4회말 만루포를 쏘아올리면서 롯데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두 자릿수 득점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전날에도 한화 타선은 상대 마운드를 폭격했다. 17일 키움전서 1회초에만 8득점을 뽑아냈고, 단 2이닝 만에 두 자릿수 득점에 도달했다. 한화가 이틀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올 시즌 4월 30일~5월 1일 사직 롯데전 이후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키움, 롯데 모두 중위권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화의 고춧가루를 피하지 못했다. 점수 차가 크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쉴 새 없이 방망이를 돌린 한화 타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경기 초반부터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말하면, 순위에 관계없이 한화도 상대를 계속 물고 늘어지면서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다.
 
 성공적인 적응 이후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외국인 타자 에르난 페레즈

성공적인 적응 이후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외국인 타자 에르난 페레즈 ⓒ 한화 이글스


비교적 마운드 약하지만...불뿜는 타선이 받쳐주는 한화

마운드 전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33명의 1군 엔트리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는 것(19명)만 봐도 사정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선발진에서 묵묵히 활약해왔던 외국인 투수 카펜터가 최근 주춤한 점도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이를 받쳐줄 타선이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다.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전력에 가세한 외국인 타자 에르난 페레즈의 상승세가 가장 돋보인다. 페레즈는 29경기 타율 0.286 3홈런 22타점으로, 다른 대체 외국인 타자에 비해 순조롭게 KBO리그에 적응 중이다.

여기에 부상을 털고 돌아온 '거포' 노시환이 무게감을 실어준 것도 반가운 부분이다. 지난 12일 삼성 라이온즈전 엔트리 등록 이후 6경기 연속 안타로, 17일 키움전에서는 홈런 2개 포함 3개의 장타를 만들어냈다.

노시환이 합류하기 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팀 입장에서는 더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기록으로 보더라도 그렇다. 타격감을 확 끌어올린 덕분에 한화는 9월 팀 타율(0.280) 1위로 올라섰고, OPS 역시 삼성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16번의 맞대결을 모두 치른 NC 다이노스전을 제외하면, 아직 순위권 팀들과의 잔여경기가 꽤 있다. 특히 17일 경기 이후 6위 탈환에 성공한 두산 베어스와는 5경기를 남겨둔 상태다. 한화표 고춧가루가 향후 순위표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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