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가 끝날 때만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가을야구 그 이상까지도 바라봤던 SSG 랜더스가 정규시즌 개막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SSG는 17일 오후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7로 패배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올라온 선발 오원석의 부진 속에 경기를 내줬고, 이날 패배로 두산에게 6위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주전급 선수들의 줄부상, 기대에 미치지 못한 주축 선수들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급격한 순위 추락을 피할 수 없었다. 지금의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급격하게 떨어진 팀 순위에 가장 마음이 무거울 사람은 역시나 김원형 감독이다.

단기간에 급격하게 떨어진 팀 순위에 가장 마음이 무거울 사람은 역시나 김원형 감독이다. ⓒ SSG 랜더스

 
폰트까지 부상으로 이탈... 에이스가 모두 사라진 SSG

부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역시나 선발진이다. 윌머 폰트와 아티 르위키의 외국인 원투펀치, 그리고 문승원과 박종훈까지 시즌 초만 하더라도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했던 네 명의 선수 모두 현재 엔트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름이다. 르위키는 시즌 도중 교체되면서 팀을 떠났고, 문승원과 박종훈은 수술대에 오르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사실상 선발진의 유일한 생존자나 다름 없었던 폰트마저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16일 두산전 등판 이후 병원 검진을 받았고, 좌측 옆구리 미세 손상으로 회복에만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까지 고려하면 2주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선발 투수들의 이탈 만큼이나 폰트의 부상도 뼈아프다. 선발 등판할 때마다 늘 5~6이닝 이상을 책임졌던 투수 한 명이 사라졌고, 이렇게 된다면 샘 가빌리오나 이태양 등에게 가중되는 부담감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폰트의 공백을 지울 만한 투수가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불펜을 생각하면 더 골치가 아프다. 최근 마무리를 맡은 김택형과 '프로 데뷔 첫 시즌' 장지훈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부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서진용, 김상수, 김태훈 등 필승조를 책임져야 할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SSG의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은 5.37로 리그 최하위다. 피홈런 35개(최다 2위)로 타자들이 친 것 못지않게 투수들도 많이 얻어 맞았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플러스가 될 만한 요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후반기 1할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는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의 부진도 아쉽다.

후반기 1할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는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의 부진도 아쉽다. ⓒ SSG 랜더스

 
팀 타율, 홈런 모두 1위인데... 어딘가 무게감이 떨어지는 타선

마운드에 비하면 타선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후반기 팀 타율 0.264로 1위, 팀 홈런 역시 39개로 1위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최주환, 지난 12일에 콜업돼 두각을 나타낸 이정범, 주전으로 거듭난 박성한의 활약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기대감에 부풀었던 정규시즌 개막 이전과 비교하면, 현재의 타선에게 실망스러운 부분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여러 가지의 원인이 있겠지만, 역시나 9월 들어서도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 제이미 로맥의 부진을 꼽을 수밖에 없다.

전반기에만 18개의 홈런을 몰아쳤던 로맥은 8월 내내 담장을 한 번도 넘기지 못했고, 9월에도 1개의 홈런에 그쳤다. 16일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로맥의 페이스가 하락세로 접어드는 사이 팀 순위도 한 계단씩 떨어졌다.

로맥과 마찬가지로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흐름이 좋지 않은 이재원의 부진이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옆구리 부상으로 리그 재개 후 뒤늦게 팀에 합류한 이재원은 후반기 타율 0.188로,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백업 포수 이흥련과 이현석에게 많은 시간을 맡기는 것 역시 마땅한 해결책이 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결과적으로 최주환과 추신수를 영입한 것은 성공이었지만, 정작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팀의 발목을 잡았다. 많은 홈런에 기댈 수밖에 없는 SSG의 공격 루트가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5할 승률이 붕괴된 팀을 구할 '난세영웅'이 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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