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수칙을 위반하며 징계 중이던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선수 한현희와 안우진이 예상보다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올 전망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16일 한화 이글스와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한현희와 안우진을 선수단에 합류시키려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지난 7월 수원 원정 기간 도중 숙소를 무단이탈하고 서울의 한 숙소를 찾아가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된 방역수칙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한현희와 안우진에게 품위손상행위로 36경기 출전정지와 제재금 5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키움 구단도 자체징계로 한현희에게 15경기 출전정지와 제재금 1000만원을, 안우진에게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홍원기 감독은 지난 8월 10일 두 선수에 대하여 "참담하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징계와 구단 자체 징계가 끝나더라도 올시즌 내에 그라운드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한달만에 홍 감독은 입장을 180도 바꿔서 두 선수를 팀전력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현재로서 안우진은 추석 연휴기 지나면 징계가 끝나고, 한현희도 10월부터 출전이 가능해진다.

결국은 성적이라는 현실 앞에 굴복한 모양새다. 키움은 현재 56승1무53패로 5위에 올라 있으나, 6-7위 SSG-두산 베어스와 2경기차 이내에 불과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 키움은 투수진내 WAR 순위에서 3. 4위(한현희 1.46, 안우진 1,37)를 기록한 두 선수 없이도 5할 이상의 승률로 선방했지만, 최근에는 마운드 불안으로 3연패 수렁에 빠져있다.

규정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어쨌든 주어진 징계는 다 이수했고, 선수를 언제 어떻게 복귀시킬지는 구단이 결정할 문제였다. 홍원기 감독이 이들에게 전력외 통보를 내렸을 당시는 감독 본인도 인정했듯이 감정적으로 다소 격앙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방역수칙위반과 술판 논란은 단순히 선수 개인의 일탈이나 실수를 넘어 키움 구단과 프로야구 전체의 이미지에까지 큰 타격을 입힌 사건이다. 한현희는 이 사건으로 올림픽 국가대표 자격까지 반납해야 했고, 안우진은 과거 학폭 논란까지 다시 소환되며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현재 비난의 초점은 홍원기 감독의 '말바꾸기'에 쏠리고 있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런 결정이 과연 홍 감독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감독의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프런트의 힘이 훨씬 막강한 구단으로 유명하다.

만일 구단에서 한현희와 안우진을 올시즌 복귀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면 홍 감독의 발언과 상관없이 구단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키움에서는 아무리 감독이라도 구단의 동의없이 독단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8월에 나온 '한현희-안우진의 시즌내 복귀 불가' 발언이 사전에 논의되지 않는 홍감독 개인의 즉흥적인 생각에 가까웠다면, 이번 복귀 선언이야말로 구단의 공식적인 입장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홍원기 감독은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이 모두 좋은 성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선수들을 복귀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나만을 위한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입장을 번복한 이유에 대하여 설명했다. 

씁쓸한 것은 키움의 결정과 홍 감독의 변명이, 이번에도 결국 해묵은 '야구보답론'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다. 전 메이저리거이자 키움 소속이었던 강정호는 2016년 세 번째 음주운전에 적발되고 난 후 "실망하신 분들에게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이 발언이 유독 대중의 분노를 더 자아냈던 것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어차피 야구만 잘하면 만사 OK"일 것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도 5년이 흘렀지만 야구보답론은 아직도 사건사고가 생길 때마다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변명용 레퍼토리다. 그리고 이런 안이한 사고방식이야말로 작금의 KBO리그가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한현희와 안우진이 복귀해서 야구를 잘하고 키움도 성적이 좋아지면 다 이해될수 있는 문제일까.

훗날의 야구 역사에는 올해 키움의 최종순위가 몇위로 남느냐보다, 이 선수들이 저질렀던 일탈행위와 감독의 말바꾸기, 키움의 원칙없는 구단 운영 등이 야구계의 도덕불감증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더 오래 회자되지 않을까. 오늘날의 팬들에게는 눈앞의 성적이나 야구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키움 구단은 여전히 모르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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