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금요일에 방영된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9회에서는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육아 솔로 엄마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조윤희는 로아를 데리고 친정 어머니, 언니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다. 김나영은 신우와 이준이를 데리고 캠핑을 나섰으며, 김현숙은 하민을 위해 낚시를 떠났다.

가족사진도 캠핑도 낚시도, 모두 아빠를 배제하고 생각하기는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함께 살지 않은 아빠와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단란하게 야외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해 보면, 아빠가 없다하여 못할 일들도 아니다. 세 엄마는 각자의 취향과 역량에 맞게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

가족사진 찍기를 계획한 조윤희는 사진관을 가기 전 친정을 방문해 로아에게 자신의 사진을 보여준다. 지금과 많이 다른 젊은 할머니, 어린 이모와 엄마의 사진을 로아는 흥미롭게 바라본다. 비슷해 보이는 이모와 엄마 사이에게 엄마를 곧잘 집어내는 것이 흐뭇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엄마와 함께 사진을 본 로아는 사진을 남기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인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주된 활동 전에 아이와 함께 하는 이런 사전 활동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9회 한 장면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9회 한 장면 ⓒ jtbc

 
조윤희는 로아뿐 아니라 어머니와 언니를 동반해 함께 사진을 찍는다. 기본적인 가족 사진 외에도 동화 <빨간 모자> 콘셉트를 적용한 독특한 사진찍기로 가족 사진의 변화를 꾀한다. 로아의 취향이 반영된 특별한 사진들에 아빠의 빈자리 같은 것은 없다.

무엇보다 처음 가족 사진을 찍는 것이 무척 좋았다는 어머니의 인터뷰는 가족 사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온 가족의 지금을 남긴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부여된다. 가족 구성원의 형태에 연연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말이다. 가족의 형태에 필수 요건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조윤희의 가족 사진은 다시금 일깨운다. 

김나영은 신우와 이준을 데리고 캠핑을 나선다. 이 도전이 남다른 것은 김나영이 텐트를 직접 치기로 결정했다는 것에 있다. 김나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을 다녔지만 지인이 장박(장기간 텐트를 쳐놓고 캠핑을 하는 것)하는 캠핑장을 이용했기에 텐트를 쳐본 경험이 없다. 텐트치기는 아이 둘을 데리고 엄마 혼자 감당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김나영은 텐트 치는 것을 다섯 번 연습했다고 말한다. 아이들과의 캠핑을 문제없이 즐겁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약간의 사소한 실수가 있었지만, 김나영은 멋지게 텐트를 친다. 스스로의 모습을 지켜본 방송국 스튜디오의 김나영은 자랑스럽게 저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는 여성은 자신을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라는 진지한 농담을 곁들인다.

텐트를 치는 와중에도 김나영은 바쁘기만 하다. 달걀을 가져 오기 위해 별 미동도 않는 닭들과 알아서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웃음을 주지만, 모든 것을 엄마가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애잔함을 안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빠가 있는 것이 더 나았을까.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9회 한 장면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9회 한 장면 ⓒ jtbc

 
엄마가 고심해서 준비한 음식을 마다하고 생라면을 먹는 신우와 이준의 모습이 보여주는 것은 세상 일이 그리 뜻대로 되지만은 않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텐트를 치는 것은 연습이 가능하고, 닭에 대한 두려움은 달걀의 필요가 극복하게 해주지만,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을 엄마가 바꿀 수는 없다. 

아빠의 부재는 엄마에게 더 많은 일을 하게 하지만, 한편 엄마의 숨겨진 능력을 일깨우기도 한다. 신우나 이준이 기억하는 이날의 캠핑에 아빠의 부재라는 목록은 없을 것이다. 있었다면 더 좋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없다고 하여 그리 아쉬울 것도 없다. 엄마가 어찌하지 못한 것은 아이들의 입맛이다. 그건 아빠가 와도 해내지 못할 일이다.

김현숙의 경우도 그리 다르지 않다. 아빠와 낚시를 다닌 하민을 위해 낚시를 준비한 현숙이지만 바늘에 끼울 갯지렁이를 보자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다. 몹시도 싫지만, 현숙은 하민을 위해 보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갯지렁이를 만진다. 김현숙은 못하는 일이지만, '엄마 김현숙'은 해내는 것이다. 아빠가 있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해줬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말이다. 

한부모 가정의 부모 한쪽은 자주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른 집었다면 응당 엄마가 했을 일을, 아빠가 했을 일을 혼자 모두 해야만 한다. 성별이 다른 자식을 키운다면 성장에 따라 당황스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한부모들은 닥치면 다한다는 말을 격언 삼아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다른 한쪽의 빈자리를 채워 나갈 것이다.

대부분의 한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죄책감과 함께 부채감을 갖고 있다. 그 죄책감과 부채감은 평소에 자신이라면 하지 못했던 일을 척척 해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마음이 과도해지면 어떻게 될까.

김현숙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갯지렁이를 만진다. 그 모습이 안타까운 것은 옆에 아이의 아빠가 없어서가 아니다. 아빠가 있었다면 하는 가정으로 아이를 위한다는 마음이 조금 과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한편에 자리잡기 때문이다.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9회 한 장면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9회 한 장면 ⓒ jtbc

 
김나영과 김현숙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결핍에 대한 과도한 의식이 오히려 아이들과 자신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다른 쪽 부모가 해줄 수 있었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아쉬움이 남는다 하여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한 사람이 다양한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온전히 두 사람 몫을 할 수는 없다. 세상에는 한부모가 아니더라도 한 사람 몫의 애정과 돌봄조차 하지 못하는 부모도 있다. 부모의 기대나 욕심만큼 아이들이 자라는 것도 아니다. 캠핑장의 신우와 이준이 엄마의 음식을 맛있다고 하면서도 라면을 집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프로그램을 보는 다른 한부모들이 자신은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상황과 능력 안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면 된다. 최선을 다한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더라도 아이들이 기억하는 것은 엄마나 아빠의 사랑일 것이다. 두 사람 몫을 해내겠다는 책임감에 압도되어 지치지 않기를 바란다. 육아는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이다.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뛴다면 아이를 챙기는 동시에 더욱 자신도 챙겨야 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남녀의 일을 미리 구분하는 일이 더 적어지길 바란다. 예전과 비교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엄마와 아빠의 일은 정해진 것처럼 여겨지는 부분들이 있다. 성별의 차이로 인해 할 수 없는 일은 그다지 없다. 대부분의 일은 연습과 경험으로 극복할 수 있다. 조금 더 힘이 들 뿐이다. 6인용 텐트를 치는 여성들의 수를 손으로 꼽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선영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평범한 그녀'(https://m.post.naver.com.sungyuji3)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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