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간판' 손흥민은 최근 계속되는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7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었으나 레바논과 2차전을 앞두고 우측 종아리 부상을 발표하며 결장했다. 손흥민은 이보다 앞서 대표팀 소집직전이던 8월 22일 울버햄튼과의 경기에서는 햄스트링 이상으로 조기 교체되기도 했다.
 
  손흥민이 8일 소속팀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손흥민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위해 입국했다.

손흥민이 8일 소속팀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손흥민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위해 입국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은 대표팀 소집해제 이후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로 복귀했지만 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4라운드에도 결장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했다. 토트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까지도 손흥민의 정확한 몸상태를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20일에 열리는 첼시와 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도 손흥민이 경기에 출장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의 상태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손흥민의 몸상태에 대한 우려는 최근에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는 2019년 8월 보고서를 통하여 1년간 활약한 남자프로축구 선수를 대상으로 출전 경기, 이동 거리, 휴식 시간 등을 집계하며 선수들의 피로도를 조사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손흥민은 '전세계에서 가장 혹사당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의 대상 기간이 된 2018-19시즌은 손흥민이 소속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을 비롯하여 대표팀에서도 2018 러시아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아시안컵에 이르기까지 프로 경력에서도 가장 혹독한 강행군을 소화했던 1년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소속팀에서 53경기, 대표팀에서도 25경기에 나서 무려 78경기를 뛰었고 이동 거리는 무려 11만Km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축구선수의 신체 회복에 필요한 최소 휴식일(4일 이상)을 보장받지 못하고 출전한 경우도 많았고, 시즌 종료 이후에도 각급 대표팀 차출 등으로 휴식일이 고작 22일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비록 보고서는 1년을 기준으로 했지만, 사실 손흥민은 프로에 데뷔하고 A대표팀에도 발탁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약 10년 이상 매년 비슷하게 평균 50경기 이상을 꼬박꼬박 소화하는 살인적인 스케쥴을 감수해왔다. EPL에서 뛰는 선수들의 평균적인 경기 출장수를 크게 뛰어 넘는다. 여기에 대표팀 합류를 위하여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살인적인 이동거리에 따른 시차적응과 체력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자연히 손흥민에게는 '혹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손흥민의 잦아진 부상도 혹사의 후유증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손흥민은 20대만 하더라도 잔부상이 거의 없는 선수였다. 큰 부상으로는 팔 골절을 두 차례나 당한 적이 있지만 이는 경기중 충돌 상황에서 벌어진 것으로 체력부담이나 관리문제와는 무관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최근 1년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알려진 다리 부상만 무려 네 번이나 당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8월에 걸쳐 세번의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대표팀 소집기간에 또 종아리 부상까지 당했다. 부상이 빈번해진 것만이 아니라 발생 기간 또한 점점 더 짧아지는 추세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햄스트링은 허벅지 뒤쪽 근육으로 축구 선수들이 방향 전환이나 순간적으로 달리기를 할 때 갑작스레 근육을 사용하면서 부상이 많이 발생한다. 종아리 부상 역시 햄스트링에 대한 부담으로 자연히 반대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과부하가 걸렸을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이런 부상들은 계속된 경기출전으로 회복할 시간없이 선수의 근육에 피로가 계속 누적된다면 자주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완치하더라도 다시 재발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순간적인 스피드와 공간침투를 주무기로 하며 경기중 순간적인 전력 스프린트 상황이 많은 손흥민같은 스타일의 공격수에게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손흥민 뿐만 아니라 황의조-남태희 등 다른 해외파 선수들도 이번 A매치 차출 이후 부상과 컨디션 난조를 호소했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징후다. 이들의 공통점은 해외파이자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쉼 없이 달려오며 혹사를 당했다는 점이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지난 최종예선 2연전의 부진과 맞물려 해외파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조차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손흥민에 앞서 역대 대표팀 주장을 역임했던 박지성을 비롯하여 구자철-기성용 등이 모두 지금의 손흥민과 비슷한 시기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선배들 모두 만성적인 부상과 체력부담이 대표팀 은퇴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을 수 있다.

현역 시절 박지성은 맨유 시절에는 준주전급 로테이션 멤버에 가까웠다. 기성용이나 구자철은 소속팀이 유럽클럽대항전과는 그리 인연이 없었기에 손흥민만큼 많은 경기와 출전시간을 소화하지는 않았다. 반면 손흥민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부동의 에이스로 꼽히고 있으며 역대 대표팀 주장을 통틀어서도 누구보다 많은 경기수와 출전시간, 상대의 집중견제 등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손흥민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가능한 오래 뛰고 싶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당연히 선배들도 태극마크를 빨리 내려놓고 싶어서 은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수의 의지와 별개로 세월의 흔적은 속일 수 없고, 몸 상태와 환경이 따라주지 않다보면 지칠 수밖에 없다.

손흥민도 어느새 대표팀 경력만 10년을 넘겼고 나이도 서른의 문턱에 접어들었다. 굳이 손흥민만 특별대우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앞으로 유럽무대에서 뛰는 주축 선수들도 대표팀 생활을 병행하면 비슷한 딜레마에 처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 이원화나 선수들의 체력관리에 대한 분명한 대안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대표팀 감독만이 아니라 축구협회가 나서서라도 선수들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무리한 선수혹사와 무한희생을 강요하는 기존의 관행에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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