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백예린

백예린 ⓒ 블루바이닐


지난 10일 가수 백예린이 커버 앨범 <선물>을 발매했다. 이 앨범에는 토이의 '그럴 때마다', 검정치마의 'Antifreeze', 이영훈의 '돌아가자', 장기호의 '왜? 날', 넬의 '한계', 소히-이한철의 '산책'까지 총 6곡이 수록됐다.

이번 앨범은 코로나19로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고 있다는 백예린이 선물을 주는 마음으로 기획하고 발표하는 결과물이라고 한다. 지난 2019년에 백예린이 개인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 직접 올린 '산책'과 '그럴 때마다'의 커버를 포함해 미공개 커버곡 4곡을 담았으니 정식 발매를 염원하던 팬들에게 정말 선물 같은 앨범인 것이다.

보통 커버 앨범이라고 하면 오랜 시간 널리 사랑받은, 대중에 잘 알려진 히트곡을 수록하는 데 반해 백예린은 숨은 명곡들을 재조명하며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었단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해 보인다.

백예린은 "멋진 명곡들을 노래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신 선배님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라며 "이번 앨범으로 작지만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앨범이 되길 바란다"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백예린

백예린 ⓒ 블루바이닐

 
'왜? 날'과 함께 더블타이틀곡인 '산책'은 한마디로 무척이나 평온한 곡이다. 한글로만 이루어진 가사는 자극적인 구석 없이 곱디곱다. 백예린을 특히 사랑하는 젊은 세대도, 따뜻하고 위로를 주는 잔잔한 곡을 좋아하는 윗세대도 이 '산책'을 듣는다면 분명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한적한 밤 산책하다 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얼굴/ 반짝이는 별을 모아 그리는 그런 사람/ 좁다란 길 향기를 채우는/ 가로등 빛 물든 진달래꽃/ 이 향기를 그와 함께 맡으면 참 좋겠네

보고 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 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초가을인 요즘은, 저녁 무렵 산책하기에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이다. 어느 때보다 쾌적한 날씨와 공기에 멍을 때리거나 깊은 사색에 잠기기에도 좋다. 그리고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기에도 참 좋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조금은 쓸쓸해지는 감성을 이 노래는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가로등 빛 물든 진달래꽃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누군가가 떠오르고, 함께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것이기에 공감이 간다.

보고 싶은 얼굴을 떠올리지만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진다는 구절이 특히 서정적이다. 또한,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라는 구절은 이 곡의 킬링 파트가 아닐까 싶다. 산책을 하다 보니 그 사람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떠올리기 위해 산책을 한다는 말에서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여실히 드러난다. 좋다는 말,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말을 하지 않았지만 화자의 차분한 산책과 그 산책의 이유가 더 많은 마음을 전하는 듯하다.
 
 백예린

백예린 ⓒ 블루바이닐

 
"따뜻한 손 그리고 그 감촉/ 내가 쏙 들어앉아 있던 그 눈동자/ 그 마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던 그가 보고 싶어지네"

노래 뒷부분에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조금 나온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던 그'라는 부분에서 화자가 어떤 마음을 그리워하는 건지 청자들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 그러면서 그 그리움에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그런 사랑을 받아본 사람은 그것을 잃었을 때 그걸 그리워할 것이 분명하므로. 

주로 요즘 느낌(?)의 세련된 발라드를 부르던 백예린의 목소리로 이렇듯 잔물결처럼 차분한 예전 감성의 가요를 들으니 더욱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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