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최대 장점은 바로 꾸준함이었다. 류현진은 부상과 수술로 제대로 된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던 2015~2016 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과 두 자리 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믿음직한 엘리트 좌완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최근 7경기에서 무려 3번이나 7실점 경기를 하면서 리그에서 가장 기복이 심한 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류현진의 기복과 별개로 류현진의 소속팀 토론토의 최근 기세는 대단히 놀랍다. 토론토는 8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5할대 초반의 승률로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등과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 카드 경쟁에서 크게 뒤져 있었다. 하지만 토론토는 8연승 한 번과 4연승 한 번을 기록하며 최근 17경기에서 15승2패라는 가파른 질주를 선보이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 1위에 등극했다.

토론토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무기는 역시 '한 방'이다. 토론토는 팀 홈런 232개로 217개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토론토는 류현진이 2.1이닝7실점으로 무너졌던 12일(이하 한국시각)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도 11-10으로 역전승을 만들어 냈다. 특히 9월 13경기에서 홈런 6개를 작렬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시즌 45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홈런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MVP 출신 아버지의 뒤를 이은 '괴수 부자'

KBO리그에 이종범(LG트윈스 2군 타격코치)-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부자가 있는 것처럼 메이저리그에도 많은 야구인 부자 선수들이 있다. 그 중에는 바비 본즈의 아들 배리 본즈와 켄 그리피 시니어의 아들 켄 그리피 주니어처럼 스타 선수였던 아버지의 명성을 뛰어넘은 선수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게레로 주니어 역시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 선수를 아버지로 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2세 선수 중 한 명이다.

게레로 주니어의 아버지는 1996년 빅리그에 데뷔해 2004년 정규리그 MVP와 실버슬러거 8회, 올스타 9회 선정에 빛나는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다. 스트라이크존과 거리가 먼 나쁜 공에 배트가 자주 나가는 약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통산 타율 .318를 기록할 정도로 현역 시절 최고의 '배드 볼 히터'로 군림했다. 게레로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고의사구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투수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가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활약하던 1999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따라서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의 고향이자 자신의 핏줄인 도미니카 공화국과 본인이 태어난 캐나다의 2중 국적을 가지고 있다. 게레로 주니어는 오는 2023년으로 예정된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도미니카 공화국과 캐나다 중 한 나라를 결정해 출전할 수 있다. 

아버지가 현역 시절 강견의 외야수로 이름을 날린 것과 달리 게레로 주니어는 어린 시절부터 내야수로 활약했다. 2015년 국제 계약으로 토론토에 입단한 게레로는 2018년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타율 .381 20홈런78타점으로 베이스볼 아메리카 올해의 마이너리거에 선정됐다. 아버지가 갖추지 못한 선구안까지 겸비한 게레로 주니어는 대부분의 야구팬들로부터 아버지 못지 않은 대스타가 될 거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8년 마이너리그를 폭격한 게레로 주니어는 2019년 4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루키 시즌 123경기에 출전한 게레로 주니어는 타율 .272 15홈런69타점을 기록했다. 그 해 홈런더비에서 1라운드 29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긴 것을 제외하면 높았던 기대에 비해 다소 아쉬운 활약이었다. 타격은 물론이고 96경기에 출전한 3루 수비에서 17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수비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9년 만에 AL 타자 트리플 크라운 배출될까

게레로 주니어는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작년 1루수 겸 지명타자로 변신해 수비부담을 덜고 타격에 집중했다. 하지만 타율 .262 9홈런33타점으로 오히려 성적은 루키 시즌보다 더 떨어졌다. 많은 야구팬들이 게레로 주니어가 아버지를 능가하는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한 것이 섣부른 판단이었다며 게레로 주니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빅리그 데뷔 2년 만에 게레로 주니어에 대한 평가는 크게 떨어졌다.

빅리그 데뷔 후 실망스런 2년을 보낸 게레로 주니어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비 시즌 동안 무려 19kg을 감량하며 탄탄해진 체구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타율 .421를 기록하며 올 시즌 대활약을 예고했다. 그리고 게레로 주니어는 전반기에만 87경기에서 타율 .332 28홈런73타점을 기록하는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다. 야구팬들이 기대했던 '선구안을 갖춘 아버지 게레로'에 더욱 가까워진 것이다.

그렇게 '완성형 타자'로 성장했음에도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 받은 선수는 게레로 주니어가 아니었다. 투타를 겸하는 일본인 선수 오타니가 8월까지 무려 42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며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선두를 달린 것이다. 반면에 시즌 초반 다관왕이 유력해 보이던 게레로 주니어는 홈런에선 오타니, 타점에선 호세 어브레유(시카고 화이트삭스), 타율에선 스탈링 마르테(오클랜드)에게 뒤지며 무관의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9월이 되면서 다시 상황은 급반전됐다. 오타니가 9월에 열린 9경기에서 타율 .207 2홈런으로 부진한 사이 게레로는 9월 13경기에 출전해 타율 .364 6홈런을 몰아쳤다. 14일 템파베이 레이스전에서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홈런 가운데 가장 탄도가 낮은 발사각도 15도 짜리 직선타 홈런을 때린 게레로 주니어는 시즌 45홈런으로 오타니를 제치고 홈런 단독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오타니는 홀로 외로운 레이스를 펼쳐야 하지만 게레로 주니어 주위에는 39홈런의 마커스 시미언과 27홈런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24홈런의 보 비솃 같은 지원군들이 즐비하다. 타율과 타점 경쟁에서도 가시권에 들어 있는 게레로 주니어는 2012년의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이후 9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타격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한다. 게레로 주니어가 남은 18경기에서 목표를 달성한다면 MVP 경쟁에서도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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