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제다큐먼터리영화제 김영우 프로그래머.

DMZ국제다큐먼터리영화제 김영우 프로그래머.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창, 혹은 이면의 진실을 힘 있게 파헤치는 도구로서 다큐멘터리는 오랜 시간 그 역할을 묵묵히 해왔다. 국내에서도 내로라하는 다큐멘터리만을 위한 축제가 꽤 있어왔고, 그중 DMZ다큐멘터리영화제의 성장세가 돋보이곤 했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행사에서 유독 코로나 상황을 소재로 한 여러 창작자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그와 함께 자국 현대사의 진실을 조명한 세계 여러 나라 영화인들의 작품 또한 주목받고 있다. 

DMZ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데 있다. 영화제가 자체 개발한 전용 OTT 플랫폼인 VoDA로 온라인 상영을 진행하는 중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을 위한 제작 지원금도 크게 증액했다. 지난 9일 개막해 차주 16일까지 행사가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영화제의 살림꾼격인 김영우 프로그래머를 만날 수 있었다. 

올해 이곳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총 39개국의 126편이다. 이 중 78편을 VoDA로도 볼 수 있다. 역점 사업이었던 자체 OTT 이야기부터 해야 했다. 참고로 영화제 자체적으로 OTT 플랫폼을 개발 운영하는 사례는 DMZ국제다큐멘터리가 처음이라 해도 무방하다. EBS가 주최하는 EIDF(EBS국제다큐영화제)의 D-BOX가 2015년부터 운영돼왔는데 사실상 다시 보기 기능을 중시한 VOD 서비스에 가깝기 때문이다.

"단순히 OTT라고만 하기 보단 전통적 영화 제작과 배급의 대안이 뭘까 고민하던 차에 나온 결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더 급박해진 이슈가 된 거지. 정상진 집행위원장님도 영화 산업에 계신 분이라 추진력 있게 여러 파트너들과 치고 나가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 영화제가 다른 영화제들에 비해 몸이 좀 가벼울 수 있으니 말이다. 현실적 어려움이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 창작자들과 관객들에게 유의미한 플랫폼이 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극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다큐멘터리기에 온라인, 오프라인상에서 일종의 대안적 배급이 필요했다는 게 김영우 프로그래머의 설명이었다. 동시에 단순히 영화만 트는 플랫폼이 아니라 DMZ국제다큐멘터리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행사 영상까지도 포괄하는 게 이후 목표라고 한다. 

"물론 이게 전통방식의 영화 관람에 대한 답을 내린 건 아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코로나 상황에서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잖나.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는데 답이 정해진 게 아닌 만큼 선택하며 나아가다 보면 평가받을 때가 올 것이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올해 선정된 영화들과 행사 프로그램 경향을 놓고 봤을 때 "한국영화와 아시아 국가 영화를 전면에 배치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환경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두루 경험한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아시아 영화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십분 살리려 했다. 

"다큐도 충분히 대중적이다"

"DMZ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와 다양한 한국 다큐 영화를 소개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아니면 소개될 장이 그리 많지 않거든. 올해 포럼의 부제도 아시아 다큐 지형도다. 여전히 다큐에 대한 책과 참고할 자료가 한국말로 번역된 게 많지 않다. 우리가 그 밑바닥 자료부터 만들어보자는 취지도 있다. 올해 개막작도 재일 조선인 감독님 작품인데 외부든 내부든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면 다 수용해보자는 거다. 한국에 대한 시공간적 확장이랄까. 지역 다큐 영화인 집단인 오지필름 특별 책자도 제가 제안했다. 이런 걸 자료로 남겨야 누구라도 참고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제가 프로그래머로 합류한 2019년부터 영화제는 영화, 인더스트리(제작 지원 및 비즈니스 프로그램), POV(다큐영화 비평 및 포럼 행사) 이렇게 세 축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작년부터 제작 지원 비중을 늘린 것도 다큐라는 게 관객 개발도 중요하지만 일단 창작자에게 돈을 써서 더 다양한 영화를 만들게 하자는 취지였다. 예산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날 순 있지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DMZ 영화제의 동력 중 하나가 창작자의 직접 지원이니까." 


지난 13년간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또한 여러 부침이 있었다. 배우, 다큐멘터리 감독 등이 영화제를 이끌어 간 시기가 있었고, 해당 집행위원장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내부와 외부에서 걱정하는 시선이 있었지만 이 행사를 온전한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려는 의지는 공통적이었던 것 같다"며 "여전히 성장하고 정착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얼마나 오래 영화제를 이끄느냐 보단 비전이 있고, 영화제 존재 의미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강하게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다큐멘터리에서도 많은 실험적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그걸 받아서 안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중에서도 아시아에 힘을 쓰는 거지. EIDF가 좀 더 대중적인 다큐, 우수한 해외 다큐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우리는 전통적 다큐와 다양한 실험과 확장 가능성까지 바라보고 있다. 한국과 아시아 여러 나라 다큐의 전반적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부산이나 전주, 부천처럼 큰 영화제는 분업도 잘 돼 있고 각 담당자마다 깊이 있게 파고, 책임 또한 나뉘어 있다. 우리 같은 특정 콘셉트 영화제는 고민거리가 좀 다르다. 제 입장에선 일단 한국의 창작자들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지역 관객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도 고민한다. 한국의 작은 다큐멘터리, 아시아 다큐들을 소개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 거꾸로 한국독립영화들이 아시아와 교류할 수 있는 역할도 하고 싶다. 제가 암스테르담다큐영화제와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아시아 쪽 자문을 하고 있다. 몇 년을 더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지식과 정보를 통해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잘 안 보는 면이 있는데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욱 쉽게 다가가는 대중적 장르라고 생각한다"며 "DMZ영화제를 직접 오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다양한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마음을 여시고 어디서든 다큐를 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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