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황소' 황희찬이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리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튼 원더러스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왓포드와의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황희찬은 후반 교체 출전하며 프리미어리그와 울버햄튼에서의 데뷔전을 치렀고 후반 38분에는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황희찬은 이날 출전으로 역대 한국인 선수로는 14번째로 EPL 무대를 밟는 기록을 세웠다. 선수로 황희찬이 투입되기 직전까지 울버햄튼은 왓포드와 0-0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으나 후반 18분 황희찬이 등장한 이후로만 두 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황희찬의 교체카드가 팀 승리를 부르는 파랑새가 된 셈이다.

또한 이날 경기에서 울버햄튼은 시즌 첫 승과 첫 골 기록을 동시에 달성했다. 울버햄튼은 앞선 3경기에서 모두 0-1로 패하며 단 한골도 넣지 못했다. 후반 28분 터진 선제골은 왓포드의 프란시스코 시에랄타 머리를 맞고 들어간 자책골이었다. 후반 38분 마르샬의 슈팅이 공이 수비 다리를 맞고 굴러나온 공을 황희찬이 재차 밀어 넣으며 '올시즌 울버햄튼 선수가 자력으로 넣은 1호 필드골'의 주인공이 되었기에 더욱 뜻깊은 순간이었다. 첫 승을 신고한 울버햄튼은 단숨에 리그 13위로 뛰어올랐다.

황희찬은 득점 외에도 이날 전반적으로 공격에서 수비가담에 이르기까지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황희찬은 팬 투표에서 지지율 62.2%를 얻으며 이날 경기의 MVP에 해당하는 '킹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다. 유럽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닷컴'은 황희찬에게 7.6점의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울버햄튼이 황희찬을 영입한 이유를 첫 경기에서부터 증명하게 충분한 활약이었다.

황희찬은 데뷔전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황희찬은 전 소속팀이던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RB에서도 데뷔전이었던 2020년 9월 12일 2020-21시즌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64강전 뉘른베르크(분데스리가2)와의 원정경기에서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3-0 대승을 이끈바 있다. 정확히 1년만에 황희찬은 울버햄튼에서도 다시 한번 '데뷔전=데뷔골=팀 승리'의 기분좋은 공식을 이어갔다.

하지만 황희찬은 라이프히치에서의 이후 행보는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라이프치히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한 황희찬은 지난 시즌 각종 대회서 26경기에 출전해 3골 3도움에 그쳤다. 주로 교체 선수로만 활용되며 평균 출전 시간은 약 28분에 불과했고, 3골 모두 리그가 아닌 독일축구협회 포칼에서 기록했다. 중요한 리그에서는 18경기에서 도움 1개에 그쳤다. 시즌 중반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진돼 여러모로 운도 따르지 않았다.

황희찬을 중용하지 않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팀을 떠나고 잘츠부르크 시절 호흡을 맞췄던 제시 마치 감독이 라이프치히에 부임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라이프치히가 올시즌 공격수 안드레 실바와 브라이언 브로비를 영입하며 황희찬은 팀에 잔류했더라도 3, 4번째 공격 옵션에 불과했다. 내년에 있을 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을 위해서라도 출전 시간을 늘리는 게 중요했던 황희찬은 결단을 내렸다. 라이프치히가 독일 내 이적에 난색을 표하면서 오히려 꿈꿔왔던 EPL 무대로 눈을 돌리게 됐다.

울버햄튼은 1877년 창단해 1부리그 3회, FA컵 4회 우승을 차지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2016년 7월 중국 푸싱인터내셔널이 인수한 울버햄튼은 2017-18시즌 챔피언십(2부) 우승으로 EPL에 승격했고 최근 3시즌간은 7-7-13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누누 산투 감독이 토트넘으로 떠난 뒤 포르투갈 출신 브루노 라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사실 울버햄튼 팬들 사이에서도 황희찬의 영입을 바라보는 현지 분위기는 반신반의에 가까웠다. 황희찬은 중앙에서 2선까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수 있고, 돌파력과 몸싸움에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울버햄튼의 공격 다양성에 기여할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골결정력이 떨어지는 게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혔다. 라이프치히에서 주전경쟁에 밀린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손흥민과 설기현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인 공격수가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는 EPL에서 빠른 템포와 격렬한 몸싸움에 황희찬이 얼마나 적응할수 있을지가 변수였다.

황희찬은 울버햄튼에서의 데뷔전을 치르기 직전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어 치른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며 부활을 기대하게 했다. 황희찬은 이라크와의 1차전 무승부 이후 중요한 고비였던 레바논전에서 후반 15분 권창훈의 천금같은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한국의 최종예선 첫 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공을 잡을때마다 특유의 저돌적인 드리블을 이용한 돌파가 돋보였다. 손흥민의 부상과 황의조의 컨디션 난조라는 악재 속에서 유럽파중 가장 제몫을 다한 황희찬의 활약은 군계일학이었다.

대표팀에서 되찾은 자신감은 소속팀에서도 이어졌다. 황희찬은 첫 경기부터 득점과 팀승리를 동시에 이끌며 감독과 홈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울버햄튼 구단도 공식 SNS에 "얼마나 멋진 데뷔전인가"라는 문구를 올리며 황희찬의 활약에 기뻐했다.

현재 울버햄튼의 공격진은 라울 히메네스와 아다마 트라오레-프란시스코 트란캉으로 이어지는 스리톱이 중심이다. 황희찬은 이날 데뷔전에서는 트린캉과 교체되어 윙어로 투입됐다. 울버햄튼은 지난 2020-21 시즌도 팀득점이 36골로 EPL 20개 팀들 중 16위에 그쳤으며 올시즌도 4라운드까지 공격 3인방이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부동의 중앙공격수였던 히메네스가 지난해 아스널전에서 당한 두개골 골절부상 이후 올시즌 복귀했으나 예전만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측면 자원인 아다마 트라오레와 트란캉도 파괴력은 있지만 마무리능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황희찬이 이날 보여준 활약을 이어간다면 주전경쟁에서도 기대를 걸어볼만하다. 암울했던 라이프치히에서의 1년을 벗어나 EPL에서 황희찬의 새로운 비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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