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 3>의 한 장면.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 3>의 한 장면. ⓒ SBS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 3>(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가 중요 등장인물들의 비극적 최후를 보여주며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지난 10일 방송된 <펜트하우스 3> 최종회에서는 심수련(이지아)과 천서진(김소연), 로건리(박은석)간 엇갈린 악연과 복수극의 결말을 맺는 모습이 그려졌다.

심수련은 천서진을 도발하여 하윤철(윤종훈)을 살해한 사실을 자백하게 만든다. 로건리와 함께 이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하은별(최예빈)은, "아빠를 죽인 게 정말 엄마였냐"며 절망한다. 분노한 하은별은 직접 경찰에 전화를 하여 천서진을 신고한다. 자신을 잡으러 달려오는 경찰과 모든 진실을 알게된 하은별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천서진은 이 모든 것이 심수련 때문이라며 분노를 참지못하고 심수련을 벼랑에서 내밀어 떨어뜨린다.

천서진은 오윤희(유진)와 심수련을 살해한 죄목으로 법정에 선다. 천서진은 치매인 척 연기를 했지만 하은별이 증인으로 나서 천서진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간의 죄를 모두 폭로한다. 하은별은 천서진을 바라보며 "난 엄마의 기대를 채울 수 없어. 엄마 이제 더는 나 때문에 죄 짓지 마. 나도 벌 받을게"라며 목에 걸고 있던 날카로운 펜던트로 자해를 시도하며 피를 흘리고 쓰러진다. 눈물을 흘리며 충격에 빠진 천서진은 결국 모든 죄를 인정받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신드롬 일으켰던 <펜트하우스> 막 내려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 3>의 한 장면.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 3>의 한 장면. ⓒ SBS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된 배로나(김현수)는 주석훈(김영대)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키스를 나눈다. 강마리(신은경)는 해연건설 송 회장의 비서가 되었고, 이규진(봉태규)은 세신사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일확천금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석경(한지현)은 주단태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서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꿋꿋하게 삶을 꾸려간다. 배로나는 재회한 주석경을 저녁식사에 초대하며 오랜 앙금을 푸는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공연에서 오윤희의 기억을 떠올리며 추모한다.

한편 무기징역으로 복역 중이던 천서진은 후두암으로 수술을 받고 교도소에서 외출을 나와 하은별을 찾아간다. 하은별은 죽지 않았고 성당에서 지휘자로 일하며 조용히 속죄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천서진은 하은별을 멀리서 바라보다 "모든 것이 미안하다. 제 딸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 은별아, 엄마처럼 살지 마. 넌 꼭 행복해야 돼"라는 글과 함께 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바로 그 시간 하은별은 성당 사람들과 함께 천서진이 있는 교도소에서 공연을 하기 위하여 차에 오르며 엄마와 3년 만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었다. 비극적으로 엇갈린 두 모녀의 운명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로건리는 배로나의 공연을 지켜보다가 문득 관객석에서 심수련의 환영을 목격한다. 공연장 밖으로 나온 로건리는 심수련이 끌고온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여기서부터 3년 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다. 당시 심수련은 주단태를 살해하고 하윤철의 죽음을 지켜보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복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오윤희도 하윤철도 죽지않았을 텐데. 내 복수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아이들은 부모를 잃었다"라며 괴로워했다.

로건리는 심수련을 위로하며 천서진과의 만남을 앞두고 만약을 대비하여 특수 제작된 구명조끼와 GPS를 건넨다. 하지만 심수련은 로건리가 준비한 물건들과 약혼반지까지 두고 나갔고, 결국 벼랑에서 떨어져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제서야 심수련이 스스로 생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로건리는 오열한다.

심수련의 마지막 복수는 자신을 희생하여 천서진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동시에 속죄하는 것이었다. 달려오는 경찰 앞에서 심수련은 천서진의 팔을 붙잡고 벼랑에게 밀려서 떨어진 척 연기를 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

물속에서 심수련은 로건리를 회상하며 "한때 당신과 행복을 꿈꾼 적이 있었다. 당신 품이 따뜻하고 편안해서, 당신을 영원히 떠나고 싶지 않은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당신과 꿈을 꾸기엔 난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잃었다. 그들에게 용서를 빌러 간다. 우리의 죽음이 헛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 덕분에 염치없게도 행복한 삶이었다"라고 독백하며 최후를 맞는다.

그리고 로건리 역시 심수련이 죽은 뒤 골수암 재발로 치료까지 포기하고 사망한 상태였다. 공연장에서 두 사람의 재회는 먼저 영혼이 된 심수련이 로건리를 마중 나왔던 것. 배로나는 로건리의 초상화 앞에 꽃을 내려놓으며 "아저씨 잘 지내셨어요? 너무 오랜만이죠. 초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웃는 모습 보니까 안심이 돼요. 그곳에서 아프지 마세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배로나는 독창회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로건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다.

로건리와 심수련은 함께 결혼예복을 입고 하늘나라로 향한다. "떨린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고백하는 로건리에게 심수련은 "빨리 만나러 가요"라며 화답한다. 영혼이 되어 하얀 빛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끝으로 <펜트하우스>는 막을 내린다.

마지막까지 논란으로 오점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 3>의 한 장면.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 3>의 한 장면. ⓒ SBS

 
<펜트하우스>는 상위 1%만 입주가 가능한 헤라팰리스와 명문 예술고등학교 청아예고를 배경으로 '가진 자'들의 그릇된 욕망과 허영을 그려낸 서스펜스 복수극을 표방했다.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충격적인 전개,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는 잔혹한 표현수위,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며 지난해 10월 첫 방송돼 약 1년간 방영 내내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시즌 1 첫 방송부터 시즌3 최종회까지 총 48회 동안 자체 시청률로서는 큰 기복도 있었지만 최소한 동시간대 드라마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VOD와 온라인 동영상 조회수, 2049 시청률까지 꾸준하게 상위권을 지켰고, 중국과 일본 등 해외 팬들사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을 만큼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드라마를 대표하는 '악녀 쌍두마차'로서 활약한 김소연과 이지아는 오랜만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할 만한 열연을 선보이며 비현실적인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펜트하우스>의 핵심은, 각자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하여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펜트하우스'로 대표되는 자신의 부와 명성을 지키기 위하여, 누군가는 사랑하는 연인, 친구 혹은 자식을 지키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연대하고 복수한다.

다만 비슷하게 상류층의 추악함과 이중성을 다룬 <스카이 캐슬> <마인>과 달리 <펜트하우스>는 범죄스릴러에 가까운 복수극을 전면에 내세운다. 등장인물들은 상류층이라고 해도 주단태 정도를 제외하면 엄연히 일반인이건만, 대다수가 살인, 폭행, 방화, 도청, 감금 등 조폭이나 첩보액션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행위들을 시종일관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다.

평범한 일반인이 총을 쏘고 폭탄을 다루고, 감옥에서 탈출하거나, 죽은 인물이 다시 살아돌아오는 등 판타지에 가까운 장면들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이런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들은 이른바 '마라맛' 이야기로 불리우며 드라마의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지만, 시즌을 거듭하며 시청률만을 의식하여 개연성을 무시한 전개로 공감대를 잃는 원인이 됐다. '시즌제'라는 방식이 막장드라마의 고무줄 전개를 위한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는 나쁜 사례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했다.

사실상 새로운 서사가 부재했던 시즌3에 이르러서는, 회를 거듭 갈수록 억지스러운 이야기를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가거나 선혈이 쏟아지는 잔혹한 장면들로 채우며 비판의 수위도 높아졌다. 특히 지난 13회에서는 '광주 학동 붕괴 사고 장면'을 드라마에 사용하는 대형사고를 치는 등 마지막까지 논란으로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제작진은 지난 10일 방송된 최종회 오프닝을 통하여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장면을 재방송 및 VOD에서 삭제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펜트하우스>의 결말도 단순히 '권선징악'이라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복수극은 결국 누구도 승자가 없는 모두의 파멸로 끝난다. 주단태와 천서진은 물론이고, 그에 맞서 싸우던 오윤희-하윤철-심수련-로건리 등도 결국 선을 넘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다. 결과적으로 주요한 등장인물은 대부분 몰살당했다.

대신 속죄와 치유, 화해의 역할은 배로나-하은별-주석경 같은 자식 세대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지나친 욕망과 집착이 불러올 수밖에 없는 결과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끝까지 반전효과에만 기대어 허무한 결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펜트하우스>는 이른바 'K-막장드라마'의 장단점을 모두 극한까지 보여준 작품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만하다.
펜트하우스종영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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