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2년 연속으로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2020-2021시즌 정규리그 8위였던 삼성은 8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21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순위 추첨에서 16%의 확률을 부여받았고, 결국 수원 kt(2순위)-고양 오리온(3순위)을 제치고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20년 만에 1순위 지명권을 얻었던 삼성은 구단 사상 최초로 2년 연속으로 1순위 지명이라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삼성은 지난해에는 신인드래프트 사상 최초로 고졸 출신의 차민석을 1순위로 지명한 바 있다. 작년에는 대어급 선수들이 별로 없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차민석 지명은 미래를 내다본 육성에 가까웠다면, 올해는 즉시전력감으로 꼽히는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다. 향후 10년 농사를 좌우할 수 있는 드래프트라는 점에서 삼성의 이번 선택에 더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1순위는 사실상 하윤기(고려대)와 이정현(연세대)의 2파전이 유력하다. 대학 최고의 센터로 평가받는 하윤기는 지난 6월 성인 국가대표팀에 승선하여 2021 FIBA 아시아컵과 올림픽 최종예선에 활약했다. 아시아컵 태국 전에서 34득점 10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으며 대학농구 U-리그 왕중왕전에서는 평균 17.3점 7.7리바운드 3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치며 이미 대학무대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빅맨임에도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슈팅가드 이정현은 소속팀 연세대를 올해 대학리그 1,3차대회, MBC배 전승 우승으로 이끌었다. MBC배에서는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대학 레벨이기는 하지만 혼자서 득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췄고, 접전 상황에서는 여러 차례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의 선택을 예상하자면 현실적으로는 하윤기에 좀더 무게가 기운다. 두 선수 모두 훌륭한 자원이지만 KBL에서 여전히 확실한 토종빅맨이 가지는 메리트는 크다. 어차피 삼성은 김준일이 창원 LG로 이적하면서 4 번 포지션이 비어있는 상태다. 현재 삼성 로스터에서 이 자리에 활용할 수 있는 선수는 김동량, 배수용, 차민석 정도인데 그나마도 이들 모두 정통빅맨이나 확실한 주전급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 또한 삼성에는 하윤기의 능력을 잘 살릴 수 있는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인 김시래도 있다.

다만 가드진 중심의 빠른 농구를 추구하겠다면 예상을 깨고 이정현을 선택할 수도 있다. 삼성의 가드진은 김시래-천기범-이동엽-김현수 등이 있지만 이관희(창원 LG)의 이적 이후 공격력과 높이를 갖춘 확실한 2번 자원이 없다. 이정현은 득점력이 뛰어난 데다 대학 시절 간간이 리딩까지 소화하기도 했다. 삼성은 지난 시즌에도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 부족으로 잘싸우다가 4쿼터에 마무리가 되지 않아 내준 경기가 많았다.

무엇보다 이번 드래프트는 이상민 감독에게 주어진 '마지막 찬스'에 가깝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삼성 구단과 2년 재계약을 맺었던 이상민 감독은 지난 시즌 24승 30패로 7위에 그치며 6강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오는 2021-22시즌이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이상민 감독은 2014년 삼성 지휘봉을 잡은 이래 무려 7시즌간 팀을 이끌었다. 두 번의 재계약을 거치며 다음 시즌까지 계약기간을 채우면 안준호 전 감독(2004-05시즌~2010-11시즌, 378경기 203승 175패)의 기록을 뛰어넘어 '삼성 구단 역사상 최장수 감독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성과는 임기에 비례하지 못했다. 7시즌간 플레이오프 진출은 불과 2회에 그쳤고,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꼴찌만 2번이나 기록하는 굴욕을 당했다. 삼성에서 통산성적은 367경기 153승 214패 129승 184패(승률 0.416)로 5할도 되지 않는다. 허재-문경은과 더불어 한국 프로농구 역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이라는 명성과 기대치에는 크게 못미친 결과였다.

2016-17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으나 안양 KGC에서 패하여 준우승을 기록하며 최고성적을 찍은 이후, 최근 4시즌 연속 6강진출에 실패하며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2020-21시즌에도 널뛰기 성적을 거듭하다가 지난 2월 초 이관희를 LG에 내주고 김시래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로 6강 진출에 승부수를 띄웠으나, 김시래가 3월 초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속에 또다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상민 감독이 초라한 성과에도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여전한 스타성과, 모험을 꺼린 구단의 보수적인 마인드 덕분이었다. 삼성이 2000년대 전성기처럼 스포츠단에 일등주의를 고집하며 전폭적인 투자만큼 성적을 요구하는 팀이었다면 이상민 감독은 진작에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을 것이다. 대신 2020년 이상민 감독과 재계약을 하고도 기간이 고작 2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은, 마지막 기회에도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구단도 더 이상 인내심을 가지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삼성은 이상민 감독이 추구하는 컬러에 부합하는 외국인 선수였던 아이재아 힉스와 재계약했고 부상에서 회복한 김시래도 삼성에서의 첫 풀시즌을 앞두고 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하윤기 또는 이정현을 뽑아 취약 포지션까지 메운다면 6강 이상을 기대할만한 전력이다.

이상민 감독은 10개구단 사령탑 중 나이로는 여전히 막내급(SK 전희철 감독에 이어 2번째)이지만 감독 연차로는 어느덧 중견급이 됐다. 약점으로 꼽히던 작전구사나 경기운영 능력은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개선이 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노련한 감독들과의 수싸움에서 부족하고 선수를 보는 안목이나 육성능력에도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상민 감독에게 2021-22시즌은 증명이 필요한 시간이다. 어쩌면 이상민 감독의 운명을 좌우할 복선이 될 수 있는 신인드래프트는 28일 오후 2시 30분 잠실학생체육관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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