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방영된 SBS '맛남의 광장'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SBS '맛남의 광장'의 한 장면 ⓒ SBS

 
SBS 예능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이 지난 9일 90회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19년 9월 파일럿 방영, 12월 정규 편성된 이래 약 2년 만에 종영한 <맛남의 광장>은 그간 판로를 찾지 못하고 고사 위기에 빠졌던 농·축산물 및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힘써온 프로그램이었다. 인기 못잖게 각종 '빌런'(악당) 출연자들로 인해 종종 논란에 빠지곤 했던 <백종원의 골목식당>과는 대비되는 착한 예능으로 지난 2년 동안 숨차게 달려왔다.

다시 '맛남'이... 화제의 농·축산물 재소환
 
 지난 9일 방영된 SBS '맛남의 광장'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SBS '맛남의 광장'의 한 장면 ⓒ SBS


​<맛남의 광장> 마지막회의 주제는 '다시 맛남이'였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소개되었던 농·축산물 중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요리, 식재료를 재소환해 지금까지의 방송분을 총정리하는 알찬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김희철, 유병재 등 '농벤져스' 1기 멤버들과 더불어, 과거 방송분에 등장했던 농가에 백종원이 직접 방문해 그때와 달라진 요즘을 소개한 <맛남의 광장>은 방송의 선한 영향력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기회를 최종회로 담아냈다.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도 뿔소라는 방송에 등장한 이후 판매가 급증하고 소매업체에서도 문의가 쇄도하는 등 예전과는 180도 달라진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 돼지고기 중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부위들의 활성화에도 <맛남의 광장>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뒷다리살 등을 이용한 '한돈 제육면'은 높은 관심 속에 SNS 공간 속 인기 레시피로 각광받았고 월드스타 BTS도 직접 출연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면 받았던 갈색 팽이버섯 또한 방송 소개 이후 무려 12배 이상 생산량이 증가하는 등 돌파구 마련에 큰 힘을 얻었단다.

​이와 더불어 최예빈, 최원영, 곽동연 등 2기 '농벤져스' 멤버들은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한돈제육면, 제주식 뿔소라회, 마라 갈색 팽이버섯 떡볶음 등 사랑을 받았던 화제의 요리를 다시 준비했다. 이를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두며 시청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대면 방식에 최적화된 기획... 코로나 여파 속 어려움
 
 지난 9일 방영된 SBS '맛남의 광장'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SBS '맛남의 광장'의 한 장면 ⓒ SBS

 
<맛남의 광장>이 방영 초반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시청자들과의 만남이었다. 전국 각지의 휴게소 한편을 빌려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판매하며, 우리가 외면했거나 존재조차 몰랐던 식재료들을 직접 맛으로 보여주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백종원의 신뢰도 및 방송 파급력에 힘입어 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지에서 판매된 농산물들 역시 즉시 품절될 만큼 <맛남의 광장>은 확실한 성과를 거두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될수록 화제성과 이목을 이끄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인기 정착에 한 몫을 담당했던 시청자 대면이 코로나의 확산세로 중단되면서 <맛남의 광장>은 동력을 점차 상실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 라이브, 드라이빙 스루 시식회, 비대면 화상 요리 강습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미봉책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 6월 멤버 교체를 통한 분위기 쇄신에도 돌입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7~8월 개최된 도쿄 올림픽 여파로 인해 2%대까지 하락한 시청률은 결국 종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만들었다.

백종원의 위기 vs. 농산물 소재 예능의 한계
 
 지난 9일 방영된 SBS '맛남의 광장'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SBS '맛남의 광장'의 한 장면 ⓒ SBS

 
​<맛남의 광장> 종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년에 걸쳐 사랑받아왔던 백종원표 예능이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은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SBS뿐만 아니라 여러 채널에서 백종원이 진행하는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MBC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마!>, SBS <맛남의 광장>이 종영했고 8부작 구성의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 KBS <백종원의 클라쓰> 또한 기대치에 미흡한 반응을 얻는 데 그쳤다. OTT 플랫폼 티빙의 <백종원의 사계> 또한 사정은 비슷했다.

음식 예능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종영을 부채질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견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예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백종원 예능은 결과적으로 새로움 대신 익숙함을 반복하는 실책으로 이어졌다. 과거 <집밥 백선생>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등을 떠올리게 만든 이들 예능은 결국 금세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농산물 및 농가 돕기 예능의 한계도 빼놓을 수 없다. 비대면 방식에 의존한 프로그램 제작만으론 시청자들을 끌어 당기는 흡인력이 기대만큼 크지 않았기에 결과적으로 낮은 시청률, 화제몰이가 이뤄졌다. 이는 비슷한 소재를 담고 있는 KBS 2TV <랜선장터>에서도 쉽게 목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청자들과의 현장 만남을 할 수 없다보니 폭넓은 기획을 담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비록 아쉽게 종영되긴 했지만 <맛남의 광장>은 방송의 선한 영향력을 몸소 실천하면서 의미 있는 2년의 시간을 이어왔다. 지금의 상황이 호전된다면 그간의 약점을 보완해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대하면서 그간의 노고에 격려와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맛남의광장 백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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