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이라크 수비를 드리블로 돌파하고 있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이라크 수비를 드리블로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리는 아시아 강호들의 전력이 베일을 벗었다. 모두 12개팀이 6개팀씩 A, B조로 나뉘어 각 10경기를 펼치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9월 3~8일간 각 팀들은 초반 2경기씩을 나란히 소화했다. A조는 이란과 한국, B조는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1, 2위를 차지하며 먼저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1차전이 '언더독의 이변'이었다면, 2차전은 '강호들의 반격'으로 요약된다. 1차전에서 B조의 일본이 홈에서 오만에게 덜미를 잡혔고, A조의 한국은 이라크와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전통의 강팀들이 주춤했다. 이란과 사우디도 이겼지만 내용상으로는 상당히 고전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호주-이란-사우디 등이 모두 이변없이 승리를 따내며 결국 올라올 팀은 올라온다는 것을 증명했다.

A조의 이란, B조의 호주와 사우디는 나란히 2연승을 거두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한때 2차예선에서 고전하며 탈락위기까지 몰렸던 이란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전력이 점차 살아나는 모습으로 강호다운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란은 시리아와의 첫 경기에서 1-0으로 진땀승을 거뒀으나 2차전에서는 한국과 무승부를 기록한 라이벌 이라크를 3-0으로 가볍게 완파하며 한 수 위의 전력을 과시했다.

호주는 중국을 3-0, 베트남을 1-0으로 각각 제압했다. 사우디는 베트남을 3-1, 오만을 1-0으로 꺾었다. 하지만 내용상으로 살펴보면 호주가 중국을 완파한 것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을 초반에 만나고도 압도하지 못했다. 사우디는 베트남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가 상대 퇴장으로 인한 수적열세를 등에 업고 겨우 역전했으며 오만에게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약체로 예상됐던 베트남과 오만의 기대이상 동반 선전은 B조의 판도에 흥미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호주와 사우디라는 아시아 정상급 강호들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줬으나 후반 체력과 피지컬이 아쉬웠고, 오만은 특유의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일본을 원정에서 잡아냈으며 사우디 역시 상당히 괴롭혔다. 아직은 격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시아축구의 전력이 점차 평준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시아 최종예선, 전반적으로 저조한 득점력
 
 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상대선수를 제치고 드리블을 이어가고 있다.

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상대선수를 제치고 드리블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A조는 '늪축구'로 요약되는 진흙탕 양상이 더 두드러졌다. B조에서는 아직까지 무승부 경기가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과 달리 A조 6경기 중 절반에 이르는 3경기가 무승부였다. A조에는 2연패를 당한 팀이 없고 3위 UAE(2무)를 비롯하여 시리아-레바논-이라크(1무1패)까지 모두 승점 1점 이상을 챙겼다. 한국을 제외하고 모두 중동팀들로 구성된 A조는, 약팀들이 지지 않는 데 무게를 둔 수비적인 전술에 침대축구(시간지연플레이)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떠올랐다.

동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한국과 일본은 분발이 요구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홈에서 치른 2연전에서 1승 1무로 다소 아쉬운 성적에 그치며 중동팀과 밀집수비 공략법에 대한 불안감을 드리웠다. 전력상 한 수 아래인 이라크-레바논을 상대로 2경기에서 총 35회의 슈팅을 날려 1골에 그친 빈약한 득점력이 가장 큰 고민이다.

벤투호 득점 1, 2위인 손흥민과 황의조가 나란히 부진과 부상에 허덕이며 제 몫을 해주지 못했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빌드업 축구에 집착하는 벤투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제 남은 경기의 절반 이상이 벤투호가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중동팀들과의 원정경기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첫 경기에서 오만에 덜미를 잡히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2차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신승하며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유럽파를 포함한 최정예 전력을 가동하고도 경기력은 답답했던 데다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호주-사우디와는 아직 만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자국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종예선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팀으로는 역시 중국이 꼽힌다. 중국은 B조에서 베트남과 함께 나란히 2패를 기록했으나 골득실에서 1골이 더 뒤져서 최하위로 추락했다. 초반부터 호주-일본이라는 강팀들을 만나는 대진순서가 좋지 않았다는 핑계도 있지만, 베트남 역시 같은 2연패에도 사우디-호주같은 강팀들과 정면승부를 펼치며 '졌잘싸'라는 호평을 받은 것과 감안할 때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졸전에 그쳤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축구굴기'를 꿈꿨던 중국은 귀화선수들의 영입과 장기합숙훈련 등으로 이번에야말로 월드컵 본선에 나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지만 일찌감치 최하위로 전락하며 '축구굴욕'만 되풀이하고 있다.

아시아 최종예선은 전반적으로 득점력이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경기에서 18골에 그치며 경기당 1.5골에 불과했다. 이 중 절반에 이르는 6경기가 1-0 승부였다. 중동팀이 많은 A조가 6경기 7골로, 11골이 터진 B조보다 더 극심한 빈공을 드러냈다. 12경기 중 두 팀이 모두 1골 이상 득점에 성공한 경기는 A조 2차전 시리아-UAE(1-1), B조 1차전 사우디-베트남(3-1) 뿐이고 무려 10경기에서 한 팀 이상 무득점에 그치는 팀이 나왔다.

객관적인 전력이 약한 팀들이 수비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강팀들이 밀집수비를 파훼할 만한 전술적 공략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중동팀들의 노골적인 침대축구, 아시아 축구계가 확실한 대형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번 아시아 최종예선은 매경기 종반까지 승리를 예측할 수 없는 긴박한 승부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럽이나 남미에 비하여 경기를 보는 재미와 창의성이 떨어지는 '재미없는 안티풋볼'에 가깝다는 한계는 아시아축구가 극복해야 할 숙제다.

※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연전 결과

A조
1차전
대한민국 0-0 이라크
이란 1-0 시리아
UAE 0-0 레바논

2차전
대한민국 1-0 레바논
이라크 0-3 이란
시리아 1-1 UAE

B조
1차전
일본 0-1 오만
사우디 아라비아 3-1 베트남
호주 3-0 중국

2차전
중국 0-1 일본
오만 0-1 사우디 아라비아
베트남 0-1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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