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골 환호하는 권창훈  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 권창훈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첫골 환호하는 권창훈 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 권창훈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드디어 터졌다. 지독한 골 결정력 부족을 앓은 한국 축구가 권창훈의 시원한 한 방으로 레바논 침대축구를 무너뜨렸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첫 승을 거두며, 9월 열린 2연전에서 1승 1무(승점 4)를 기록하게 됐다.

권창훈 투입 효과, 벤투 감독의 완벽한 용병술 

벤투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포백은 이용-김민재-김영권-홍철이 포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황인범, 2선은 이재성-이동경, 최전방은 나상호-조규성-황희찬으로 구성됐다. 

경기 초반 이동경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작으로 세트 피스에서도 김민재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는 등 레바논 수비를 위협했다. 짧은 패스에만 의존하며 템포를 늦추는 것을 지양하는 대신 모험적이면서 전진 패스의 비율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반 9분 김민재의 타점 높은 헤더 패스를 이재성이 백헤더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10분에는 이동경의 왼발 발리슛이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전반 15분 이재성이 센스 있게 원터치 패스로 넘겨주며 황희찬에게 공간이 생겼지만 강력한 왼발슛이 골키퍼 선방으로 무산됐다. 

레바논은 예상 대로 최대한 자신들의 진영으로 내려앉으며 수비 위주의 전략을 들고나왔다. 숨겨놨던 침대축구 본능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전반 25분 이동경이 박스 안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시도한 오른발 슛은 다시 한 번 골키퍼에게 가로막혔다. 전반 32분 황인범은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레바논 수비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전반 48분에도 황인범 중거리, 이동경의 결정적인 슈팅을 연거푸 레바논 바타르 골키퍼가 펀칭했다. 결국 전반을 득점없이 마감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조규성 대신 황의조를 교체 투입했다. 후반 13분에는 나상호, 이동경을 불러들이고, 송민규와 권창훈을 넣었다. 용병술은 2분 만에 적중했다. 홍철이 왼쪽 빈공간으로 전진 패스를 찔러넣었고, 황희찬이 낮게 크로스 한 공을 쇄도하던 권창훈이 왼발로 마무리지었다. 

이후 레바논은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이에 벤투 감독은 중원에서 안정을 불어넣을 손준호를 교체 투입했다. 

후반 42분 한국은 레바논이 올라온 틈을 놓치지 않고 카운터 어택으로 기회를 잡았다. 황인범의 패스를 받은 송민규가 아크에서 오른발로 감아찼지만 골문 위로 떠올랐다.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슈팅이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한국은 한 골차 승리로 승점 3을 획득했다. 

과감하고 빠른 속도 전환, 이라크전보다 향상된 경기력 
 
손흥민 '잘했어 권창훈' 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 손흥민이 경기가 끝난 후 골을 넣은 권창훈을 격려하고 있다.

▲ 손흥민 '잘했어 권창훈' 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 손흥민이 경기가 끝난 후 골을 넣은 권창훈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이라크와의 1차전에서 득점없이 0-0으로 비겼다. 최악의 졸전이었다. 단조로운 공격 패턴, 점유율 증대, 느린 패스 전개에만 머물렀다.

정작 상대 밀집 수비를 무너뜨리는 세부 전술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슈팅 기회가 생길 때 적극성 부족이 아쉬웠다. 슈팅을 아끼고 패스에 의존하거나 느린 템포의 빌드업은 전술적 한계를 드러냈다. 

중동 5개국과 한 조에 속한 한국으로선 첫 단추를 잘못꿰며 향후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만약 이번 레바논전에서도 승점 3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 2선 공격진들의 부진은 벤투 감독을 고민에 빠뜨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이라크전에서 손흥민, 황의조, 이재성 등 해외파들이 정상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며 끝내 무득점에 머물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손흥민이 하루 전 훈련 이후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선발 라인업도 지난 경기와 비교해 대폭 바뀌었다. 김문환, 손준호, 송민규, 손흥민, 황의조 대신 이용, 이동경, 황희찬, 조규성, 나상호가 선발 출장했다. 최전방 스리톱이 모두 물갈이 된 것이 핵심포인트였다. 

경기 전 벤투 감독이 "더 적극적이고, 더 빠른 공격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대로 이날 한국은 이라크전보다 좀 더 향상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레바논은 지난 6월 2차예선 때와 마찬가지로 틈나는 대로 침대축구을 일삼았다. 약한 충돌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그라운드에 드러누우며 교묘하게 시간을 소진했다. 

그러나 한국은 과감한 전진 패스, 빠른 쇄도, 공간이 열리는 즉시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에는 홍철과 황인범이 모험적인 패스를 전방으로 뿌렸다면, 황희찬은 저돌적이고 적극적인 돌파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후반 15분에는 이러한 전략적 변화가 맞아떨어졌다. 홍철의 빠른 전진 패스가 선제골의 시발점이었다. 황희찬은 빠르게 공간으로 침투한 뒤 레바논 수비가 정돈되기 전에 컷백 크로스를 날렸다. 권창훈은 교체 투입 2분 만에 빠른 쇄도와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동경 대신 권창훈을 투입한 벤투 감독의 용병술도 적중했다. 

승리하긴 했지만 과제도 남아있다. 2경기에서 겨우 1골을 터뜨리는 데 그친 골 결정력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향후 중동 원정에서는 더욱 어려운 조건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은 다음달 시리아, 이란과 최종예선 2연전을 갖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
(수원월드컵경기장, 2021년 9월 7일)
한국 1 - 권창훈(도움: 황희찬) 60'
레바논 0 


선수 명단
한국 4-3-3 : 김승규 - 이용, 김민재, 김영권, 홍철 - 황인범(89'주세종) - 이재성(72'손준호), 이동경(58'권창훈) - 나상호(58'송민규), 조규성(46'황의조), 황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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