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간 상위권을 지켜왔던 팀이었기에 지금의 자리가 더 낯설게 느껴진다.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두산 베어스가 9월 7일을 기준으로 5위 아래로 떨어졌던 적은 지난해까지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8월 24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3연승을 질주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듯했지만, 5위권 팀들과 거리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4일 경기 이후에는 8위였던 롯데 자이언츠와 승차가 사라지면서 7위 사수마저 위태로웠다.

외국인 투수 미란다를 제외하면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마운드 전력이 다소 약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타선의 부진도 분명 두산이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다. 최주환(SSG 랜더스)과 오재일(삼성 라이온즈)의 이적 이후 성공적으로 내야진을 보강했음에도 그동안의 두산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와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왼쪽부터) 양석환-박계범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와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왼쪽부터) 양석환-박계범 ⓒ 두산 베어스


공-수에서 힘 보태는 '역대급 이적생' 양석환, 박계범

한 명은 프로 데뷔 이후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갈아치웠고, 다른 한 명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다. 어쩌면 두 선수가 없었다면 두산의 순위는 지금보다 낮았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현재 양석환, 박계범이 두산 야수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홈 구장을 옮긴 것도 아니고 그저 유니폼만 바뀌입은 양석환은 트레이드를 통해 본인의 야구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오자마자 주전 1루수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았고, 전반기에만 16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예고했다.

후반기가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가는 가운데, 벌써 7개의 홈런을 더한 양석환은 2018년 22홈런을 넘어섰다. 잔여 경기 수가 40경기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0홈런을 채우는 것도 어렵지 않을 듯하다. 이적 이후 풀타임 1루수로서 출전 기회를 확실하게 보장 받으면서 펄펄 날고 있는 모습이다.

기록 면에서는 활약상이 크게 부각되진 않았으나 박계범의 흐름도 나쁘지 않다.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2019년 58경기, 2020년 80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1군서 적잖은 경기를 경험한 박계범도 양석환과 마찬가지로 주전 자리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다.

양석환과 마찬가지로 박계범 역시 커리어하이 시즌이 유력하고, 여기에 안정감 있는 내야 수비도 박계범의 가치를 끌어올린 점이다. 주로 2루수와 유격수로 나서기도 하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3루 수비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FA 이적으로 인한 공백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2년간 매 시즌 190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했던 페르난데스의 세 번째 시즌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년간 매 시즌 190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했던 페르난데스의 세 번째 시즌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이적생들보다 못하고 있는 '우승 주역'들의 현실

빠르게 두산에 적응한 두 선수와는 달리 오히려 지난해까지 기존에 팀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헤매는 중이다. 후반기 타율이 3할을 넘는 선수가 '이적생 듀오' 양석환-박계범 두 선수가 전부라는 것이 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역시나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의 부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유의 몰아치기'로 3년 연속 최다안타 타이틀에 도전한 페르난데스는 후반기 들어 22경기 타율 0.235 1홈런 10타점으로, KBO리그에 새롭게 합류한 대체 외국인 타자들보다도 공격력이 저조하다. 한 달 사이에 무려 8개의 병살타를 친 것도 체감상 페르난데스의 부진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도쿄올림픽을 다녀온 주전 3루수 허경민의 부진도 길어지는 모양새다. 후반기 타율이 2할도 채 되지 않고, 타순 변화도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허경민을 대신해 박계범이 주전 3루수로 나서기도 했다. 아무리 유틸리티 플레이어라고 하더라도 내야진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 줘야 하는 선수는 허경민이다.

출전 기회가 줄어든 정수빈을 제쳐낸 외야수 김인태는 주전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나름 선방했던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들어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하락세를 드러내고 있다.

안방을 지키는 두 명의 포수, 박세혁과 장승현의 부진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페르난데스, 허경민과 더불어 2년 전만 해도 팀의 기적 같은 통합 우승에 기여했던 박세혁까지 주전급 타자들이 한꺼번에 부진에 빠진 게 뼈아프다. 순위 도약을 노리는 두산으로선 돌파구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결국 그때 '우승 주역'들이 살아나야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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