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에서 호투하고 있는 김민우

김민우 ⓒ 한화이글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김민우가 마침내 데뷔 첫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김민우는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7.2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호투로 한화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 팀으로서도 평소보다 각별한 의미가 있는 1승이었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2015년 안영명(10승)에 이어 6년 만의 토종 10승 투수를 배출하게 됐다. 안영명은 당시 선발로 27경기, 구원으로 8경기에 나왔는데 10승은 모두 선발승으로 따냈다. 그 이전까지 20대 한화 투수로는 2011년 류현진(11승)이 마지막이었다.

김민우는 2015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되어 올해로 데뷔 7년차를 맞이했다. 입단 직후부터 한화 마운드의 미래로 꼽히며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고교시절부터 프로 데뷔 첫해까지 누적된 혹사의 후유증으로 인한 부진과 부상, 한화의 허약한 팀전력으로 인한 타선과 수비의 지원 부족 등으로 좀처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한화가 본격적인 리빌딩 모드에 돌입한 2020년(26경기 132.2이닝 5승 10패 자책점 4.34)부터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2021시즌들어 마침내 한화 팬들이 기대하던 토종 에이스로 각성했다.

김민우는 전반기 16경기에서 88이닝을 던지며 9승5패 평균자책점 3.89로 호투했다. 여느 팀의 1.2선발급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성적표였다. 10승은 사실상 예약해놓은 상태로 보였고, 나아가 2010년 류현진(16승 4패) 이후 한화 토종투수로서는 11년만의 15승 이상도 도전해볼수 있는 페이스였다.

비록 소속팀 한화의 성적은 예상대로 전력 열세를 극복하지못하고 최하위에 그치고 있지만, 김민우의 눈부신 활약상은 한화 팬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리그에서의 우수한 활약상을 인정받아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야구 국가대표팀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마냥 꽃길만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야구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6개국중 4위에 그치며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김민우는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분전했으나 경기를 거듭하며 구위가 점점 떨어졌다. 미국전과 이스라엘전까지는 2경기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였던 도미니카와의 중요한 동메달 결정전에서 선발등판하고도 0.1이닝만에 홈런 2개를 허용하는 등 4실점으로 1회도 채우지못하고 무너져 최악의 모양새로 올림픽을 마무리하게 됐다.

선발투수로서의 루틴에 익숙해져있던 김민우가 예선전에 불펜 등판해 멀티 이닝을 소화한 뒤 하루를 쉬고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식으로 불규칙하게 기용되며 체력과 투구감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나마 팀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불펜과 타선의 부진, 코칭스태프의 용병술에 책임론이 쏠리며 김민우를 비판하는 반응은 거의 없었다.

올림픽의 후유증이 컸던 탓인지 김민우는 KBO리그 재개후에도 한동안 슬럼프에 허덕였다.후반기 3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3경기에서 승리없이 2패 11.1이닝 9실점에 그쳤다. 제구가 흔들리며 이닝당 투구수는 전반기 17.4개에서 21.4개로 급격히 증가했고, 땅볼과 뜬공 비율도 감수하며 투구 감각을 잃은듯한 모습이었다. 김민우에게 올림픽 출전이 오히려 독이 된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만큼 구위가 크게 떨어진 모습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사실 정상적인 선수관리를 생각하면 대표팀 복귀 후 일정한 휴식 기간을 주거나 잠시라도 2군에서 재조정 기간을 거치는게 가장 이상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인 라이언 카펜터와 닉 킹험 외엔 안정적인 선발 투수가 없는 꼴찌 한화의 마운드 여건상 그럴만한 여유는 사치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김민우가 올림픽의 경험을 자양분삼아 스스로 이겨내기를 기대했다.

다행히 김민우는 KIA전에서 3전 4기에 성공하며 아홉수를 탈출했다. 2회 외야수의 실책성 수비가 겹치며 최형우의 3루타와 류지혁의 내야땅볼로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이후로는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구위 자체는 여전히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효율적으로 맞춰잡는 피칭으로 좀처럼 연속타를 허용하지않고 KIA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한화 타선도 정은원이 2안타 2득점, 페레즈와 장운호가 각각 2안타 1타점, 최재훈은 1안타 3사사구로 4출루를 기록하며 김민우의 10승을 지원했다.

수베로 감독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사실 원래는 "김민우를 이날도 빨리 내릴 것을 고민했으나 대화 이후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해서 이닝을 길게 가져가게 했다."는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수베로 감독은 10승 달성을 축하하며 "김민우가 대단한 경기를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쿄에서의 아픔과 후반기 난조에도 김민우는 여전히 한화의 토종 에이스다. 김민우의 성장은 한화 리빌딩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상징과도 같다. 김민우를 향한 수베로 감독과 선수단의 신뢰가 남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데뷔 첫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김민우의 다음 목표는 이제 시즌 전 목표이기도 했던 개인 첫 정규이닝(144이닝) 소화 달성을 비롯하여 3점대 자책점 복귀-두 자릿수 탈삼진 등에 도전한다. 김민우는 현재 107이닝을 소화하며 10승 7패, 자책점 4.04, 탈삼진 93개를 기록중이다.

한화는 정민철-송진우-구대성-이상목 등 수많은 투수 레전드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류현진 이후로 레전드는 고사하고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선발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0년대 한화의 마지막 토종 10승 투수였던 안영명도 2015년 이후 다시 그만큼의 활약을 재현하지 못했고 현재는 KT에서 불펜투수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95년생인 김민우는 앞으로도 10년 가까이 한화 마운드를 책임져줘야할 투수다. 한화에는 김민우가 국가대표와 10승 달성이라는 성과에 안주하지말고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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