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막을 올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한민국-중국-일본 3국은 모두 1차전에서 첫 득점과 첫 승을 신고하는 데 실패했다. A조의 한국이 이라크에 홈에서 0-0으로 비기며 승점 1점에 만족해야했고, B조의 일본은 오만에 0-1, 중국은 호주에 0-3으로 패했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월드컵 단골손님이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9회 연속, 일본은 1998 프랑스 대회부터 6회 연속으로 월드컵 티켓을 놓친 적이 없다. 두 팀 모두 객관적인 전력과 피파랭킹, 상대 전적 등에서 월등한 우세를 보이고도 한 수아래로 꼽힌 팀들을 홈으로 불러들여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은 큰 충격이었다. 한국은 이라크와의 상대 전적에서 7승 12무 2패를 기록했고, 일본은 오만(9승3무1패)에게 역사상 A매치 첫 패배를 당했다.

중국이 또다른 강호 호주에게 패한 것은 이변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정작 중국 현지에서는 완패에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중국은 이번 최종예선을 앞두고 귀화선수들을 대거 합류시키는가하면 경기 장소인 카타르 도하에서 일찌감치 대규모 합숙훈련을 진행하는 등 어느 때보다 파격적인 지원과 준비를 아끼지 않았기에 형편없는 경기력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 팀 모두 다음 경기가 매우 중요해졌다. 한국은 7일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레바논과 2차전을 치른다. 공교롭게도 일본과 중국은 8일 중립지역인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맞붙게 됐다. A조의 이란과 B조의 호주-사우디가 각각 첫 승을 신고하며 선두권으로 올라선 가운데, 한중일은 2차전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최종예선이 가시밭길이 된다.

특히 일본-중국전은 그야말로 단두대 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두 팀은 벌써부터 감독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두 팀 모두 자국 스타 출신인 모리야스 하지메와 리티에 감독이 각각 지휘봉을 잡고 있다. 2차전에서 패하는 팀은 이번 아시아 최종예선 '1호 경질'의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될수 있다.

모리야스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으로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레전드였으며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이력을 갖고 있다. A매치에도 35경기에 출전했으며 1993년 미국월드컵 예선 도하의 기적(일본에게는 도하의 비극) 당시 멤버이기도 했다. 2017년 도쿄올림픽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었고, 2018년에는 니시노 아키라 감독을 보좌하는 A대표팀 코치로서 일본의 러시아월드컵 16강진출에 공헌하기도 했다. 월드컵 이후 아키라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물려받으며 일본인 감독으로서는 최초로 A팀과 올림픽팀을 겸임하게 됐다.

모리야스 체제의 일본은 전체적인 승률은 준수하지만 뭔가 확실하게 내세울만한 결과물이 없다는 점에서 애매하다. 모리야스 일본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U-23), 2019 아시안컵 준우승, 2020 도쿄올림픽 4강 등의 성적을 기록했다.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한 2019 코파아메리카와 2020 AFC-U23 챔피언십에서는 각각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코파는 올림픽을 대비하여 23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됐고, AFC U23 챔피언십은 이미 개최국으로 올림픽 진출자격이 확정된 상황이라 선수실험에 중점을 뒀다는 변명거리가 있지만, 두 번의 결승전에서 고배를 마신 것과 홈에서 개최된 올림픽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도 노메달에 그친 것은 뼈아팠다. 다만 한국축구에게는 지난 3월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0-3의 굴욕을 안겨준 아픈 추억도 있다.

애초에 모리야스 감독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려고 했던 일본 축구협회가 협상에 실패하며 차선책으로 내놓은 카드에 가까웠다. 모리야스 감독은 기존의 일본 대표팀 감독들과 달리 실리축구를 추구해왔지만, 정작 지난 3년간 중요한 경기마다 무리하게 변칙적인 전술을 구사하다가 실패하거나 상대팀 감독들의 수싸움에서 자꾸 밀리는듯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어서 자국 내 여론이 악화된 상태였다. 일본 '도쿄 스포츠'등 현지 언론들은 지난 4일 "일본 축구협회는 중국과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도 패하면 모리야스 감독을 무조건 경질시킬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축구굴기를 기대한 중국도 리티에 감독의 운명이 풍전등화다. 현역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국 선수로는 드물게 유럽에 진출하여 잉글랜드 에버튼-셰필드 유나이티드 등에서 활약했던 리티에는 A매치에도 92경기나 출전한 스타 출신 감독이다. 지도자로서도 자국인 감독이 드문 중국 슈퍼리그에서 촉망받는 젊은 지도자로 주목받았다. 다만 한국팬들에게는 2019년 우한 감독 시절 한국인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상하이 선화와의 경기에서 벌어진 폭언과 비매너, 2019년 동아시안컵(E-1 챔피언십)에서 중국대표팀이 보여준 '소림축구' 등으로 좋지않은 인상을 남겼다.

리티에 감독은 2020년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이탈리아 출신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후임으로 중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리티에의 중국은 올해 5-6월에 열린 월드컵 2차예선에서 깜짝 4연승을 거두어 조 2위중 승점 1위로 12개팀이 겨루는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괌-필리핀-몰디브 등 주로 약체들을 상대하기는 했지만, A조 1위였던 시리아까지 3-1로 제압하면서 기대치가 크게 높아졌다.

중국축구협회는 최종예선을 앞둔 지난 8월 23일 리티에 감독과 파격적인 5년 장기 계약을 맺으며 힘을 실어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종예선 홈경기를 자국 대신 중립국인 카타르 도하에서 치르기로 결정한 중국은 일찌감치 대표 선수들을 현지에 소집하며 약 80일에 이르는 초장기 합숙 훈련을 실시했고 전세기와 대규모 스태프 등 물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중국 현지에서는 호주를 충분히 이길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꽤 높았다.

그러나 성적은 처참했다. 중국은 호주를 상대로 경기내내 제대로 된 기회조차 만들지 못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양팀의 경기력차이를 감안하면 3골차이로 중국에게는 후한 결과였다. 기대가 컸던 중국 팬들과 언론의 실망은 삽시간에 분노로 변했다. 5년 계약을 맺었던 리티에 감독은 불과 2주만에 경질설이 나오는 신세로 전락했다.

한편으로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도 강건너 불구경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2018년부터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으며 한국축구 역대 최장수 감독이 된 벤투 감독은 여전히 빌드업 축구의 효율성과 전술적 유연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이라크전 무승부 이후 아직 경질설까지는 아니지만 벤투 감독의 축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점 고조되고있는 상황이다.

2차예선에 이어 최종예선에서도 한 조가 된 레바논과는 당시 원정에서 0-0, 홈에서 2-1로 간신히 역전승하며 상당히 고전했다. 특히 6월 홈경기에서는 중동팀 특유의 침대축구에 골탕을 먹으며 벤투 감독이 강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벤투 감독이 레바논과의 2차전에서도 경기력과 결과에서 반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2017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중도에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전철을 밟을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여있는 동아시아 3국 대표팀 감독들의 운명은 2차전에서 또 어떻게 갈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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