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이 24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최종 주자 3명이 성화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2020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 ⓒ 사진공동취재단


첫 번째 패럴림픽을 치른 장애인 태권도 종목에서 '종주국' 대한민국이 자존심을 지켰다. 3일 마쿠하리 멧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종목 K44등급(한 쪽, 혹은 양 쪽 손목이 절단된 선수가 출전하는 등급) -75kg급에 출전한 주정훈(SK에코플랜드) 선수가 동메달을 따낸 것.

3일 아침 열린 16강에서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RPC)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 선수에게 패배했던 주정훈 선수는 패자부활전에서 전승을 거둔 뒤,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시 만난 이살디비로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극적인 동메달을 획득했다.

장애인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승격한 뒤 치른 첫 번째 패럴림픽인 도쿄 패럴림픽에서 단 한 명만의 선수가 출전한 대한민국. 태권도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이었지만 출전권 획득에 아쉬움을 남겼던 한국 장애인 태권도였지만, 주정훈이 감동의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었다.

16강 패했지만... 전승으로 극복해냈다

세계 12위인 주정훈 선수는 첫 경기였던 16강전에서 RPC의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 선수를 만나 경기를 펼쳤다. 주정훈은 세계 랭킹 5위의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 선수를 상대로 1회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경기 초반 세 번의 몸통차기에 이어 뒤돌려차기까지 성공한 주정훈은 11-2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2회전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의 기세가 매서웠다. 상대가 열 세 점을 따내며 역전에 성공한 것. 점수가 밀린 상태에서 시작된 3회전에서 주정훈은 한 점 차이까지 따라붙었으나 뺏긴 리드를 찾아오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31-35 역전 패배로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주정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패자부활전으로 향한 주정훈은 터키의 패티 켈릭(세계 랭킹 7위)을 만났다. 주정훈은 패티 켈릭을 상대로 1회전에 12점을 몰아치며 먼저 리드를 잡는 데 성공했다. 2회전에서는 패티 켈릭이 13점을 따라붙으며 두 점 차이로 몰렸지만 25-18로 리드를 지켜냈다.

3회전에는 오히려 점수 차를 벌리며 승리를 40-31의 스코어로 승리를 거둔 주정훈은 동메달 결정전으로 가는 마지막 결정전에 진출했다. 주정훈이 만난 상대는 세계 9위인 아제르바이잔의 아부자리 아불패즈 선수. 주정훈은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며 46-32로 승리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진출했다.

오후 8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뜻밖의 상대를 다시 만났다. 첫 경기에서 만나 석패했던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를 다시 재회한 것. 다시 만난 상대가 부담이 될 터였지만 주정훈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1회전부터 세 번의 몸통차기를 작열하는 등 8-2의 스코어로 리드를 잡은 주정훈. 2회전에서도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는 등 깔끔한 플레이로 14-7로 점수 차이를 벌린 주정훈은 3회전에 작심한 듯 발차기를 몰아차며 메달을 확정짓는 플레이를 펼쳤다. 세 번을 연 이은 발차기를 앞세운 끝에 최종 스코어는 24-14가 되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태권도 종목으로는 홀로 출전한 주정훈의 동메달이 확정되며 주정훈은 한국 패럴림픽 역사 상 첫 태권도 메달리스트가 되었다. 주정훈은 승리의 순간 상대편이었던 이살디비로프와 포옹하며 서로에 대한 인사를 건넸다.

"최초의 선수, 최초의 메달리스트 영광스럽다"

주정훈 선수는 대한장애인체육회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서 패럴림픽에 최초로 출전하는 태권도 선수, 그리고 최고의 선수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최고의 선수는 이루지 못했지만 최초의 선수와 최초의 동메달 선수로 남게 되어 영광스럽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주정훈 선수는 "시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피해도 많이 끼쳤는데, 속으로는 미안한 것을 알면서도 잘 컨트롤하지 못했다. 돌아가서는 부모님에게 따뜻한 말을 드리고 싶다."며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주정훈 선수는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와의 대결에 대해 "한 번도 즐기며 시합을 한 적이 없어 첫 경기는 패럴림픽이라는 무대를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억지로 텐션을 올리다 보니 제 실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하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복수하게 되어서 더 기쁨이 컸다"며 말했다.

주정훈 선수는 "내년에 있을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 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더욱 큰 노력을 할 계획이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어 "내가 장애를 극복한 동경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것을 도전했고 성취감을 얻은 사람이니만큼 국민 분들께서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으셨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단은 태권도를 비롯해 패럴림픽에서 여러 명장면을 남겼다. 탁구 TT1 개인전 종목에서는 주영대, 김현욱, 남기원까지 세 명의 선수가 각각 금·은·동메달을 석권하면서 올림픽 때에도 볼 수 없었던 명장면을 남겼다. 21년만에 패럴림픽에 출전한 휠체어 농구 대표팀 역시 10위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2020 도쿄 패럴림픽은 9월 5일까지 진행된다. 특히 대표팀 출전 경기로는 마라톤, 사격, 그리고 배드민턴 경기가 남아 국민들에게 계속해 감동을 전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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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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