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시작부터 혼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축구를 대표하는 월드컵 단골손님이던 대한민국과 일본이 나란히 첫 경기부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번 아시아 최종예선은 A조(한국·이란·이라크·레바논·아랍에미리트·시리아)와 B조(일본·오만·호주·중국·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6개 국가로 구성돼 홈앤드 어웨이 경기를 치르는데 상위 2개 팀은 본선까지 직행하는 방식이다.

3위 팀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승리한 팀이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종예선 첫 경기부터 객관적인 전력이 우세하다고 평가받는 여러 팀들이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이라크 수비를 드리블로 돌파하고 있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차전 대한민국과 이라크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이라크 수비를 드리블로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오만에 덜미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일본은 오만에 0-1로 뜻밖의 덜미를 잡히며 1차전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일본은 미나미노 타쿠미-토미야스 타케히로 등 일부 유럽파가 빠졌으나 최정예멤버를 가동하고도 홈에서 최약체로 꼽혔던 오만에 덜미를 잡혔다. 

'축구굴기'를 외쳤던 중국은 첫 경기에서 강호 호주를 만나 유럽파 우레이와 귀화 선수 엘케손까지 최정예 멤버들을 총동원하고도 유효슈팅을 단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하며 0-3 참패의 수모를 당했다. 호주-중국전은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가장 크게 점수차가 벌어진 경기이기도 했다. 중국축구협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이유로 홈 경기를 중립지역인 카타르 도하에서 치르기로 결정하며 홈어드밴티지를 포기한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0-0으로 비기며 동아시아 3국중 유일하게 승점 1점을 따냈다. 하지만 손흥민-황의조 등 주력 선수를 모두 선발로 출격시키고도 홈에서 이라크를 이기지 못한 것은 역시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한국과 일본 모두 점유율에서는 상대에 월등하게 앞서고도 골을 넣고 경기를 주도하지 못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두 팀은 경기 내내 60% 후반대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나선 이라크와 오만의 실리축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통의 강호중 자존심을 세운 것은 호주와 이란 정도였다. 호주는 한 수아래로 꼽힌 중국을 압도하며 접전이 많았던 최종예선에서 유일하게 무난한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이란은 시리아를 상대로 고전했지만 후반전 알레자 자한바크슈의 유일한 득점으로 간신히 승점 3점을 챙기며 3위로 처진 한국을 제치고 A조 1위로 올라섰다. 레바논과 아랍에미리트는 득점 없이 비겼다.

A조 1차전 3경기에서는 이란이 터뜨린 한골이 유일한 득점일 정도로 골이 터지지 않았다. 이런 '저득점과 한골 승부' 양상이 최종예선 내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A조는 한국을 제외하고 전원 중동팀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들은 특유의 끈적끈적한 실리축구와 시간지연플레이(침대축구) 등으로 악명이 높다.

중동축구는 상대가 자신보다 강팀을 상대했을 때 점유율을 겨루기보다는 라인을 내리고 수비에 치중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기기 위하여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지지 않는 축구'에 가깝다. 서로의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중동팀들간의 맞대결은 물론이고, 한국의 첫 상대였던 이라크 역시 경기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라크는 결국 한국 원정에서 승점을 챙겨가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는 7일 만나는 레바논을 비롯하여 앞으로 한국을 상대하게 될 다른 중동팀들에게도 중요한 힌트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선제골을 넣지 못한다면 중동팀들을 상대로 매번 힘겨운 경기가 치러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골득실 관리가 중요한 변수

특히 한국은 지난 두 번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모두 막판까지 고전하다가 골득실차이로 간신히 조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앞으로 승점 못지않게 골득실 관리 또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B조 역시 호주와 사우디가 먼저 승점 3점을 챙겼지만 의외로 약체로 예상되었던 베트남과 오만이 만만치 않은 저력을 발휘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사상 첫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하며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베트남은 비록 사우디 원정에서 1-3으로 패했지만 오히려 선제골을 기록할 만큼 사우디를 몰아붙이며 선전했다. 후반전 4분 퇴장으로 인한 수적열세로 급격히 무너지지 않았다면 사우디의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경기였다. 

나란히 첫 경기를 패한 일본과 중국은 8일 카타르에서 2차전을 치르게 된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B조의 판도가 초반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두 팀 모두 4년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첫 경기를 패배로 시작했고, 일본은 결국 뒷심을 발휘하여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했으나 중국은 최하위로 탈락한 바 있다.

최종예선 1차전의 판도는 아시아 축구의 평준화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 2차 예선에 비하여 팀간 실력차가 많이 줄어들었고, 몇 차례 맞붙으며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하여 각팀들이 오랫동안 A매치를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하면서 선수단 관리 및 경기 준비에 변수가 많아졌다는 것도 이변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결국 전력차보다 경기 당일의 컨디션 등에 따라 승부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평가다.

한국축구로서도 월드컵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위기의식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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