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을 주제로 한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두 시즌에 걸쳐 10년 넘게 인기리에 방영됐을 정도로 부부간의 갈등과 이혼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문제는 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을 경우다. 부부지간에야 헤어지면 남남이 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남겨진 자식(들)은 부모의 이혼이 커다란 상처가 될 수 있다. 특히 그 아이가 아직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엔 성숙하지 못한 미성년이라면 상처의 깊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부모의 이혼 사실이 알려진 아이는 친구들에게 괜한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식이 중요하다고 해서 원치 않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부모의 인생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 된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재혼으로 함께 살게 된 새 엄마나 새 아빠가 친부모보다 더 자식을 아껴주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미셸 파이퍼와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어느 멋진 날>은 6살짜리 아이를 둔 싱글맘과 싱글대디가 파란만장한 하루를 함께 보내면서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발견하는 유쾌하고 잔잔한 로맨틱 코미디다.
 
 국내에서 5만 관객에 그쳤던 <어느 멋진 날>은 세계적으로 97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5만 관객에 그쳤던 <어느 멋진 날>은 세계적으로 97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열혈 기자가 된 < ER >의 로스박사

1961년생으로 중년을 넘어 어느덧 노배우의 길을 가고 있는 조지 클루니는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중년으로 꼽히는 배우다. 2006년에는 피플지에서 발표한 '가장 섹시한 남자' 1위에 선정됐고 2007년에는 영국의 피메일퍼스트가 선정한 '가장 섹시한 싱글남' 1위에 뽑혔다. 브래드 피트나 톰 크루즈 같은 조각 미남은 아니지만 깊은 눈과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뛰어난 연기로 여성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한 조지 클루니가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계기는 1994년에 방영된 의학 드라마 < ER >이었다. < ER >에 출연할 당시 클루니는 30대 초·중반에 불과했지만 많은 주름과 세월이 느껴지는 외모는 더그 로스 박사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고 클루니는 < ER >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1996년 조지 클루니는 마이클 호프만 감독의 <어느 멋진 날>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어느 멋진 날>에서 조자 클루니의 상대역은 <배트맨2>의 캣우먼이자 세 번이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톱배우 미셸 파이퍼였다. 영화 주연 경험이 많지 않았던 클루니로서는 자칫 파이퍼의 카리스마에 눌려 병풍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클루니는 미셸 파이퍼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고 <어느 멋진 날>은 세계적으로 9700만 달러라는 쏠쏠한 흥행성적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어느 멋진 날>을 통해 할리우드 메이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조지 클루니는 <황혼에서 새벽까지>, <피스메이커>, <쓰리킹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넓혔다. 그리고 2002년부터 2007년까지 3편에 걸쳐 개봉된 <오션스>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11억2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2006년에는 직접 제작, 출연한 <시리아나>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남우조연상을 석권했다.

배우 겸 기획자, 제작자이기도 한 조지 클루니는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연출, 각본, 제작, 주연을 맡았던 <모뉴먼츠맨: 세기의 작전>은 세계적으로 1억5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작년 연출과 제작,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를 선보인 조지 클루니는 내년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신작 <워킹 투 파라다이스>에 출연할 예정이다.

홀로 아이 키우는 잭과 멜라니의 어느 멋진 날
 
 <어느 멋진 날>을 통해 조지 클루니(왼쪽에서 두 번째)는 대배우 미셸 파이퍼에 버금가는 인기배우로 거듭났다.

<어느 멋진 날>을 통해 조지 클루니(왼쪽에서 두 번째)는 대배우 미셸 파이퍼에 버금가는 인기배우로 거듭났다. ⓒ 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기자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을 노리는 열혈기자 잭(조지 클루니 분)은 전처의 신혼여행 기간 동안 딸 매기(메이 휘트먼 분)를 돌보기로 한다. 마침 그 날은 매기의 소풍날이었는데 매기와 숨바꼭질을 하는 사이 배를 놓치게 됐다. 한편 아들 샘(알렉스 D.린츠 분)과 이웃의 매기를 유치원까지 태워 주기로 한 멜라니(미셸 파이퍼 분) 역시 잭의 연락 부재로 배를 놓친다(두 사람은 티격태격 정신 없이 싸우는 와중에 휴대폰이 바뀐다).

한창 말을 듣지 않는 6살 짜리 아이를 데리고 일을 하려던 잭과 멜라니는 아이들의 말썽 때문에 일을 망칠 위기에 놓인다. 놀이방에 아이를 맡겨 보기도 했지만 샘과 매기는 기존 아이들의 텃세에 적응하지 못한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가 중요한 업무를 볼 시간에 아이를 맡아 주기로 약속한다. 잭과 멜라니가 한 명씩 앵글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하며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은 <어느 멋진 날> 초반부의 유쾌한 웃음 포인트다.

잭은 콧구멍에 큼지막한 구슬을 넣은 샘 때문에 병원에 가고 멜라니 역시 고양이만 보면 쫓아가는 버릇이 있는 매기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멜라니는 경찰에 매기의 실종신고를 하고 매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한다. 하지만 멜라니가 기자회견장에서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잭은 시장의 비리를 밝히는 특종을 잡을 수 있었고 실종됐던 매기 역시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무사히 돌아왔다. 

샘과 매기의 축구 경기가 끝나고 각자 집에 돌아온 잭과 멜라니는 공허함을 느낀다. 그리고 잭은 물고기를 가져다 준다는 핑계로 멜라니의 집에 찾아간다. 언제나처럼 말싸움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는 영화의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 것을 말해주듯 달콤한 키스로 이어진다. 정신 없는 하루에 지친 잭과 멜라니는 쇼파에 앉아 잠이 들었고 네 사람의 '어느 멋진 날'은 평화롭게 마무리된다.

<어느 멋진 날>을 연출한 마이클 호프만 감독은 1988년 키퍼 서덜랜드와 맥 라이언이 출연한 <아메리칸 드림>을 만들며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세익스피어의 희극 <한 여름밤의 꿈>을 영화화했고 2009년에는 서양문학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노년을 그린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을 연출했다. 호프만 감독은 2018년에도 신작 <고어>를 선보였을 정도로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이어준 매기와 샘
 
 <어느 멋진 날>의 두 아역배우는 영화 속에서 엄마,아빠가 연결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어느 멋진 날>의 두 아역배우는 영화 속에서 엄마,아빠가 연결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 이십세기폭스필름코퍼레이션

 
흔히 '돌싱'들이 새로운 만남을 가지려 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자식의 존재다. 자식의 존재는 부모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멋진 날>에서 잭과 멜라니의 자녀 매기와 샘은 아빠, 엄마의 새로운 사랑에서 걸림돌이 아닌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애초에 '매기와 샘의 소풍'이라는 행사가 없었더라면, 혹은 매기와 샘이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얌전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이었더라면 잭과 멜라니는 서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수시로 연락을 하면서 '어느 멋진 날'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고양이와 숨바꼭질을 유난히 좋아하는 매기 역의 메이 휘트먼은 만 4살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했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2008년부터 2014년까지 5편에 걸쳐 제작된 애니메이션 <팅커벨> 시리즈에서 팅커벨 목소리를 연기했고 드라마 <페어런트 후드> 시리즈에서도 반항아 소녀 엠버 역으로 출연했다. 휘트먼은 최근까지도 드라마와 목소리 연기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 보는 물건을 코에 넣는 버릇 때문에 단골 병원까지 생긴 샘 역의 알렉스 D.린츠는 <어느 멋진 날>의 열연을 통해 1997년 <나 홀로 집에3>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맥컬리 컬킨이 빠진 <나 홀로 집에3>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D.린츠는 2000년대 중반까지 청소년배우로 활동하다가 2007년 <추즈 코너>를 끝으로 배우 활동을 중단했다(참고로 <나 홀로 집에>는 디 린츠가 빠진 후에도 알게 모르게 5편까지 제작됐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어느 멋진 날 마이클 호프만 감독 조지 클루니 미셸 파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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