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9월의 첫날 마지막 아웃카운트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홈경기에서 사이 좋게(?) 1승씩 주고 받았다. 1차전에서 5-0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한 두산은 2차전에서도 8회까지 2-1로 앞서 있었지만 9회 2사 후 최원준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2-3 역전패로 더블헤더 연승 달성이 무산됐다(43승 2무 47패).

두산은 1차전에서 선발 아리엘 미란다가 9이닝 1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의 완봉 역투를 기록하며 5-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미란다는 9회 2사 후 안타를 허용하며 노히트노런 달성이 아쉽게 무산됐다. 두산은 2차전에서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기고 역전 홈런을 허용하면서 연승이 무산됐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소홀히 여긴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9회 2사 후 피안타로 노히트노런 날린 미란다
 
노히트 노런 놓치고 완봉승 거둔 미란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1피안타 무실점 2볼넷 9탈삼진의 역투를 펼치며 완봉승을 거뒀다. 9회초 2사까지 노히트 노런 행진을 벌이던 미란다는 KIA 김선빈에게 2루타를 맞으며 대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 노히트 노런 놓치고 완봉승 거둔 미란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1피안타 무실점 2볼넷 9탈삼진의 역투를 펼치며 완봉승을 거뒀다. 9회초 2사까지 노히트 노런 행진을 벌이던 미란다는 KIA 김선빈에게 2루타를 맞으며 대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 연합뉴스

 
쿠바 출신의 좌완 미란다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애틀 매리너스를 거치며 빅리그에서 3년 동안 13승 9패 평균자책점4.72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8 시즌 중반 일본 프로야구의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한 미란다는 2019년까지 26경기에서 13승 6패 3.37의 준수한 활약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9 시즌 후 소프트뱅크와 재계약에 실패한 미란다는 작년 대만 프로야구의 중신 브라더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미란다는 중신에서 25경기 동안 156.1이닝을 소화하며 10승 8패 3.80의 성적으로 중신의 대만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후 작년 12월 두산과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했다. 미란다는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KBO리그보다 수준이 낮다고 알려진 대만 프로야구 출신이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미란다와 비교되는 투수는 '가을에이스' 크리스 플렉센(시애틀)과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한신 타이거즈)였다.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4승을 따내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던 미란다는 5월 4번의 등판에서 1승 3패 4.95로 흔들렸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결정구로 사용하는 스플리터는 위력적이지만 종종 제구가 흔들리며 투구수가 늘어나는 게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미란다는 6월부터 다시 안정을 찾았고 올림픽 휴식기 이후 3번의 등판에서는 20이닝 3실점(평균자책점1.35)으로 호투하며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미란다는 1일 KIA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도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하며 KIA 타선을 힘으로 압도했다. 4회 1사 후 김선빈, 5회 2사 후 이창진에게 볼넷을 허용했을 뿐 미란다는 8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란다는 9회 2사를 잡은 후 김선빈에게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허용하며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기고 KBO리그 역대 15호 노히트노런과 외국인 투수 역대 5번째 노히트노런 달성이 무산됐다.

비록 노히트노런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미란다는 KBO리그 진출 후 첫 완투 경기를 1피안타 완봉으로 장식하며 후반기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미란다는 최근 3경기에서 23이닝을 던지며 21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여전히 7위에 머물러 있지만 여전히 4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가 2.5경기에 불과한 두산이 시즌 막판 가을야구를 위한 승부를 건다면 그 중심에는 리그 최고의 파워피처 미란다가 있을 것이다.

9회 2사 후 역전 홈런, 유희관의 100승도 하늘로

2013년부터 작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느림의 미학' 유희관은 말이 필요 없는 두산 역사상 최고의 좌완 투수다. 유희관은 작년까지 통산 97승으로 두산 프랜차이즈의 첫 좌완 100승에 3승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유희관은 FA를 앞둔 작년 시즌 10승 11패 5.02를 기록하며 두산의 좌완 에이스다운 활약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NC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 투수 중 유일하게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수모는 시즌이 끝난 후 FA협상 과정에서 있었다. 내심 장기계약을 기대했던 유희관은 두산 구단으로부터 인센티브가 무려 70%(7억)나 포함된 1년 짜리 계약서를 제시 받았다. 유희관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 대우였지만 전성기가 지난 30대 중반의 노장투수에게 관심을 갖는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유희관은 두산과 1년 총액 10억 원(보장액 3억)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유희관이 구겨진 자존심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올 시즌 활약을 통해 구단의 선택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단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음이 올 시즌을 통해 드러났다. 유희관은 올해 9경기에 등판했지만 2승 5패 8.15로 유희관의 이름에 걸맞은 투구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5월 9일 KIA전에서 통산 99승을 기록한 후 석 달이 넘도록 100번째 승리를 채우지 못하며 팬들의 애를 태웠다.

7월 2일 KIA전 5.2이닝 4실점 패배 이후 두 달 가까이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한 유희관은 1일 KIA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오랜만에 선발 기회를 얻었다. 유희관은 KIA를 상대로 6이닝 동안 4개의 안타와 4개의 볼넷을 허용했지만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7회부터 마운드를 홍건희에게 넘겼다. 하지만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지러 마운드에 오른 김명신이 최원준에게 역전 투런포를 허용하며 유희관의 100승도 함께 날아가고 말았다.

현재 두산은 이영하가 후반기 3경기에서 1패 15.43으로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기 때문에 1일 경기에서 호투한 유희관에게 다시 기회가 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유희관으로서는 통산 100승의 영광을 눈 앞에서 날려 버린 1일 KIA전이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타임아웃이 없는 야구는 역시 앞서고 있는 팀이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기 전까지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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