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전통의 명가 FC서울의 강등 위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은 26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6승7무13패 승점 25점으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 5경기에서 무승에 그치며 승점을 1점 밖에 따지 못했다. 15일 전북 현대전에서 2-3으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29일에는 제주에게 0-1로 무너지며 '악몽의 8월'을 마무리했다.

서울은 현재 11위 성남 FC(승점 26)에 승점 1차로 뒤져있으며, 10위 강원 FC(승점 24)는 2점차지만 서울보다 2경기를 덜 치렀다. 상하위스플릿의 경계선인 6위 포항(승점 36)과는 무려 11점차이다. 지난 2020시즌에 이어 2년 연속 파이널 라운드 하위그룹(파이널 B·7~12위) 추락을 넘어 이제는 구단 역사상 초유의 2부 강등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서울의 부진은 그리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미 2018시즌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떨어졌다가 간신히 기사회생한 바 있다. 2019시즌 3위로 잠깐 반등했으나 지난 시즌에는 다시 9위로 추락했다. 최근 4년간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감독만 두 명에 거쳐간 감독대행만 3명이다. 박진섭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은 올 시즌 초반 반짝 상위권을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5연패를 포함한 리그 12경기 무승의 수렁에 빠지며 다시 추락했다. FA컵에서도 K리그2 서울 이랜드FC에 무너지며 조기에 광탈했다.

선수들의 이름값을 보면 서울이 이렇게 추락할 팀은 아니다. 기존의 기성용, 박주영, 고요한, 조영욱에다가 올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 K리그에서 검증된 외국인 미드필더 팔로세비치, 독일 분데스리가를 경험한 박정빈까지 데려왔다. 여름이적시장에서는 독일에서 컴백한 국가대표 지동원, 브라질 공격수 가브리엘까지 수혈했다. 현재 K리그 최강이라는 '현대가 형제' 울산이나 전북에는 미치지 못해도 이들을 견제할 대항마 수준으로는 모자람이 없어보이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서울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부진의 원인을 놓고는 여러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지만 결국 '벤치의 역량'과 '선수들의 집중력' 문제로 요약될 수밖에 없다. 광주에서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전술운영으로 호평을 받았던 박진섭 감독이지만 서울에서는 좀처럼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진섭 감독은 시즌 개막 이후 벌써 반년이 지나도록 서울에서 플랜A라고 할 수 있는 베스트 조합과 포메이션을 확정하지 못하고 실험만 거듭하고 있다. 선수단 장악력과 활용법에 있어서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좋지 않은 경기에도 선수 탓을 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고 있다는 정도가 유일하게 긍정적인 미담이다.

서울은 24골로 성남(22골)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가장 적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 이어 극심한 빈공에 시달리고 있다. 실점은 32골로 기록상 그나마 중위권 수준이지만 중요한 고비에서 실수와 조직력 부재로 허무하게 골을 내주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선수들의 무기력한 자세다. 박 감독은 서울 선수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고 준비한다고 감싸안았지만, 경기를 지켜 본 팬들의 전반적인 여론은 다르다. 선수들이 과연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을 표한다. 지난 제주전만 봐도 승리가 더 절실한 쪽은 서울이었지만, 오히려 제주 선수들의 활동량이 많았으며 압박 측면에서 적극적이었다. 심지어 실점을 내주고 끌려가던 상황에서도 경기 후반에는 체력적으로 지쳤는지 수비진영에서 볼을 돌리는 어이없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은 2020시즌 선수단 연봉 총액(약 94억 원)으로 봤을 때 전북(169억)과 울산(146억)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박주영-기성용-지동원-고요한 등 은 잦은 부상과 기량저하로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몇몇 선수들은 개인적인 구설수까지 일으키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분위기를 다독여줄 리더도, 근성넘치는 플레이로 사기를 끌어올릴 파이터로 서울에는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FC 서울의 사령탑을 지냈던 최용수 전 감독조차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선수들의 나태하고 안일한 프로의식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을까.

지금 서울에겐 돌파구가 필요하다. 현재로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카드는 역시 감독교체다. 올시즌 K리그1에서 아직까지는 성적부진으로 감독교체를 선택한 팀은 나오지 않았다. 박진섭 감독이 올해 부임한 첫 해이기는 하지만 팀이 최하위에 추락하며 강등위기까지 몰린 이상 더 이상 오래 기다려줄 여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안도 없이 박 감독만 덜컥 물러난다고 해서 서울의 상황이 호전될지는 미지수다. 서울은 지난 시즌 확실한 카드 없이 감독을 교체했다가 시즌 후반까지 '대행의 대행' 체제가 등장하는 촌극을 겪기도 했다. 

알고보면 서울의 위기는 벌써 몇 년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던 세대교체와 체질개선의 시기를 놓쳤다는 데서 비롯됐다. 올해 1부리그 잔류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여 임시방편으로 당장의 불만 끄는데 급급하다가 더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

지금의 서울은 겉보기에 과거의 명성과 이름값만 요란할뿐, 전혀 실속이 없는 외화내빈의 전형이다. 팀에 기여하지 못하는 무능한 베테랑과 스타 선수들, 장기적인 비전이 없는 프런트에 이르기까지 과감한 개혁이 없다면 서울의 암흑기는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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