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희망 이강인과 황희찬이 암울했던 전 소속팀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이들의 변화를 간절히 기다려왔던 축구팬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튼 원더러스는 30일(한국시간) 황희찬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울버햄튼과 독일 라이프치히가 1년 임대 후 완전 이적 조건이 포함된 계약을 맺었고, 이적료는 1300만 파운드(약 200억원)"라고 보도했다.

이날 황희찬은 울버햄튼 훈련장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뒤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가 열린 울버햄튼의 홈구장 몰리뉴 스타디움에게 홈팬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황희찬은 지난해 여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를 떠나 라이프치히에 입단하며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하지만 라이프치히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각종 대회서 26경기에 출전해 3골 3도움에 그쳤다. 주로 교체 선수로만 활용되며 평균 출전 시간은 약 28분에 불과했고, 3골 모두 리그가 아닌 독일축구협회 포칼에서 기록했다. 중요한 리그에서는 18경기에서 도움 1개에 그쳤다. 시즌 중반에 코로나19 확진에 걸리며 여러모로 운도 따르지 않았다.

황희찬을 중용하지 않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팀을 떠나고 잘츠부르크 시절 호흡을 맞췄던 제시 마치 감독이 라이프치히에 부임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라이프치히가 올시즌 공격수 안드레 실바와 브라이언 브로비를 영입하며 황희찬은 팀에 잔류했더라도 3.4번째 공격 옵션에 불과했다. 내년에 있을 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을 위해서라도 출전 시간을 늘리는 게 중요했던 황희찬은 결단을 내렸다. 라이프치히가 독일 내 이적에 난색을 표하면서 오히려 꿈꿔왔던 EPL 무대로 눈을 돌리게 됐다.

황희찬은 한국인 역대 14호 프리미어리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김두현, 조원희, 이청용, 기성용, 지동원, 박주영, 윤석영, 김보경 등이 거쳐갔고 현재는 손흥민에 EPL 최고의 선수중 한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울버햄튼은 국내 팬들에게는 설기현 경남FC 감독이 선수 시절 뛰었던 팀으로 친숙하다. 투박한 외모와 단단한 체구, 윙어에서 스트라이커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황희찬은 여러모로 현역 시절 설기현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버햄튼은 1877년 창단해 1부리그 3회, FA컵 4회 우승을 차지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2016년 7월 중국 푸싱인터내셔널이 인수한 울버햄튼은 2017~18시즌 챔피언십(2부) 우승으로 EPL에 승격했고 최근 3시즌간은 7-7-13위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누누 산투 감독이 토트넘으로 떠난 뒤 포르투갈 출신 브루노 라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올시즌 울버햄튼은 개막 이후 3연패를 당하며 리그 18위에 머물고 있다. 하필이면 레스터 시티,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 등 강팀들을 잇달아 상대하며 대진운이 좋지 않았지만 모두 0-1, 한골차로 졌을만큼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한골도 넣지 못한 빈약한 공격력이 아쉽다. 개막 이후 무득점에 그치고 있는 팀은 최하위 아스널과 울버햄튼, 두 팀 뿐이다. 라즈 감독이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하다. 울버햄튼은 지난 2020-21 시즌도 팀득점이 36골 EPL 20개 팀들 중 16위에 그쳤다. 주포 라울 히메네스가 지난해 아스널전에서 당한 두개골 골절부상 이후 올시즌 복귀했으나 예전만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아다마 트라오레와 트란캉 등 윙어들은 파괴력은 있지만 마무리능력이 떨어진다.

공교롭게도 황희찬 역시 돌파력과 몸싸움이 장점이 있지만 골결정력이 떨어지는 게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라이프치히에서 주전경쟁에 밀린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음을 감안하면, 울버햄튼에서는 한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손흥민과 설기현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인 공격수가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는 EPL의 빠른 템포와 격렬한 몸싸움에 황희찬이 얼마나 통할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강인도 마침내 발렌시아를 탈출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는 30일 구단 홈페이지에서 이강인을 자유계약(FA)으로 영입한 사실을 알렸다. 계약기간은 2025년까지다. 이로써 이강인은 2011년 유소년팀에 합류하여 첫 인연을 맺으며 10년간 이어왔던 발렌시아와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세계적인 유망주로 성장하며 2019년에는 대한민국의 U-20월드컵 준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골든볼)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성인무대에서의 행보는 순탄하지 못했다. 이강인은 2019년부터 발렌시아 1군에 데뷔했으나 62경기를 뛰면서 3골에 그쳤다. 4-4-2 포메이션을 주전술로 구사하는 발렌시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포지션인 이강인의 활용도가 애매했고 구단내 복잡한 정치싸움-감독들의 신뢰 부족으로 충분한 기회를 얻지못했다.

또한 마요르카에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일본 공격수 구보 다케후사가 임대생 신분으로 와 있다. 2019년 FC도쿄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구보는 그 해 마요르카로 임대를 떠난 이후 비야레알과 헤타페에서 임대 생활을 이어가다 도쿄 올림픽 이후 다시 마요르카 유니폼을 입었다. 구보는 올 시즌 3경기 모두 출전하여 주전으로 활약중이다. 이강인이 공격형 미드필더라면 구보는 측면 공격수에 가깝다. 아시아 축구팬들은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유망주이자 동갑내인 이강인-구보가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강인이 발렌시아에서 마요르카로 이적한 것은 구단의 이름값과 위상을 놓고보면 일보 후퇴에 가깝다. 하지만 마요르카라고 해서 출전이 바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도 다니 로드리게스 등 기존 주전 선수들과의 험난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이강인은 소속팀에서의 부진이 길어지며 대표팀에서도 외면받았고 성장세가 정체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뛰어난 기술력에 비하여 피지컬과 수비가담 문제로 활용도가 애매하다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마요르카에서의 도전은 이강인의 유럽 성인무대에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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