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농구선수들의 집합처 NBA(미 프로농구)는 그 어떤 프로스포츠보다도 흑인의 비중이 큰 리그다. 양은 물론 질적으로도 압도적이며 소수의 백인들이 틈바구니에서 경쟁할 뿐이다. 아시아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멀고도 낯선 무대다. 국내선수 중에서는 하승진(36·221cm)이 잠깐 뛰어본 게 유일하며 미국 데이비슨 대학 이현중(21·202cm)이 코리안 2호를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농구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밥 쿠지, 제리 웨스트, 피트 마라비치, 케빈 맥헤일, 톰 체임버스, 대니 에인지, 존 스탁턴, 마크 프라이스, 크리스 멀린, 댄 멀리, 브래드 밀러, 제이슨 윌리엄스, 스티브 내쉬, 덕 노비츠키, 케빈 러브, 고든 헤이워드 등 백인 스타들 역시 다수의 흑인 선수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그중에서도 보스턴 셀틱스의 심장으로 불리는 프랜차이즈 스타 래리 버드(1956년생‧206cm)는 NBA 역사를 통틀어 가장 특별한 백인으로 불린다. '단순히 백인선수로서 잘한 것'을 넘어 리그 전체에서 최고를 다투던 역대급 슈퍼 플레이어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버드같은 경우 백인 포워드임에도 '흑인들의 세상' NBA에서 최고 3번으로 도약하며 강력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케빈 맥헤일, 로버트 패리쉬와 더불어 보스턴 왕조를 이끌던 캡틴 버드는 보스턴 팬들의 자부심 그 자체였다.

우승 3회(1981‧1984‧1986), 파이널 MVP 2회(1984‧1986), 정규시즌 MVP 3회(1984~1986), 퍼스트 팀 9회(1980~1988), 올스타 12회(1980~1988, 1990~1992), 올스타전 MVP 1회(1982), 올해의 신인상(1980), 3점슛 콘테스트 챔피언 3회(1986~1988) 등 버드의 위상은 성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은퇴 후에도 버드는 NBA 올해의 감독상(1998), NBA 올해의 경영자상(2012) 등을 수상하며 그렇지 않아도 높은 커리어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갔다.

이렇듯 버드 이후 빼어난 백인선수들이 많이 나왔지만 누구도 버드 만큼의 업적은 보여주지 못했다. 현시대로 비교했을 때 버드 정도 되려면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제임스 하든 등과 수위를 다퉈야 한다. 그만큼 버드는 대단한 존재였고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회자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제2의 버드'로 주목받고 있는 선수가 있다. 다름 아닌 '할렐루카(HalleLuka)', '루카 매직(Luka Magic)'등으로 불리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젊은 에이스 루카 돈치치(22‧201cm)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볼 아레나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 대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에서 댈러스의 루카 돈치치(가운데)가 덴버의 니콜라 요키치(왼쪽)와 개리 해리스(오른쪽)와 볼을 다투고 있다. 경기는 댈러스가 124-117로 이겼다(자료사진)

지난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볼 아레나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 대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에서 댈러스의 루카 돈치치(가운데)가 덴버의 니콜라 요키치(왼쪽)와 개리 해리스(오른쪽)와 볼을 다투고 있다. 경기는 댈러스가 124-117로 이겼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날아온 역대급 재능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출신 돈치치는 기대치는 래리 버드지만 미국인이 아닌 관계로 '제2의 노비츠키'로 불리기도 한다. '독일 병정' 덕 노비츠키(33‧213cm)는 댈러스의 2011년 언더독 우승을 이끌며 독일 역대 최고 선수는 물론 레전드 프랜차이즈 스타로 이름을 남겼다. 장신임에도 슈터를 방불케 하는 슛 정확도와 노련미를 앞세워 쟁쟁한 동시대 경쟁자들과 싸워서 이겨냈다.

공교롭게도 돈치치 역시 댈러스에서 뛰고 있다. 본래 2018년 신인 NBA 드래프트에서 애틀랜타 호크스에 1라운드 3번째 픽으로 뽑혔으나 유럽 선수를 선호하기로 유명한 마크 큐반 구단주가 5픽으로 뽑은 트레이 영(23‧188cm)과 2019년 1라운드 지명권을 주고 트레이드를 통해 댈러스로 데려오게 된다. 공교롭게도 돈치치와 영은 자신의 소속팀에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며 차세대 NBA를 이끌어갈 라이벌로 주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돈치치에 대한 평가는 NBA 입성 전부터 호불호가 갈렸다. 일단 커리어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유럽농구명문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10대 때부터 뛰며 꾸준히 성장했고 리가 ACB 우승 3회(2015‧2016‧2018), 리가 ACB 정규시즌 MVP(2018)를 차지했으며 유로리그에서도 맹활약하며 우승(2018), 파이널 4 MVP(2018), 정규시즌 MVP(2018)를 휩쓸었다. 이미 10대의 나이로 유럽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한 것이다. 예전에 비해 유럽과 NBA의 격차가 많이 줄었음을 감안했을 때 농구스카우터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돈치치를 저평가하는 이들은, 'BQ(바스켓 아이큐)'가 높고 나이에 비해 노련미, 기술적 완성도 등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NBA 기준 평범한 스피드, 운동능력, 탄력 등에서 한계에 부딪혀 상위클래스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 이유로 성장 가능성에서도 점수를 낮게 줬다. 어느 정도 실력 발휘를 할 것임에는 동감하나 이미 완성된 스타일인지라 세간에서 기대하는 유럽 최상위권 클래스까지는 어려울 것이다는 혹평이 많았다.

반면 고평가 쪽에서는 최상위 운동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어린 나이에 유럽을 평정한 테크닉, 멘탈에 높은 점수를 줬고 향후 전망도 밝게 내다봤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혹평을 내리기에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것. 어떻게 적응하고 키우느냐에 따라 '유럽산 버드'로의 진화도 충분하다는 반박이 저평가와 팽팽하게 맞섰다.

결과적으로 돈치치는 무난하게 NBA에 적응했고, 단점이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장점을 앞세워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첫해 신인왕(2019), 올-루키 퍼스트 팀(2019)을 수상하며 슈퍼루키의 존재감을 알리더니 올스타 2회(2020, 2021), 퍼스트 팀 2회(2020, 2021)로 댈러스 젊은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센스넘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지난 시즌 평균 27.7득점, 8리바운드, 8.6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던 돈치치는 정규리그 MVP후보로 거론될 만큼 활약이 눈부셨다. 단순히 스탯만 좋은 것이 아닌 팀 전체에 끼치는 영향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이른 나이에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신인 첫해부터 돈치치는 매년 20득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 1스틸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버드가 그랬던 것처럼 각 부분에 걸쳐 고르게 활약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팀의 전력을 책임지는 모습이다. 득점원, 야전사령관 역할 등 돈치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불가다. 1~3번까지 소화가 가능한 가운데 2019-20 시즌부터 댈러스에서 포인트 가드를 맡고 있다.

돈치치에 대한 드래프트전 평가는 상당 부분이 맞다. 유럽 등 다른 무대에서는 모르겠지만 괴물같은 신체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가득한 NBA를 기준으로 할 경우 스피드, 운동능력, 탄력 등은 평범하다. 다만 BQ, 노련미, 기술적 완성도 등은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하거나 다소 아쉬운 부분을 확 덮을 만큼 장점이 크다.

정통파는 아니지만 팀내에서 1번을 맡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돈치치는 기본적으로 시야가 넓고 패싱센스가 좋다. 메인 볼핸들러이자 스코어러이지만 혼자하는 농구가 아닌 팀 동료들을 살려주면서 함께하는 팀플레이에 능하다. 양손드리블로 수비수를 떨어뜨리고 스탭백 3점슛을 작렬시키는가 하면 상대 수비 사이를 통과하듯이 빠져나가 유유히 돌파를 성공시키기도 한다.

돈치치는 함께 뛰어주는 동료를 봐주는 시야가 특히 좋다. 3점슛을 쏘는 척하다가 달려들어오는 동료에게 딱 맞게 패스를 전해주고, 등 뒤로 바운드 패스를 연결시켜 컷인플레이를 만들어낸다. 순수 스피드 자체는 빠르다고 할 수 없지만 힘과 바디밸런스가 좋은지라 순간적인 속도조절을 통해 수비를 떨쳐내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부딪혀가며 골밑슛을 성공시킨다.

내외곽 공격에 모두 능하고, 패싱테크닉을 겸비한 관계로 수비수 입장에서는 매우 골치 아픈 유형의 테크니션이다. 상대와 먼저 등지고 부딪힌 후 돌아서 던지는 페이드어웨이슛은 알고도 막기 힘든 공격 옵션으로 꼽힌다.

미국인이 아닌 유럽 선수이면서도 댈러스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돈치치는 나이 대비 NBA 그 어떤 레전드와 비교해서도 밀리지 않을 만큼의 커리어를 빠른 속도로 만들어가고 있다. 함께 해줄 팀 동료 등에서 아쉬움이 남고 있으나 이후 이런 부분 등이 보강되고 큰 부상 없이 MVP. 우승 등이 추가된다면 유럽 출신, 백인 등의 불필요한 수식어를 넘어 버드 못지않은 NBA 역사에 남을 레전드로 커갈 것 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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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월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로테이션) /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회원 / 월간 점프볼에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수제빵집전문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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