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도사 이청용의 이동 트래핑 기술에 감탄한 것도 모자라 곧바로 더 큰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교체 선수로 들어간 이동경이 단 53초 만에 기막힌 왼발 중거리슛을 멋지게 차 넣은 것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 가서 더 높은 곳까지 오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은 그였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향하는 아시아 최종 예선 멤버에 뽑힌 자신감이 이동경의 왼발 끝에 넘쳐흐르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가 29일 오후 6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1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에서 슈퍼 서브 이동경의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3-2로 이겨 1위(15승 9무 3패 46득점 30실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슈퍼 서브 '이동경'의 놀라운 2골

양팀 모두 매우 신중하게 게임을 운영했다. 특히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최근 상승세를 감안하여 울산 현대가 섣불리 펀치를 내뻗지 않은 것이다. 비교적 준수한 활약을 펼치던 골잡이 힌터제어가 독일 분데스리가로 떠났으니 이제 울산은 공격진을 재편하는 숙제를 처음 펼치는 날이기도 했다.

그 중심에 오세훈이 우뚝 섰다. 게임 시작 후 12분 만에 김태환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시원한 헤더 슛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오세훈은 활짝 웃지 못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 강민수보다 약간 앞서 있다가 솟구친 것을 2부심이 놓치지 않고 오프 사이드 깃발로 알린 것이다.

이에 실망하지 않은 오세훈은 끝내 귀중한 첫 골을 뽑아냈다. 53분에 '이청용-이동준'을 거쳐온 공을 받은 오세훈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성공시킨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키퍼 이태희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오세훈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절묘하게 잔디 위를 미끄러지며 골문 오른쪽 기둥 바로 안쪽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번 시즌 돌풍의 팀 중 하나인 인천 유나이티드 FC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7분 뒤에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잡은 것이다. 간판 골잡이 무고사를 지나온 공을 잡은 송시우가 골문 바로 앞 노마크 왼발 슛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송시우의 왼발 슛은 조현우가 지키고 있는 울산 현대 골문 오른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이토록 좋은 득점 기회를 놓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곧바로 수비가 무너져 버렸다. 지난 수요일에 열린 대구 FC와의 홈 게임에서 부상을 당한 정신적 지주 김광석의 빈 자리가 클 수밖에 없었다. 

울산 현대의 추가골 과정은 일요일 저녁 관중석에 찾아온 3049명의 홈팬들을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불투이스가 높게 차 올린 공을 이청용이 오른쪽 발등으로 절묘하게 컨트롤하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FC 미드필더 둘이 한꺼번에 압박하려고 달려들었다가 동시에 떨어져 나갔다. 방어진 앞바다가 기적처럼 갈라지는 듯한 형상이 연출된 것이다. 이청용의 이동 트래핑 기술은 '축구도사'라는 별명을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게 한 셈이다.

이청용 덕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문 방향 공간이 휑하게 열리고, 기다리던 이동경의 발 앞에 정확한 어시스트 패스가 이어졌다. 그리고는 곧바로 시원한 왼발 중거리슛이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낮게 깔려 빨려들어갔다. 윤일록 대신 들어간 이동경이 단 53초만에 골을 터뜨렸으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국가대표 이동경의 결정력은 그로부터 6분 뒤, 또 한 번 홈팬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홍철이 왼발로 차 올린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이동경은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들어가며 왼발 로우 발리 슛을 날렸고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태희 골키퍼가 이 공을 겨우 몸으로 막았다. 그런데 모두가 세컨드 볼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동경만 혼자서 달려들어 시원하게 왼발로 차 넣은 것이다. 이동경의 물오른 감각과 집중력 모두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이번 시즌 가장 잘 나가고 있는 1위 팀과의 어웨이 게임 스코어가 3-0으로 벌어졌기에 포기하고 싶었겠지만 이 게임 끝나고 몬테네그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는 스테판 무고사가 동료들을 깨운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희망 스테판 무고사는 80분에 '김보섭-김도혁'을 거쳐온 패스를 받아 울산 수비수 불투이스를 보기 좋게 따돌리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4분 뒤에도 무고사의 오른발 직접 프리킥이 울산 선수들의 수비벽을 피해 절묘하게 휘어갔지만 조현우 골키퍼는 놀라운 순발력과 예측 능력으로 그 공을 쳐냈다.

후반전 추가 시간 2분에 페널티킥 판정이 나왔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교체 선수 김현을 수비하던 울산 센터백 불투이스가 뒤에서 잡기 반칙을 저질렀고 이 기회를 무고사가 놓치지 않고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낮게 깔아 성공시켰다. 

추가 시간이 더 있었다면 울산 현대가 크게 흔들릴 상황이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슈퍼 서브 이동경이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입증한 게임이 된 셈이다.

이제 울산 현대는 다음 달 10일(금) 오후 7시 30분 2위 전북 현대를 호랑이굴로 불러 2005년 이후 16년만에 우승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게임을 펼치게 된다. 상위 스플릿을 노리고 있는 돌풍의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도 그 다음 날(9월 11일) 오후 4시 30분 제주 유나이티드를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2021 K리그 1 결과(8월 29일, 왼쪽이 홈 팀)

울산 현대 3-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오세훈(53분,도움-이동준), 이동경(63분,도움-이청용), 이동경(69분) / 무고사(80분,도움-김도혁), 무고사(90+6분,PK)]
- 울산 문수(관중 3049명)

제주 유나이티드 1-0 FC 서울 [득점 : 이창민(27분,도움-제르소)]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7게임 54점 15승 9무 3패 46득점 30실점 +16
2 전북 현대 25게임 47점 13승 8무 4패 46득점 25실점 +21
3 수원 FC 27게임 38점 10승 8무 9패 39득점 40실점 -1
4 대구 FC 26게임 37점 10승 7무 9패 31득점 32실점 -1
5 인천 유나이티드 FC 26게임 36점 10승 6무 10패 31득점 35실점 -4
6 포항 스틸러스 26게임 36점 9승 9무 8패 27득점 28실점 -1
7 수원 블루윙즈 27게임 35점 9승 8무 10패 33득점 33실점 0
8 제주 유나이티드 26게임 31점 6승 13무 7패 28득점 30실점 -2
9 광주 FC 26게임 28점 8승 4무 14패 25득점 31실점 -6
10 강원 FC 24게임 27점 6승 9무 9패 26득점 29실점 -3
11 성남 FC 26게임 26점 6승 8무 12패 22득점 33실점 -11
11 FC 서울 26게임 25점 6승 7무 13패 24득점 32실점 -8

2021 K리그 1  득점 랭킹 상위 10
1 라스(수원 FC) 14골 : 26게임(게임 당 0.54골)
2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 13골 : 23게임(게임 당 0.57골)
3 구스타보(전북 현대) 11골 : 21게임(게임 당 0.52골)
4 일류첸코(전북 현대) 11골 : 24게임(게임 당 0.46골)
5 뮬리치(성남 FC) 10골 : 24게임(게임 당 0.42골)
6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FC) 9골 : 15게임(게임 당 0.6골)
7 이동준(울산 현대) 9골 : 23게임(게임 당 0.39골)
8 한교원(전북 현대) 8골 : 18게임(게임 당 0.44골)
9 임상협(포항 스틸러스) 8골 : 24게임(게임 당 0.33골)
10 송민규(전북 현대) 7골 : 22게임(게임 당 0.32골)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