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일명 '윤창호 법'이 마련되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아울러 일컫는 윤창호 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창호 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어간다. 음주운전은 줄었을까?

지난 20일 방송된 KBS 1TV <시사직격>에서는 '그 후 3년, 윤창호 법은 없었다'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최근 벌어진 음주운전 케이스로 윤창호 법이 얼마나 효과를 내고 있는지 살펴보고 원정 음주로 인한 음주운전 실태 등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그 후 3년, 윤창호 법은 없었다' 편을 취재 연출한 조용식 PD를 지난 21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음주운전이라고 다 윤창호 법 적용 아냐"
 
 <시사직격>의 한 장면

<시사직격>의 한 장면 ⓒ KBS

 
- 지난 20일 방송된 KBS 1TV <시사직격> '그 후 3년, 윤창호 법은 없었다' 편을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조금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사고 케이스를 네 가지 정도 다루다 보니까 피해자분이나 피해자 가족들 고통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런 부분들이 세세하게 전달됐으면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고요. 윤창호 법이 법원의 판결에서 적용이 안 되어 있거나 검찰이 불기소한 경우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들을 치밀하게 증명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간적인 한계도 있었고 현실적으로 수사 자료 공개가 안 되다 보니까 그걸 저희 제작진이 좀 더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던 게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 윤창호 법 제정 후 3년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어떻게 취재하게 됐어요?
"저희가 여러 아이템을 찾던 와중에 6월 17일 대전에서 23살 청년이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음주 운전자한테 치어서 사망했어요. 근데 윤창호 법 미적용이고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으로만 적용돼서 3년 선고 받았어요. 전 윤창호 법 미적용이 좀 이해가 안 갔어요. 왜냐하면 그 운전자 혈중알코올농도가 0.12 정도 나왔어요. 그 정도면 면허 취소 수치 0.08을 이미 한참 상회한 수준이고 또 음주운전으로 2번 처벌됐던 분이에요. 근데 3년밖에 선고 안 됐고 윤창호 법이 미적용 됐죠. 윤창호 법은 저도 단순히 음주하면 다 적용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아니라서 취재하게 됐죠."

- 처음 취재는 어디서부터 시작하셨어요?
"대전의 피해자 사례를 먼저 취재했고요. 그리고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윤창호 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윤창호 법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변호사분이나 아니면 형사정책연구원의 형사정책 관련해서 연구하시는 전문가들 통해서 윤창호 법의 기준 등을 먼저 저희가 공부를 하는 방식으로 취재를 하게 됐죠."

- 공부하는 게 어렵진 않으셨어요?
"조금 어려웠죠. (윤창호 법 적용 기준인)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건 그 누구도 객관화된 수치가 명확하게 있는 게 아니라서 이 부분들을 도대체 어떻게 판단 하는지가 어렵다고 해야 되나요? 그리고 보통 음주 사고 내면 단일한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법적인 기준이 객관적인 수치로 작동하는 게 아니고 주관적으로 적용되게 돼 있더라고요."
 
 KBS 1TV <시사직격>에서는 '그 후 3년, 윤창호 법은 없었다' 편의 한 장면.

KBS 1TV <시사직격>에서는 '그 후 3년, 윤창호 법은 없었다' 편의 한 장면. ⓒ KBS 1TV

 
- 주관적이면 문제지 않나요?
"그렇죠. 음주운전 사고 나면 경찰이 출동하잖아요. 경찰 같은 경우에는 6가지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어요. 첫 번째는 혈중알코올농도, 두 번째는 피해 정도를 보고요. 세 번째는 사고 경위, 네 번째 사고 내용, 다섯 번째 운전자 상태, 여섯 번째 운전자 외관 등이에요. 경찰이 최초의 수사를 했을 때 수사 보고에 대한 음주운전 사고를 다루는 지침이 있긴 한데 여기서 보통 법원에서 많이 인용이 되는 게 운전자의 상태나 운전자 외관이거든요.

혈중알코올농도가 기본 들어가긴 하는데 운전자 얼굴이 붉었는지 그다음에 운전자가 비틀거렸는지, 말이 어눌한지 등을 보는데 이런 부분들 같은 경우 현장에서의 판단이 경찰관 눈에 보여진 운전자의 상태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게 혈중알코올농도처럼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판단에 의한 보고거든요. 근데 이런 부분들이 되게 주관적인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에 상관없이 운전자 얼굴색, 비틀거렸냐, 말이 어눌했느냐 이런 부분들이 판단 근거로 많이 작용하더라고요. 근데 이런 부분들은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인 거죠."
 
- 음주운전에서 혈중알코올농도보다 더 객관적인 게 있나요?
"혈중알코올농도가 제일 객관적인 거겠죠. 중요한 건 혈중알코올농도가 객관적인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걸 입증하는 데 있어서 많이 쓰이는 게 운전자가 비틀거렸다든지 혀가 꼬여서 횡설수설했다든지 이런 부분들이 또 증명돼야 된다는 거죠."

-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 안 되지 않나요?
"이해가 안 되죠. 음주운전 자체에 대해서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고 만든 법이 윤창호 법인데 이런 식의 법 적용, 혈중알코올농도라는 객관화된 수치를 윤창호 법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면 윤창호 법을 적용하기 힘들다고 봐 지는 거죠."

"윤창호 법 적용 기준, 객관화 해야"
 
 KBS 1TV <시사직격>에서는 '그 후 3년, 윤창호 법은 없었다' 편의 한 장면.

KBS 1TV <시사직격>에서는 '그 후 3년, 윤창호 법은 없었다' 편의 한 장면. ⓒ KBS 1TV

 
- 대법원 양형 기준이라는 게 있는데 거긴 어떻게 나오는지 아세요?
"윤창호 법 양형기준이 4년에서 8년 정도예요. 8년 선고한 예가 저희 프로그램에서 햄버거집 앞에서 6살짜리 아이 죽은 케이스예요. 특히 우리나라 법원 같은 경우에는 양형기준 준수율이 거의 90% 이상이에요. 양형기준을 이탈해서 판사의 독립적인 판결이 작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그래도 최근 양형위원회에서는 12년까지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상황이에요."

- 법은 무기징역까지인데 왜 양형은 8년으로 돼 있죠?
"양형기준이라는 게 전에 선고한 형량들의 평균치를 따져서 세우시더라고요. 법 제정 된 지 3년이 아직 조금 덜 됐잖아요. 윤창호 법 적용된 이후 법원에 보수적인 선례가 있다 보니까 그렇게 큰 선고형량들을 안 내린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4년에서 8년에 머무르고 있는 거죠."

- 윤창호 법이 시행된 2019년은 음주운전 사고가 1만 5000여 건으로 떨어졌지만 2020년은 1만 7000여 건으로 다시 늘어났던데 이유는 뭘까요?
"아무래도 윤창호 법 시행되면서 그때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었고 2019년은 코로나 전이었잖아요. 그럼 그때까지만 해도 경찰의 단속 의지라든지 그다음에 사회적인 분위기들이 음주운전을 줄게 만드는 요인이었던 거 같은데 2020년도 2월부터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단속이 아무래도 줄었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단속이 느슨해진 영향이 아닌가 해요. 실제로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술을 마시는 물리적인 조건, 술을 마시는 횟수 등은 분명히 줄어들 텐데 단속이 아무래도 느슨해지다 보니까 단속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생각들이 더 많아지면서 음주운전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더 많고 그러다 보니 사고도 좀 늘어났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거는 전문가들도 여기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는 건 아니라서 어디까지나 제 생각인 거죠."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정 유흥이 많다고 나오던데 어느 정도인가요?
"일단 수도권이 4단계가 되고 비수도권 예를 들자면 수도권에 가장 근접한 충남의 아산이나 천안 등은 1단계였던 적이 있거든요. 그게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예요. 그때가 제일 원정 유흥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취재를 갔을 때가 7월 중순이었는데 그때는 수도권이 4단계고 천안은 2단계였어요. 그래서 그때도 제가 봤을 때는 엄청 유흥가 쪽에 술 마시는 젊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근데 그때 말씀하시는 걸 들어 보면 1단계였을 때보다는 훨씬 줄었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낮술 마시고 음주운전하는 경우도 있나 봅니다.
"제가 봤을 때는 4단계 격상된 다음 저녁 6시 이후에 두 명밖에 못 모이잖아요. 주말에는 사람들이 낮에도 모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오죠. 그러다 보니까 낮에 아예 일찍 네 명까지 모여서 술을 마셔요. 근데 낮에는 상대적으로 단속이 없다고 생각을 해서 음주운전하는 경우들이 많은 거 같더라고요. 제가 취재 간 곳에서 낮술 드시는 분들은 10 테이블 중 8 테이블이었어요. 근데 얼핏 보기에도 그분들이 대리를 부르는 거 못 봤어요."

- 방송 보니까 음주운전 하고도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 것 같던데.
"사고만 안 나면 된다고 생각을 하시는 거 같아요. 음주운전이 범죄라는 생각을 안 하시는 거 같아요. 이게 미필적 고의라고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게 아니고 '나는 운전하는 데 지장이 없고 이거는 죄의식 가질 것도 아니고'라고 생각을 하시는 게 문제인 거 같아요."

- 피해자들 인터뷰하셨는데 어떠셨어요?
"너무 안타깝고 중요한 건 이 가해자들이 형사처벌을 무기징역 받든 얼마를 받든 가족이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적어도 형사처벌이라는 건 그 사람들을 원상 복구시킬 수는 없어도 이런 것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또 하나의 메시지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그런 부분들이 너무 지금 허술하다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분들한테 적어도 법으로 국민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것을 좀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 취재하며 느끼신 게 있으실 것 같아요.
"윤창호 법이 입법됐을 때는 정말 국민들의 공분이나 바람이 적용돼서 입법됐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실제 적용되는 걸 보니까 이건 좀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보여주기식 입법이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입법으로 무기징역까지라는 호랑이 법을 내세웠지만, 실제 법원에서 집행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구나란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법이라는 게 물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건 맞는데 이 부분들에 대해서 기준이 없어요. 물론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리는 데 있어 판례를 기준으로 삼긴 하죠. 법 자체가 가지고 있는 애매모호함도 있어요.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는 거요. 하지만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대해서 도대체 어떤 기준을 가진 건지에 대해 답변도 없어요.

이 입법이 다시 보완돼야 되겠지만 그러기 이전이라도 법원에서 좀 더 윤창호 법을 적용하는 기준들을 다른 수사기관(경찰, 검찰)과 같이 협력해서 논의를 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용식 시사직격 윤창호법 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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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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