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2년 만에 컵대회 정상에 오르며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9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GS칼텍스 KIXX를 세트스코어 3-0(25-23, 25-23, 28-26)으로 제압했다. 지난 3월말 이도희 감독의 뒤를 이어 현대건설의 6대 감독으로 부임한 강성형 감독은 감독부임 후 첫 번째 공식대회였던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V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현대건설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센터 양효진이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2득점을 올리며 명불허전의 기량을 과시했고 42.86%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한 '밍키' 황민경도 11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 대회 현대건설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결승전에서 1세트 중반 교체 선수로 들어와 블로킹 3개와 서브득점 1개를 포함해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17득점을 올리며 데뷔 첫 컵대회 MVP에 선정된 정지윤이 그 주인공이다.

고교생 국가대표들 제치고 신인왕 선정
 
 4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정지윤은 국가대표 출신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꺾고 신인왕에 올랐다.

4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정지윤은 국가대표 출신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꺾고 신인왕에 올랐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8년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1,2순위 지명권을 얻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KGC인삼공사는 쾌재를 불렀다. 그 해 드래프트에는 고교 시절부터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포스트 양효진'으로 주목 받던 원곡고의 이주아와 선명여고의 박은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스피드가 좋은 이주아를 지명했고 인삼공사는 높이에 강점이 있는 박은진을 선택했다.

3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GS칼텍스는 대전 용산고의 왼손잡이 공격수 나현수(인삼공사)나 경남여고의 전천후 공격수 정지윤을 지명할 거란 예상을 깨고 선명여고의 살림꾼 박혜민(인삼공사)을 지명했다. 결국 경남여고를 '하드캐리'하던 정지윤은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다른 해였다면 충분히 1, 2순위에 선발될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2018년엔 워낙 거물급 유망주가 많은 해였다.

하지만 정지윤은 거물 유망주들을 모두 제치고 평생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을 차지했다. 2018-2019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김세영의 빈 자리를 차지하며 양효진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정지윤은 신인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200득점을 돌파(210득점)했다. 결국 정지윤은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에 기여한 이주아를 1표 차이로 제치고 신인왕에 선정됐다.

정지윤은 2019-2020 시즌에도 2년 차 징크스 없이 현대건설이 치른 27경기에 모두 출전해 44.04%의 공격성공률로 272득점을 올리며 더욱 향상된 기량을 선보였다. 신인 때 세트당 평균 0.33개에 그치며 약점으로 지적됐던 블로킹에서도 세트당 0.47개로 끌어 올리며 센터로서 더욱 성장한 면모를 보였다. 2019년 185cm의 신장을 가진 정통센터 이다현이 팀에 합류했지만 정지윤의 입지는 오히려 루키 시즌보다 더욱 커졌다.

 프로 2년 차가 된 이다현이 주전급으로 성장한 2020-2021 시즌 정지윤은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윙스파이커로 변신을 단행했다. 실제로 정지윤은 높이를 활용하거나 코트의 빈자리를 노리는 공격보다는 힘과 점프력을 활용한 큰 공격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센터와 날개 공격수를 병행한 정지윤은 지난 시즌 양효진(441점)에 이어 팀 내 토종 공격수 중 두 번째로 많은 397득점을 기록하며 윙스파이커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김연경이 점 찍은 차세대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정지윤은 '배구여제' 김연경으로부터 실력과 잠재력을 인정 받은 유망주다.

정지윤은 '배구여제' 김연경으로부터 실력과 잠재력을 인정 받은 유망주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센터와 윙스파이커를 오간 정지윤은 39.36%의 공격 성공률과 397득점으로 뛰어난 공격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20%에 불과했던 리시브 효율은 합격점을 주기 힘들었다. 물론 이는 비단 정지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창 시절 공격에만 전념하던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오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황연주(현대건설)의 전성기에 버금가는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서브리시브는 토종 공격수들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서브리시브와 수비에서 약점이 비교적 뚜렷했음에도 정지윤은 이재영의 이탈과 강소휘(GS칼텍스)의 부상으로 대표팀의 윙스파이커 자리가 헐거워지면서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됐다. 정지윤은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진 못했지만 대회기간 내내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면서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백업으로 쏠쏠하게 활약, 대한민국의 4강 진출에 기여했다.

올림픽이 끝난 후 '배구여제'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은 대표팀 수석코치였던 강성형 감독에게 정지윤이 가진 잠재력을 언급하며 정지윤을 윙스파이커로 키워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강성형 감독은 이번 컵대회에서 양효진과 이다현,정시영을 센터로 활용하고 정지윤을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는 날개 공격수로 배치했다. 그리고 정지윤은 뛰어난 활약으로 현대건설을 2년 만에 컵대회 정상으로 이끌었다.

정지윤은 29일 GS칼텍스와의 결승전에서 주전이 아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준결승까지 좋은 활약을 펼친 황연주가 흔들리자 강성형 감독은 1세트 중반 황연주의 자리에 정지윤을 투입했다. 그리고 정지윤은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24.39%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면서 43.33%의 성공률로 17득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의 3-0승리를 견인했다. 중앙공격수 출신답게 블로킹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개를 기록했다.

사실 정지윤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25%, 준결승에서는 21.43%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결승에서는 오른쪽 공격수로 활약하며 리시브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V리그에서는 196cm의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합류하기 때문에 정지윤은 왼쪽으로의 이동이 불가피하다. 컵대회 MVP 정지윤은 다가올 V리그에서 서브리시브의 약점을 극복하고 윙스파이커로 변신해 현대건설, 그리고 한국 여자배구의 토종거포로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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