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증세를 보이는 등 몸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디펜딩챔피언을 상대로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미란다는 26일 오후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 7이닝 3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요키시(키움 히어로즈), 원태인 뷰캐넌 백정현(이상 삼성라이온즈)에 이어 올 시즌 5번째로 10승 고지를 밟는 투수가 됐다.

5월 26일 한화전을 시작으로 등판할 때마다 줄곧 6이닝 이상을 버틴 미란다는 이날 NC전까지 무려 11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들쭉날쭉한 투구를 보였지만, 이제는 두산을 이끄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26일 NC를 상대로 7이닝 역투를 펼친 두산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

26일 NC를 상대로 7이닝 역투를 펼친 두산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 ⓒ 두산 베어스


맞춰잡는 피칭, NC 타자들 상대로 순항한 미란다

이날 경기 전까지 141개의 탈삼진으로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외국인 투수만 놓고 봤을 때, 그동안 미란다(26일 경기 전 기준, 9이닝당 11.68개)보다 단일 시즌 9이닝당 탈삼진을 더 많이 잡아낸 선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이날 미란다의 탈삼진 개수는 5개로, 평소보다 적었다. 대신 경기 초반부터 맞춰잡는 피칭으로 NC 타자들을 요리했다. 1회말 선두타자 김기환에게 볼넷을 허용한 이후 세 명의 타자에게 땅볼 2개와 뜬공 1개를 잡아냈다.

2회말 탈삼진 2개를 곁들여 다시 한 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미란다는 3회에 이어 4회까지 단 1개의 피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5회말 2사 이후 박준영의 중전 안타가 나오고 나서야 미란다의 노히트 행진에 마침표가 찍혔다.

여기에 이날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인태의 3루타가 터졌고, 1루에 있던 호세 페르난데스를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한 점을 추가했다. 미란다의 10승이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했다.

구토 증세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미란다, 에이스 자격 입증

5회말이 끝나고 나서 덕아웃으로 향한 미란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갑작스럽게 구토 증세를 보이면서 이상을 느낀 것이었다. 타자들이 1회초와 6회초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하면서 쉴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5회까지 65구를 던지면서 효과적인 피칭을 했던 미란다의 투구수도 이전 이닝보다 훨씬 늘어났다. 특히 1사 이후 김기환과의 승부가 무려 12구까지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최정원이 기습적인 번트 시도로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미란다는 6회말 마지막 타자 나성범을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QS 달성 요건을 충족했다. 

미란다는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곧바로 양의지의 안타와 알테어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홈런 한방이면 동점까지도 연결될 수 있었다. 경기 개시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하면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불펜에서는 투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강진성에게 삼진을 유도해낸 미란다는 한숨을 돌렸고, 금방 안정감을 찾았다. 박준영에게도 삼진을 솎아내면서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두 개를 채운 미란다는 대타로 들어선 윤형준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7이닝을 채웠다. 8회초 4득점으로 빅이닝에 성공한 두산은 7-0으로 달아나면서 쐐기를 박았다.

야수들의 탄탄한 수비와 득점 지원이 있기는 했지만, 역시나 더블헤더 1차전 승리의 일등공신은 미란다였다. 쉽지 않은 낮경기 소화와 100%가 아니었던 몸상태, 변수가 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이겨내면서 스스로 에이스 자격을 입증했다.

미란다의 호투 속에 후반기 첫 연승을 기록하게 된 두산은 5할 승률 복귀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나머지 선발 투수들까지 분전한다면, 두산의 5강 재진입 도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