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을 통해 물이 고여 있게 되면 배를 띄울 거고, 또 사람이 모이면 개발의 요구가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그 지역 야생 생태계는 다 쫓겨나야 되겠죠. 그렇다면 한반도 내에서는 사람 이외에 야생은 들어설 곳이 없어지는 꼴이 됩니다. 서대구 달성습지같은 야생 지역은 야생지역답게 남겨둬야 됩니다.

11년 전인 2010년 8월,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에서 4대강 사업이 가져올 재앙에 대해 이런 고언을 전한 바 있다. 실제 그랬다. 4대강 완공 이후 환경의 역습은 실로 놀랍고 무시무시했다. 4대강으로 인한 야생 생태계 파괴는 대규모 녹조현상이란 부산물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소위 윗선의 외압으로 '불방 사태'란 우여곡절 끝에 방영됐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고도 경고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운하를 강행하기 위해 수심 6m를 고수했고, 운하준비사업을 위해 태스크 포스팀까지 운영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4대강 사업에 쏠린 반대 여론 및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해당 방송은 9.6%(AGB닐슨미디어리서치)란 높은 전국 시청률을 올리기도 했다. 그때까진 몰랐다. 대규모 녹조가 4대강을 뒤덮을지. 그 녹조 속 독성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을 넘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리고 지난 10여년 간 4대강 관련 아이템만 6차례 방송한 <PD수첩>이 <뉴스타파>와 함께 재차 4대강의 오늘을 조명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4대강 10년의 기록, 예고된 죽음' 편을 통해서였다. 혐오스러운 외양만큼이나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녹조로 뒤덮인 4대강의 오늘은 이제 MB와 핵심 인사들의 책임론을 넘어 재자연화를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MBC < PD수첩 > '4대강 10년의 기록, 예고된 죽음' 편.

MBC < PD수첩 > '4대강 10년의 기록, 예고된 죽음' 편. ⓒ MBC

 
4대강의 역습
 
마이크로시스틴은 사실 세계 암 연구기구에서 잠재적 발암물질이라고 이미 지정을 했어요. 잠재적으로 암을 일으킬 수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마이크로시스틴에 계속 노출이 된다면 간질환이 더 심해지고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심할 경우에는 간암까지도 갈 수가 있고요. (이지영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4대강 녹조 속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는 마이크로시스틴. 그 독성은 청산가리보다 100배나 강하다고 하니 세계적인 녹조 독성 전문가이자 관련 논문을 발표한 이 교수의 경고가 한층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미생물전공) 또한 녹조라고 포함된 미생물, 즉 시아노 박테리아(세균)를 이렇게 풀어 설명했다.
 
WH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마이크로시스틴, 시아노톡신(독성물질) 중의 한 일종인데요. 마이크로시스틴LR 같은 경우에는 1ppb로 10억 개 중에 1개만 있어도 우리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성녹조 면적이 1% 늘어나는 경우 간질환 사망률 또한 0.3%가 증가한다는 이 교수의 설명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간과하기 쉽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일 수 있었다. 녹조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를 인간이라고 피할 수 있겠는가. 반면 환경부는 올해 4대강 녹조가 심각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PD수첩> 제작진을 만난 박미자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장의 말은 이랬다.
 
제가 지금 작년하고 올해만 보면 지금 낙동강 구간에서는 최대값이나 이런 걸 보면 좀 좋아지긴 했어요. 그게 좋아졌다고 그래서 제가 심각하지 않다 이렇게 말씀드리긴 어렵고요. 그 부분은 여러 가지 노력들이 가해진 거죠.

실제 제작진이 실행한 실험 결과는 심각했다. 이승준 교수팀에 의뢰한 결과, 환경부가 측정하는 지점인 대구 낙동강 매곡취수장 상류지점의 독성은 0.11ppb. 반면 실제 취수장 앞 독성은 무려 435ppb, 측정치로 무려 3954배나 차이가 났다.

<PD수첩>은 해당 실험에 대해 "실험방법은 EPA, 즉 미국환경청이 승인한 표준방식을 이용"했고, "녹조에 포함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의 총량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이지영 교수는 "2014년에 미국 톨리도 정수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측정됐을 때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측정한 건 3ppb"였다며 "그 당시 원수에서는 한 20ppb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2014년 미국을 경악에 빠뜨리고 오하이오주가 수돗물 금지령을 내렸을 당시 측정값과 비교했을 때 낙동강 녹조 속 독성물질의 총량이 어마어마한 셈이었다. 이밖에 <PD수첩>은 환경부의 측정 지점이 취수장 앞이 아닌 물 흐름이 활발한 상류지점이라거나 세포 개수를 세어 경보를 내리는 과거 방식을 채택 중인 것 또한 지적했다. 이어진 진행자들의 질문에 이날 <PD수첩>이 전하고픈 주제의 핵심이 담겨 있었다.

국민들 속인 환경부?
 
대구시민이 마시는 매곡취수장 상류, 그러니까 환경부가 녹조경보를 위해 실험용 물을 뜬 지점의 이 물은 마이크로시스틴이 0.11ppb입니다. 기준치 1ppb보다 낮아서 그냥 마셔도 인체에 무해한 수준인 거죠. 반면에 하류 7km지점 취수장 바로 앞에서 측정한 이 물은 마이크로시스틴이 435ppb입니다. 환경부가 채수한 지점보다 독성이 무려 3954배나 높은 건데요. 독성 검사 결과가 무척이나 충격적인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전종환 아나운서)
 
환경부가 그동안 낙동강에서 녹조가 적은 지점의 물을 떠서 측정한 후에 마치 녹조의 위험이 없는 것처럼 홍보를 해온 겁니다. 하지만 막상 국민건강에 중요한 취수장에는 위험할 정도의 녹조가 피고 있었습니다. 기준치에 수백 수천 배에 달하는 독성이 있는 지점이 4대강에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국민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그동안 환경부가 국민을 속여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서정문 PD)

더 큰 문제는 이런 낙동강 물이 식수로도 쓰이고, 농업용수로도 쓰인다는 사실이었다. 또 미국 기준에선 '입수 금지', '접근 금지' 수준의 강물에서 시민들이 수상스키도 하고 물고기도 잡는다. 이지영 교수가 "(독성물질이) 에어로졸로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또 이런 사이노박테리아는 점막에 흡착이 돼서 또 자랄 수도 있고"라고 경고한 덴 다 이유가 있었을 터였다.

특히 녹조가 포함된 물로 키운 농작물을 국민들이 먹고 있다는 사실은 경악할 만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16년 12월 <녹조가 포함된 농업용수의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농어촌공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녹조가 농산물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결론을 유지 중이었다. 환경부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일부 해외 연구와는 다른 결론이었다.
 
지금까지 어떤 국내의 전문연구기관에서 조사한 바로는 그런 (녹조 독성이 농작물에 흡수되는) 사례는 저희가 없는 것으로 그렇게 파악을 좀 하고 있습니다. 일부 그런 개연성이 있을 수 있겠지마는 국가연구기관에서 그렇게 정부 결과로서 발표한 것은 없습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장)

질문은 이제 이렇게 심각한 4대강의 상황을 현 정부가 왜 방치하고 있느냐로 귀결된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이 "(문재인 대통령께서) 녹조 발생 우려가 심한 6개 보부터 상시개방에 바로 착수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일부 농민과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보의 수문 개방에 반대하는 주장이 커졌고, 문재인 정부의 실행력도 점차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PD수첩>은 "지루한 갈등 끝에 지난 1월 금강과 영산강 보 5개 처리방안이 발표됐습니다"라며 "보 2개는 완전 해체를 결정했고 해체하지 않더라도 수문을 상시개방해 강물이 흐르게끔 했습니다. 해체로 결정 난 보 인근 농민들과 야당은 보 해체를 격렬히 반대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무관심과 공범들
 
 MBC < PD수첩 > '4대강 10년의 기록, 예고된 죽음' 편.

MBC < PD수첩 > '4대강 10년의 기록, 예고된 죽음' 편. ⓒ MBC

 
그간 시민사회진영에서 4대강 문제의 대안을 제시했왔고, 문재인 정부가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지금까지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에 8개 보가 있는 낙동강의 심각한 수질, 수생태 오염 문제를 시민사회진영에서 밝혀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난 24일 '낙동강·금강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있었다. <PD수첩> '4대강 10년의 기록, 예고된 죽음' 편에서 방영된 실험결과와 함께 부경대 이승준 교수가 총괄한 낙동강‧금강의 독성 마이크로시스틴 현황분석을 발표하는 자리였다(관련 기사 : 낙동강·금강, 미국 레저활동 기준치 수백배 독성 남세균 검출).

이 기자회견 다음 날 환경부는 "먹는 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보도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환경부는 "정수장 조류독소 측정 결과 검출사례가 없으며,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류 경보제 운영 중"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MB 정부 당시 4대강 홍보처 역할을 했던 환경부가 11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4대강은 문제 없다'는 돌림노래를 부르고 있는 셈이다. 

4대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확실히 준 것처럼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24일 방송된 시청률도 수도권 기준 2.3%(닐슨 기준)를 기록했다. 그 무관심 속에 보 해체를 격렬히 반대했던 세력의 목소리가 커갔고, 그에 정비례해 4대강 녹조 속 독성물질 역시 몸집을 불려왔을 것이다.

이들을 키운 것은 현 정부를 믿고 4대강에 대한 무관심을 키운 우리들과 그런 무관심 속에 4대강을 그대로 방치해 온 환경부 및 정부 관료들이 아닐는지. 4대강을 방치한 공범들에 대한 4대강의 역습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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