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축구 실력은 자신감에서 나온다는 것을 현역 군인 축구 선수들이 말해주었다. 물론 그들이 대부분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 소속의 실력자들 중에서 엄선된 자원이기는 하지만 마침 이날 그들에게 또 하나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희소식이 날아들었기에 더 놀라운 축구 실력을 뽐낸 것이다.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월요일 오전에 발표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멤버들 중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김천 상무(GK 구성윤, DF 정승현, 박지수, FW 조규성) 핵심 선수들이 정말로 자신의 실력을 맘껏 자랑했다.

김태완 감독이 이끌고 있는 김천 상무가 23일(월) 오후 7시 30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2 부산 아이파크와의 어웨이 게임을 6-0으로 크게 이기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번 국가대표 팀에 이름을 올린 조규성(1골), 정승현(1골)의 득점 기록도 모자라 골키퍼 구성윤까지 페널티킥을 기막히게 막아내는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것이다.

김천 상무 국가대표들의 '자신감'
 
벤투호, WC 최종예선에 조규성 첫발탁 스트라이커 조규성(김천 상무)이 23일 9월 A매치 기간 치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2경기에 나설 26명의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조규성이 A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6월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조규성.

▲ 벤투호, WC 최종예선에 조규성 첫발탁 스트라이커 조규성(김천 상무)이 23일 9월 A매치 기간 치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2경기에 나설 26명의 선수 명단에 포함됐다. 조규성이 A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6월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조규성. ⓒ 연합뉴스

 
축구 선수들의 실력을 들여다보면 기복이 심하다는 것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연령별 국가대표에 뽑히거나 누구나 부러워하는 A매치, 월드컵, 올림픽 게임 등을 경험하면서 기량이 일취월장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험 몇 번 했다고 자만에 빠지게 되면 망신당하는 일은 그야말로 한순간이라 할 수 있다.

마침 이번 월요일에는 9월 초에 이어지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일정에 나서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명단이 발표됐다. 대부분 이름이 예상대로 나왔지만 일부 선수의 경우 놀랍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1부리그 최고의 팀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4명의 대표 선수를 배출한 팀이 바로 2부리그의 김천 상무여서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현역 군인 신분으로 골키퍼 구성윤부터 센터백 박지수, 정승현 그리고 공격수 조규성에 이르기까지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이 희소식이 전달되고 바로 그날 저녁 부산 구덕운동장으로 김천 상무가 찾아들어갔다. 부산 아이파크와의 어웨이 게임, 박지수는 명단에서 빠졌지만 세 명의 국가대표들은 그대로 스타팅 멤버가 됐고 누구 하나 모자랄 것 없이 놀라운 실력을 뽐내며 보기 드문 대승을 이끌어냈다. 그만큼 축구 선수들의 자신감은 실제 선수 자신의 몸 상태나 그라운드 컨디션, 팀 분위기 그 이상을 뛰어넘는 요인이라는 점을 바로 이들이 입증해낸 셈이다.

이 게임 센터백으로 뛴 정승현은 게임 시작 후 20분 만에 페널티킥 첫 골을 직접 오른발로 차 넣으며 대승의 발판을 놓았다. 미드필더 서진수가 재치있는 방향 전환 드리블로 얻어낸 덕분이기는 하지만 순발력 뛰어난 부산 아이파크 골키퍼 최필수를 가볍게 속이며 가운데로 차 넣는 자신감은 부산의 월요일 밤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정승현은 동료들과 어울려 비에 젖은 그라운드 위를 미끄러지며 마치 그곳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내무반인 것처럼 옆으로 누워 편안하게 미소짓는 골 세리머니까지 즐겼다.

그리고 김천 상무의 쓰리 톱(허용준-박동진-조규성)이 만들어내는 무서운 공격력이 불을 뿜었다. 그중에서도 허용준의 2골 1도움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조규성은 물론 자기 실력도 좀 알아주라고 외치듯 부산 아이파크 수비진을 초토화시킨 것이다.

허용준은 33분에 박동진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고는 역시 동료들과 어울려 아기를 안고 흔드는 세리머니를 즐겼다. 그는 5분 뒤 날카로운 역습 패스를 박동진에게 찔러줘서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3-0 점수판을 만들어냈다.

후반전에도 김천 상무 선수들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는 멈추지 않았다. 60분에 서진수의 기막힌 어시스트 패스를 받은 허용준이 부산 아이파크 센터백 김승우를 완벽하게 흔들며 오른발 강슛을 때려넣었다.

75분에는 허용준이 어시스터 역할을 맡아 박동진의 쐐기골을 도왔다. '서진수-허용준-박동진'으로 이어진 역습 줄기는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이 아니라 웬만한 유럽 클럽 팀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번에 황의조(지롱댕 드 보르도)와 함께 국가대표 공격수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조규성은 후반전 추가 시간에 교체 선수 오현규의 왼쪽 대각선 슛을 부산 아이파크 골키퍼 최필수가 막아내자 가장 빠르게 달려들어 밀어넣기 쐐기골을 성공시켰다. 처음에는 제1부심의 오프 사이드 깃발이 올라갔지만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으로 확인한 결과 온 사이드 포지션이었다는 결정이 나왔다. 

조규성의 자신감은 이 쐐기골 말고도 역습 과정에서 동료들과 어울리는 연계 플레이에서 더 빛났다. 71분, 오른쪽 옆줄 바로 앞에서 부산 아이파크 수비수 황준호를 따돌리는 뒤꿈치 트래핑 기술은 보는 이들 모두를 놀라게 만들 정도였다. 조규성은 57분에 허용준의 오른발 슛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지만 그것이 이어지기까지 오른쪽 측면 역습의 실질적인 출발점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아울러 골키퍼 글러브를 끼고 비가 내리는 구덕 운동장 골문을 무실점으로 지킨 구성윤의 슈퍼 세이브도 여러 차례 빛났다. 게임 시작 후 4분 만에 부산 아이파크의 중심에 선 김진규의 왼발 슛이 날카롭게 뻗어왔지만 구성윤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쳐냈다. 

5분 뒤에도 부산 아이파크 날개 공격수 헤나토의 재치있는 역습 패스를 받은 김정민이 노마크 오른발 강슛을 날렸지만 김천 상무 골문을 지킨 구성윤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내던지며 기막히게 막아냈다. 구성윤의 슈퍼 세이브 실력은 후반전에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85분, 부산 아이파크의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수비수 황준호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는데, 후반전 교체 선수 드로젝이 오른발로 속이며 찬 슛을 구성윤이 쓰러지며 발끝으로 기막히게 막아낸 것이다. 흔히 말하는 역동작에 걸린 꼼짝없이 당하는 골이었지만 구성윤의 시선은 쓰러지면서도 공이 날아오는 방향을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국가대표에 뽑혔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은 그 누구보다 군인 축구 선수들의 실력을 120% 이상 발휘하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조규성은 2개의 슛 기록 모두를 유효슛으로 찍으며 1골을 성공시켰고, 수비수 정승현도 1개의 슛 기록 자체를 페널티킥 골로 완성시켰으며, 골키퍼 구성윤은 부산 아이파크 핵심 선수들이 찬 5개의 유효슛 모두를 완벽하게 막아내 보기 드문 클린 시트 주인공이 됐다.

2021 K리그 2 결과(8월 23일 오후 7시 30분, 부산 구덕운동장)

부산 아이파크 0-6 김천 상무 [득점 : 정승현(20분,PK), 허용준(33분,PK), 박동진(38분), 허용준(60분,도움-서진수), 박동진(75분,도움-허용준), 조규성(90+2분)]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
FW : 헤나토, 김진규(75분↔이태민), 이상헌(63분↔드로젝)
MF : 김정민, 김정현, 에드워즈(60분↔박종우)
DF : 박민규, 황준호, 김승우, 이상준
GK : 최필수

김천 상무 선수들
FW : 허용준(88분↔오현규), 박동진(82분↔정재희), 조규성
MF : 서진수(77분↔박상혁), 정현철, 문지환
DF : 유인수, 정승현, 우주성, 김용환
GK : 구성윤


2021 K리그 2 현재 순위표
1 김천 상무 26게임 47점 13승 8무 5패 39득점 23실점 +16
2 FC 안양 26게임 46점 13승 7무 6패 35득점 26실점 +9
3 대전 하나시티즌 26게임 44점 13승 5무 8패 34득점 31실점 +3
4 전남 드래곤즈 26게임 40점 10승 10무 6패 25득점 20실점 +5
5 경남 FC 26게임 33점 9승 6무 11패 29득점 30실점 -1
6 부산 아이파크 25게임 32점 9승 5무 11패 33득점 40실점 -7
7 충남 아산 FC 26게임 32점 9승 5무 12패 28득점 26실점 +2
8 안산 그리너스 26게임 29점 7승 8무 11패 26득점 35실점 -9
9 서울 이랜드 FC 25게임 25점 5승 10무 10패 23득점 23실점 0
10 부천 FC 1995 26게임 23점 5승 8무 13패 19득점 37실점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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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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