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한화가 잠실 원정에서 이틀 연속 두산을 꺾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며 11-3으로 대승을 거뒀다. 한화는 여전히 9위 KIA 타이거즈에게도 6.5경기 차이로 뒤진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이틀 연속 중위권 진입을 노리는 두산의 발목을 잡으며 후반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32승 3무 55패).

한화는 6이닝을 4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낸 닉 킹험이 시즌 6승째를 따냈고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강재민, 김범수, 정우람 등 필승조 소모 없이 경기를 끝냈다. 타선에서는 하주석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비롯해 3안타4타점을 폭발했고 4번 3루수로 출전한 이 선수가 결승타를 포함해 커리어 2번째 홈런을 터트렸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연일 맹타를 터트리고 있는 김태연이 그 주인공이다.

현역 출신들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한화 김태연이 결승타를 포함해 커리어 2번째 홈런을 터트렸다.

한화 김태연이 결승타를 포함해 커리어 2번째 홈런을 터트렸다. ⓒ 화면 캡쳐

 
지난 2005년에 창단한 경찰야구단은 최형우(KIA), 양의지(NC다이노스)를 비롯해 전준우, 민병헌, 안치홍(이상 롯데 자이언츠), 허경민(두산 베어스) 등 많은 스타 선수들이 거쳐간 팀이다. 하지만 경찰 야구단은 지난 2019년 의무경찰 폐지와 함께 해체되고 말았다. 상무와 함께 많은 선수들이 퓨처스리그에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경찰 야구단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실 경찰 야구단이 해체되기 전에도 상무나 경찰 야구단은 1군이나 퓨처스리그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선수들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군경팀으로 갈 만한 자격조건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선수들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치거나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그나마 사회복무요원은 퇴근 후 개인훈련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현역 입대는 1년 6개월 동안 야구와의 단절을 의미했다. 

하지만 현역 입대가 반드시 '커리어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LG의 중심타자 채은성은 2009년 프로 입단 후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다가 2010년 현역으로 입대해 육군 의장대로 군복무를 마쳤다. 전역 후 꾸준한 노력을 이어간 채은성은 2014년부터 1군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3할 타율과 20개 내외의 홈런, 80개 안팎의 타점을 기대할 수 있는 LG의 핵심 외야수로 성장했다.

무려 13년 만에 '친정' LG로 컴백한 '서교수' 서건창 역시 2008년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가 1년 만에 방출 당한 후 광주 31사단에서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전역 후 테스트를 받은 끝에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서건창은 히어로즈에서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 3개의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그리고 오늘날까지 아무도 이루지 못한 정규리그 200안타를 달성하면서 '인생역전'을 만들었다.

지난 겨울 kt 위즈로 이적해 올 시즌 22경기에서 1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2.28로 쏠쏠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투수 박시영도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선수다. 대한민국 최북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근무한 박시영은 개인정비 시간에 야구선수 출신 미군들과 캐치볼을 하며 감각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다시 말해 선수 각자의 '의지'만 있다면 1년 반의 경력 단절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1523일 만의 홈런 포함 7경기 12안타 폭발
 
 한화 김태연이 결승타를 포함해 커리어 2번째 홈런을 터트렸다.

한화 김태연이 결승타를 포함해 커리어 2번째 홈런을 터트렸다. ⓒ 화면 캡쳐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박효준(피츠버그 파이어리츠)까지 2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하며 새로운 명문으로 떠오른 야탑고 출신의 김태연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전체 59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입단 첫 시즌부터 육성선수로 전환된 김태연은 2017년 퓨처스리그에서 석 달 동안 타율 .309 9홈런 30타점을 기록하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그해 6월 정식선수로 등록돼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6월 21일 넥센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김태연은 첫 타석에서 초구 홈런을 터트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모두를 놀라게 한 데뷔전을 치른 김태연은 이후 11경기에서 거짓말처럼 17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며 .048의 타율로 데뷔 시즌을 마쳤다. 김태연은 2018년에도 24경기에서 타율 .192, 2019년에는 9경기에서 타율 .250을 기록한 후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경기도 파주의 1사단 전차대대에서 군복무를 마친 김태연은 지난 5월 팀에 합류했고 주포지션인 3루뿐 아니라 외야수비도 겸하면서 수베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지난 14일 팀의 주포 노시환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김태연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약 2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김태연은 첫 3경기에서 12타수 9안타 4타점(타율 .750)으로 맹활약하며 노시환의 자리를 확실히 메웠다.

3경기 맹타 후 다시 3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루키 시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던 김태연은 22일 경기의 대활약을 통해 우려를 날려 버렸다. 22일 두산전에서 1회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된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트린 김태연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2017년 프로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트린 후 무려 1523일 만에 터진 프로 데뷔 두 번째 홈런이었다.

올 시즌 7경기에서 타율 .462 12안타 1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1.209를 기록하고 있는 김태연은 노시환이 빠지고 외국인 선수 에르난 페레즈가 부진한 한화 타선에서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포지션만 잘 정리된다면 노시환 복귀 후에도 충분히 한화 타선의 핵심으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세대교체가 시급한 한화에서 만 24세의 젊고 재능 있는 타자가 등장한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