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킥 차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죠..."
(게임 직후 양동현의 IB sports 생중계 인터뷰 내용 중)


2005년부터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축구 선수로 뛴 베테랑 골잡이 양동현이 놀라운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그는 마음을 비웠다. 이 게임까지 프로 통산 334게임을 뛰며 98골을 넣었으니 100번째 골까지 겨우 2골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양동현은 볼에 행운의 키스를 남긴 다음 라스에게 넘겨주었다. 마침 이날은 라스의 만 30살 생일이었다. 그리고 라스는 이 PK 골 덕분에 득점 1위로 올라섰다.

김도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FC가 21일(토)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21 K리그 1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라스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1-0으로 이기고 순위표를 7위에서 3위(34점 9승 7무 9패 34득점 38실점)까지 끌어올리며 이번 시즌 K리그 1 순위 경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놓았다.

페널티킥 얻은 양동현, 동료 '라스'에게 양보

잔디 공사를 시작한 수원종합운동장을 잠시 떠나 연고 도시 라이벌 팀 수원 블루윙즈의 안방 빅 버드를 공유하게 된 수원 FC가 지난 시즌 2부리그(K리그 2)에서 함께 승격한 제주 유나이티드를 다시 한 번 혼내줬다. 2020 시즌 K리그 2에서 세 번 만나 1무 2패(1득점 4실점)로 제주 유나이티드에게 밀렸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 세 번 만나 모두 승리(4월 4일 수원 FC 2-1 승, 5월 8일 수원 FC 3-1 승, 8월 21일 수원 FC 1-0 승)한 것은 놀라운 결과다.

득점왕 경쟁 구도를 이끌고 있는 두 골잡이의 자존심 대결로도 이 게임은 놓칠 수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수원 FC 골잡이 라스가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홈 팀 수원 FC의 후반전 교체 선수 양동현이 64분에 유연한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빠져나가는 것을 제주 유나이티드 수비수 박원재가 걸기 반칙으로 넘어뜨렸다. 이에 고형진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키커로는 라스가 나섰다. 

개인 통산 100번째 골을 코앞에 둔 양동현이 욕심을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라스가 차지하는 팀 역할을 고려하여 흔쾌히 양보한 것이다. 양동현이 키스해준 공을 건네받은 라스는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낮게 깔아 굴려넣었다. 이로써 상대 팀 주장이자 득점 선두에 올라있던 주민규(22게임 13골) 바로 위에 라스(24게임 14골)의 이름이 올라갔다. 

어웨이 팀 제주 유나이티드는 실점 후 제르소(67분), 이정문(80분) 등 공격 자원을 과감하게 교체 선수로 내세웠지만 끝내 수원 FC의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잭슨-김건웅-곽윤호'의 백 3와 맏형 골키퍼 유현이 지키는 수원 FC의 골문은 높게 솟은 수원의 성곽을 떠올릴 정도였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제주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이정문이 곽윤호 앞에서 방향을 바꾸며 공을 몰다가 넘어져 극적인 페널티킥 동점 기회가 찾아올 줄 알았지만 VAR(비디오 판독 심판) 온 필드 리뷰 시스템으로 반칙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수원 FC는 이 짜릿한 승리로 순위표상 꽤 높은 곳까지 올라섰다. 수원 블루윙즈(4위 32득점), 대구 FC(5위 28득점), 포항 스틸러스(6위 25득점)와 승점 34로 똑같지만 팀 전체 득점수(수원 FC 34득점)로 가장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25일(수) 오후 8시 다시 빅 버드에서 수원 블루윙즈를 상대로 흥미로운 더비 매치를 펼치게 된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그보다 하루 전(24일, 화) 오후 8시 강릉으로 가서 강원 FC와 만나야 한다.

2021 K리그 1 결과(8월 21일 오후 8시, 수원 빅 버드)

수원 FC 1-0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라스(66분,PK)]

수원 FC 선수들
FW : 라스, 김승준(46분↔양동현)
MF : 김상원, 이영재, 이기혁(13분↔무릴로/35분↔한승규), 박주호, 조유민(86분↔김주엽)
DF : 잭슨, 김건웅, 곽윤호
GK : 유현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진성욱(67분↔제르소), 주민규, 이동률(16분↔조성준)
MF : 정우재, 이창민, 이동수(80분↔이정문), 김명순(16분↔박원재/80분↔강윤성)
DF : 정운, 김오규, 홍준호
GK : 오승훈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4게임 45점 12승 9무 3패 38득점 26실점 +12
2 전북 현대 23게임 43점 12승 7무 4패 42득점 23실점 +19
3 수원 FC 25게임 34점 9승 7무 9패 34득점 38실점 -4
4 수원 블루윙즈 24게임 34점 9승 7무 8패 32득점 27실점 +5
5 대구 FC 24게임 34점 9승 7무 8패 28득점 29실점 -1
6 포항 스틸러스 23게임 34점 9승 7무 7패 25득점 24실점 +1
7 인천 유나이티드 FC 24게임 33점 9승 6무 9패 27득점 32실점 -5
8 제주 유나이티드 25게임 28점 5승 13무 7패 27득점 30실점 -3
9 강원 FC 24게임 27점 6승 9무 9패 26득점 29실점 -3
10 성남 FC 24게임 26점 6승 8무 10패 21득점 28실점 -7
11 광주 FC 25게임 25점 7승 4무 14패 23득점 31실점 -8
12 FC 서울 23게임 24점 6승 6무 11패 21득점 27실점 -6

2021 K리그 1 득점 랭킹
1 라스(수원 FC) 14골 : 24게임(게임 당 0.58골)
2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 13골 : 22게임(게임 당 0.59골)
3 일류첸코(전북 현대) 11골 : 23게임(게임 당 0.48골)
4 뮬리치(성남 FC) 10골 : 22게임(게임 당 0.45골)
5 한교원(전북 현대) 8골 : 16게임(게임 당 0.5골)
6 이동준(울산 현대) 8골 : 20게임(게임 당 0.4골)
7 임상협(포항 스틸러스) 8골 : 21게임(게임 당 0.38골)
8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FC) 7골 : 13게임(게임 당 0.54골)
9 구스타보(전북 현대) 7골 : 19게임(게임 당 0.37골)
10 송민규(전북 현대) 7골 : 20게임(게임 당 0.35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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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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