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불펜의 핵심, 강재민과 정우람 이 두 명의 투수에게 가중됐던 부담감을 덜어줄 투수가 나타났다.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가 그 주인공이다.

김범수는 21일 오후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2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또한 2019년 9월 16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년여 만의 세이브를 수확했다.

150km를 넘나드는 패스트볼이 일품인 김범수는 이날도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자신감 있게 공을 꽂아 넣었고, 안정감 있는 제구를 바탕으로 리드를 지켰다. 특히 8회말 1사 2, 3루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아 페르난데스와 김재환을 차례로 범타 처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마무리 정우람은 올라오지 않았다. 대신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김범수였다. 선두타자 양석환을 안타로 내보냈지만, 진루타 한 개 없이 나머지 세 명의 타자를 상대로 범타 유도에 성공하면서 본인의 힘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2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좌완 투수 김범수

2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좌완 투수 김범수 ⓒ 한화 이글스


전반기와 완전히 달라진 김범수

2015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할 정도로 프로 입단 당시 많은 기대를 모았던 투수 중 한 명이다. 데뷔 첫해부터 1군 등판 기회를 받는 등 팀에서도 김범수가 하루빨리 1군에서 자리를 잡아 마운드에 큰 힘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김범수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나 제구였다. 강력한 구위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대로 포수 미트에 공을 던지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선발과 불펜을 모두 경험하면서 등판 횟수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제구 난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4월 한 달만 해도 10경기 15.1이닝 1승 3패 2홀드 ERA(평균자책점) 3.52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는데, 5월 이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진한 아쉬움을 남긴 김범수의 전반기 최종 성적은 33경기 45.1이닝 3승 6패 3홀드 ERA 5.76이었다.

시즌이 재개되면서 김범수의 투구는 180도 달라졌다. 21일 두산전 이전까지 6경기에 등판해 6이닝을 소화했고, 1패 3홀드 ERA 1.50으로 안정감을 찾았다. 21일 경기서 1.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이후 후반기 ERA는 1.17까지 낮아졌다.

후반기 들어서 팀 내에서 김범수(7경기)보다 많은 경기에 나선 투수는 한 명도 없다. 그 정도로 불펜 투수 중에서도 궂은일을 도맡았던 김범수가 이제는 필승조로 나서도 전혀 부담이 없는 상황이 됐다.

강재민-정우람 부담 덜어주는 김범수의 호투

사실 전반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한화가 풀어야 할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불펜에 대한 고민도 뚜렷했다. 좌완 마무리 투수 정우람의 구위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뒷문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4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2020년보다도 상태가 더 좋지 않았다.

후반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정우람의 부진이 이어졌다. 3경기에 등판해 2.2이닝 1세이브 ERA 13.50으로, 삼진(2개)보다 4사구(4개) 개수가 더 많다. 순위를 떠나서 승수를 차곡차곡 쌓아가야 했던 한화의 팀 사정을 고려했을 때 마무리 투수의 부진은 다소 뼈아팠다.

21일 두산전에서는 아예 등판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17일 삼성과의 경기를 끝으로 3일간 등판 기록이 없었던 정우람은 9회말을 앞두고 불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베로 감독은 8회 1사부터 마운드를 책임진 김범수에게 끝까지 맡기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우람 없이 2점 차 접전에서 상대에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리드를 지킨 만큼 한화 입장에서는 21일 두산전의 1승이 갖는 의미가 크다. 필승조로 기용할 수 있는 투수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 본다면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덜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김범수의 호투로 한화 불펜에 숨통이 트였다는 것이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흐름 속에서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김범수가 잔여경기에서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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