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한화 이글스가 졸전 끝에 또 무너졌다. 한화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8차전에서 1-9로 패하며 3연패 늪에 빠졌다. 30승 3무 55패(.353)를 기록한 한화는 9위 KIA 타이거즈(35승 3무 44패)와의 승차가 어느덧 7.5게임차이까지 벌어지며 꼴찌 탈출의 희망이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한화의 선발투수 장시환은 자신의 올시즌 최다이닝-최다투구수를 기록하며 6이닝 104구 8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4실점으로 분전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벌써 올시즌 9번째 패배에 자책점은 6.28에 이른다. 댄 스트레일리(롯데)와 함께 시즌 최다패 동률. 그래도 스트레일리는 6승을 챙겼지만 장시환은 올시즌 아직 1승도 없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2020년 9월 27일 대전 NC전부터 개인 11연패 수렁에 빠져있다. 이제는 심수창(은퇴)의 역대 투수 최다인 18연패 기록까지 소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림픽 휴식 이후 재개된 리그에서 한화의 흐름은 대단히 좋지 않다. 9경기에서 1승 3무 5패에 그치고 있다. 17일 삼성전(4-2)전이 유일한 승리였다. 전반기 한때 같은 3약 취급을 받았던 롯데와 KIA가 분발하며 반등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화는 오히려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아쉽다. 전반기 팀을 이끌었던 정은원-하주석-노시환-최재훈 등이 잇달아 슬럼프에 허덕이거나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나마 꾸역꾸역 버텨주던 마운드와 수비마저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물론 지금 한화의 순위와 승률이 그리 놀랄만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대대적인 리빌딩을 선언하며 체질개선에 나선 한화는 올시즌 전력상 일찌감치 최약체로 예상됐다.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고 베테랑을 대거 정리하며 변화에 나섰지만, 당장 결실보다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어려운 길이 될 것임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전반기 순위는 최하위였지만 한화에게는 몇가지 긍정적인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요소도 존재했다. 허술한 수비로 악명높았던 한화는 올시즌 전반기 수비효율 (DER-Defensive Efficiency ratio)에서 선두권에 올랐다. 수베로 감독의 과감한 수비시프트 전략과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맞물린 성과였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한화의 수비가 흔들리고 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10일 광주 KIA전(1-4)부터 실책 3개가 쏟아지며 무너졌다. 2루수 정은원이 2개, 3루수 노시환의 1개의 실책을 범했는데 하필 3개의 실책이 모두 실점으로 이어진 데다 팀내 비중이 큰 주전급 선수들이 저지른 실책이라 팀분위기에 미치는 심리적 타격이 컸다. 특히 노시환의 7회 송구실책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아리랑 송구'로 불리며 뭇매를 맞았다. 사령탑 수베로 감독과 한화의 레전드인 김태균 해설위원도 "안이한 플레이"였다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맥빠진 플레이는 20일 두산전에서도 또 다시 등장했다. 한화 야수는 이날 무언가에 홀린 듯 불안한 수비를 남발했다. 공교롭게도 하주석이 부상으로 빠지자마자 유격수로 투입된 조한민이 실책을 2개나 저질렀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은 그나마 조한민 뿐이었지만 실질적인 수비 내용은 더 나빴다. 한화 야수들이 조금만 까다로운 타구가 나와도 보는 이들이 조마조마할만큼 포구가 불안정했고 송구와 연계플레이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불안한 수비에 멘탈이 흔들린 투수들도 8회 볼넷을 남발하며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수베로 감독은 수비코치 출신답게 부임 이후 수비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타선이 부진한 것은 기복이 있을 수 있다고 해도 수비는 해당되지 않는다. 맥빠진 수비로 내주지 않아도 될 실점을 허용하는 것은 팀의 사기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한화가 지난 10여년간 한 두시즌을 제외하고 줄곧 최하위권에 머물러야 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순위경쟁에서 점점 밀려나고 패배에 익숙해지면서 나타나는 동기부여의 상실, 자신감 하락의 악순환이 경기력에서 집중력 상실로 이어지는 패턴이었다. 이로 인하여 안이한 플레이가 속출할 때마다 한화의 응원가를 빗댄 '행복야구' '행복수비'라는 조롱섞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한화의 경기력은 또다시 암흑기로 되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한화의 리빌딩을 지지하고 있는 팬들은 한화가 당장 성적이 좋아질 것을 기대하거나 야구를 잘해서 응원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으로 밀려서 경기에 질 수는 있어도, 적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모습, 선수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통하여 내일은 더 나아질 수있다는 희망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새 출발을 선언한 첫 시즌, 그것도 아직 시즌의 2/3밖에 도달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행복야구'로 회귀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KBO리그를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로 인하여 선수들의 프로의식이나 존재가치에 대하여 이런저런 의구심이 많아진 요즘이다. 한화 선수들이 진정한 프로라면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으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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