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7월 보름을 이틀 앞둔 금요일 밤 달구벌 하늘에 둥근 달이 떠올라 20번째 '달빛(달구벌-빛고을 줄임말) 더비'를 아름답게 비추었다. 묘하게도 이 더비 매치 전까지 대구 FC와 광주 FC가 실력을 겨룬 결과 7승 5무 7패(29득점 29실점)로 똑같았기에 이번 게임 결과가 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웨이 팀이 이겼다. 실제로 두 도시가 축구 말고도 문화, 교통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상생 협약을 맺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어서 그런지 손님에게 대접이 극진한 편, 올 시즌 벌써 세 번 만난 결과(3월 10일 대구 FC 1-4 광주 FC / 4월 24일 광주 FC 0-1 대구 FC / 8월 20일 대구 FC 1-2 광주 FC) 모두 손님 팀이 이기고 떠났다.

김호영 감독이 이끌고 있는 광주 FC가 20일(금) 오후 7시 30분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2021 K리그1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두 개의 세트 피스를 멋지게 살려서 2-1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어내는 바람에 2연승 휘파람을 불며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20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26라운드 대구FC와 광주FC의 경기에서 광주 여봉훈이 역전 골을 넣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26라운드 대구FC와 광주FC의 경기에서 광주 여봉훈이 역전 골을 넣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주 FC 2골 모두 상대 선수가 어시스트?

이번 달빛 더비 손님 팀 광주 FC는 며칠 전 광복절 밤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1-0으로 이기기 위해 아찔한 옐로 카드를 여러 장 받아야 했기에 핵심 미드필더 김원식과 다재다능한 공격수 헤이스가 바로 이 더비 매치에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했다.

반면에 이 게임 홈 팀 대구 FC는 브라질에서 데려온 왼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 라마스를 처음 스타팅 멤버로 내보내 팀의 간판 선수 세징야에게 몰리는 부담감을 덜어주었다.

기본 배경이 이러하니 이번 게임은 순위표도 한참 위에 있는 대구 FC가 게임 흐름을 휘어잡고 승리 기운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대구 FC의 새 얼굴 라마스가 K리그 데뷔 3게임만에 첫 골을 터뜨릴 기세로 광주 FC 골문을 여러 차례 위협한 것이다. 41분에 세징야가 가슴 트래핑으로 내준 공을 받은 라마스가 왼발 하프 발리 슛을 날린 순간부터 달구벌의 여름밤이 더 뜨거워졌다. 하지만 광주 FC 골키퍼 윤평국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라마스의 슛을 멋지게 쳐냈다.

득점 없이 다시 시작한 후반전 4분도 안 되어 대구 FC의 2321명 홈팬들을 벌떡 일으켜 세우는 첫 골이 나왔다. 정승원이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깔아 찔러준 얼리 크로스를 K리그를 대표하는 멀티 플레이어 김진혁이 기막히게 오른발로 살짝 돌려차 성공시킨 것이다.

그런데 홈 팀 대구 FC의 선취골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1분 뒤에 광주 FC의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보고도 믿기 힘든 동점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으뜸이 날카롭게 왼발로 차 올린 프리킥을 수비하던 대구 FC 오른쪽 풀백 정승원이 머리로 살짝 방향을 바꿨지만 하필이면 그 공이 광주 FC의 어린 날개 공격수 엄지성의 오른발 앞에 떨어지고 말았다. 얼떨결에 엄지성의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슛이 대구 FC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이 동점골 이후 9분만에 또 하나의 세트 피스가 적중했다. 동점골 주인공 엄지성이 왼쪽 구석에서 오른발로 찬 코너킥이 수비에 가담해 있던 세징야의 머리에 맞고 살짝 방향이 바뀌어 반대쪽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슈퍼 서브 여봉훈이 미끄러지며 오른발로 차 넣은 것이다. 공식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지만 9분 간격을 두고 광주 FC가 넣은 두 골이 묘하게도 대구 FC 핵심 선수들의 인정하기 싫은 '어시스트'에 의한 것이었다. 

이렇게 더비 매치의 흐름이 뒤집어지자 홈 팀 벤치에는 불똥이 떨어진 듯 어수선했다. 이병근 감독은 역전골을 내준 뒤 곧바로 베테랑 날개 공격수 이근호를 들여보내며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광주 FC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윤평국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실력 앞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 절정의 순간이 89분이었는데 이번에도 라마스가 왼발 중거리슛을 날려 극장 동점골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윤평국 골키퍼는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팔을 뻗으며 빨려들어갈 듯한 그 공을 기막히게 쳐냈다. 데뷔골 기회이자 팀을 살려내는 동점골 순간이 날아가자 라마스는 대구의 여름밤을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어야 했다.

이처럼 짜릿한 역전승으로 꼴찌에서 벗어나 10위(7승 4무 14패 23득점 31실점)에 오른 광주 FC는 오는 24일(화) 오후 7시 성남 FC(11위)를 빛고을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최근 4게임 연속 패배(3득점 8실점)의 수렁에 빠진 대구 FC는 그 다음 날(25일) 오후 7시 30분 인천 유나이티드 FC(6위)를 만나기 위해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2021 K리그 1 결과(8월 20일 오후 7시 30분, DGB 대구은행파크)

대구 FC 1-2 광주 FC [득점 : 김진혁(49분,도움-정승원) / 엄지성(60분), 여봉훈(69분)]
- 관중 : 2321명

대구 FC 선수들
FW : 에드가, 김진혁
MF : 황순민(56분↔안용우), 라마스, 세징야, 츠바사(80분↔이진용), 정승원(80분↔이상기)
DF : 김우석(70분↔이근호), 정태욱, 조진우
GK : 최영은

광주 FC 선수들
FW : 허율(65분↔김봉진)
AMF : 이민기(56분↔엄원상), 김주공, 엄지성(83분↔이희균)
DMF : 이순민, 이찬동(56분↔여봉훈)
DF : 이으뜸, 이한도, 알렉스, 이지훈
GK : 윤평국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24게임 45점 12승 9무 3패 38득점 26실점 +12
2 전북 현대 22게임 42점 12승 6무 4패 42득점 23실점 +19
3 수원 블루윙즈 24게임 34점 9승 7무 8패 32득점 27실점 +5
4 대구 FC 24게임 34점 9승 7무 8패 28득점 29실점 -1
5 포항 스틸러스 23게임 34점 9승 7무 7패 25득점 24실점 +1
6 인천 유나이티드 FC 24게임 33점 9승 6무 9패 27득점 32실점 -5
7 수원 FC 24게임 31점 8승 7무 9패 33득점 38실점 -5
8 제주 유나이티드 24게임 28점 5승 13무 6패 27득점 29실점 -2
9 강원 FC 24게임 27점 6승 9무 9패 26득점 29실점 -3
10 광주 FC 25게임 25점 7승 4무 14패 23득점 31실점 -8
11 성남 FC 23게임 25점 6승 7무 10패 21득점 28실점 -7
12 FC 서울 23게임 24점 6승 6무 11패 21득점 27실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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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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