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FC서울이 올시즌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은 23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6승 6무 11패, 승점 24점으로 K리그1 12개구단 중 11위에 그치고 있다. 서울은 지난 15일 전북 현대전(2-3)에 이어 18일 제주 유나이티드(0-1)전까지 2연패에 빠져있다.

선두 울산(승점 45)과의 승점차는 어느덧 21점으로 거의 두 배에 가깝고, 상위스플릿의 마지노선인 6위 인천(승점 33)과도 9점이나 벌어져 있어서 이대로라면 지난 시즌에 이어 창단 첫 2년연속 하위스플릿행이라는 굴욕을 당할 수도 있다.

심지어 한 경기를 더 치른 최하위 광주FC(승점 22)와의 격차는 불과 2점으로, 자칫 승강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하며 초유의 강등 위기에 몰렸던 2018년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는 흐름이다. 공교롭게도 광주는 박진섭 서울 감독이 지난 시즌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팀이자, 현 사령탑인 김호영 감독은 지난 시즌 서울에서 수석코치와 감독대행을 맡았던 인물이다. 사실상 '감독 트레이드'가 되어버린 이후 올시즌 두 팀이 동반으로 강등권에서 다시 경쟁하게 된 모양새도 참 아이러니하다.

서울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북-울산 등과 함께 K리그와 아시아 패권을 다투던 강호였다. K리그 우승만 6회, 대한축구협회컵(FA컵) 우승도 2회를 달성했다. 하지만 2016년 마지막 K리그 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우승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서울은 올 시즌을 포함 최근 4시즌간 3번이나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2018시즌에는 11위로 강등권까지 떨어지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위기 끝에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2019시즌에는 3위로 잠시 반등했으나 2020시즌에는 다시 9위에 그치며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했다.

박진섭 감독을 새롭게 영입하며 명가 재건을 노렸던 올시즌에는 초반 6라운드까지 잠시 2위까지 오른 적도 있으나 직후 내리 5연패를 포함해 리그 12경기 무승에 빠지며 추락했다. FA컵에서도 2부리그 팀 서울 이랜드에 덜미를 잡히며 일찌감치 탈락해 자존심을 구겼다. 서울은 지난달 24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21라운드 1-0 승리로 무승 사슬을 끊고 31일 울산 현대와 0-0 무승부, 이달 8일 광주에 1-0 승리로 3경기 무패를 이어가며 잠시 살아나는듯 했지만, 이후 전북과 제주에 또다시 연패하며 하위권 탈출에 제동이 걸렸다.

아직 15경기나 남아 있다고 하지만 상황이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다음 상대가 22일 5위 포항(홈)이고, 25일에는 선두 울산(홈)까지 상위권 팀들을 잇달아 만난다. 두 팀 모두 지난달에 서울에게 발목을 잡혀 승리를 챙기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복수를 위하여 칼을 갈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어 29일에는 바로 지난 경기에 패배를 안겼던 8위 제주를 다시 만난다. 서울은 2019년 이후 이 3팀과의 최근 상대전적에서 모두 열세에 몰려있다. 자칫하면 또다시 연패 장기화에 이어 최하위 추락도 현실화될수 있다.

서울의 부진이 더욱 도드라지는 이유는 사실 선수들의 면면만 보면 도저히 하위권에 있을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정의 한계가 있는 시도민구단인 성남이나 광주에 비하여, 서울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구단이다. 한동안 서울이 명성에 걸맞지 않은 소극적인 투자로 비판받기는 했으나 여론의 비판에 자극을 받았는지 지난해부터는 이적시장에서 다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서울은 지난 시즌 중반 기성용을 10년만에 복귀시킨 것을 비롯하여, 올시즌 초 겨울이적시장에서는 팔로세비치, 나상호, 박정빈 등을 폭풍 영입했다. 여기에 여름엔 브라질 출신 공격수 가브리엘, 10년간 유럽에서 활동했던 공격수 지동원, K리그 경력을 지닌 미드필더 채프만(호주)까지 데려왔다. 박주영, 고요한 등 기존 전력들도 건재하다. 스쿼드의 이름값만 놓고보면 어느 팀에 내놔도 크게 뒤처진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바로 이처럼 실속없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야말로 FC서울의 위기를 초래한 진짜 문제점이었다. 서울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보면 하나같이 이름값은 높지만 정작 제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박주영은 2015년 K리그 복귀때부터 이미 크고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전성기에서 내려온 상태였으며 이제는 어느덧 30대 중반의 노장이 되었다. 기성용도 무릎이 고질적으로 좋지 않아 많은 경기를 소화하기 어렵다.

최근 영입한 지동원은 서울에 입단하기 직전 시즌 잔부상과 주전경쟁에서 밀려 독일 2부리그에서 불과 12경기에 출전해 달랑 1골에 그쳤고 총 출전 시간은 740분에 불과했다. 선수 본인도 입단 당시 몸상태가 아직 정상이 아니라고 고백한 바 있다.

현재 서울에 가장 절실한 것이 공격력 보강이었다. 이번 시즌 서울의 리그 득점은 21골로 성남FC, 광주와 더불어 공동 최하위다. 그런데 지동원은 엄밀히 말해 정통 스트라이커라기보다는 2선 공격수-세컨드 스트라이커에 가깝고 유럽에서도 골못넣는 공격수라는 비판을 들었을 만큼 원래 골결정력이 좋은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장신 공격수 가브리엘은 아직 K리그 적응이 덜된데다가 측면에서 제대로 된 공격지원을 받지못하여 고립되는 장면이 잦았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자연히 사령탑 박진섭 감독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광주에서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데리고도 역동적인 축구로 호평을 받았던 박 감독이지만 서울에서는 좀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휘봉을 잡은 지 반년이 넘었지만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에서 변화가 심하며 확실한 플랜A를 찾지못하고 있다.

하지만 팀성적 부진의 원인을 오롯이 박 감독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서울은 이미 그동안 최용수-황선홍 등 K리그 최고 수준의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팀을 재건하는데 실패한 바 있다. 이것은 팀의 문제가 감독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박진섭 감독은 광주 시절 다채로운 전술운용이 돋보이는 지도자였다. 선수들이 여러 포지션에서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포메이션을 유연하게 운용하는 '시프트 전략'이 박진섭 축구의 핵심이었다. 이런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활동량과 헌신성, 전술이해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베테랑의 비중이 크고 멀티플레이어와 활동량이 뛰어난 선수가 부족한 FC서울은, 박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성에 가깝다.

선수단의 자세도 문제가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감싸안았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전혀 그런 인상을 주지못하고 있다. 매경기 1승이 아쉬운 마당에 경기후 탈진할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선수도 보이지않고, 경기 후반에는 오히려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져서 느슨하고 안이한 플레이가 속출하기 일쑤다.

간판이라는 기성용과 박주영은 과연 선수단의 중심에서 모범이 될수있는 리더십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드는 선수들이다. 기성용은 올시즌 내내 개인사를 둘러싼 각종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으며, 박주영은 팀의 강등 위기에 몰렸던 2018년에는 오히려 SNS를 통하여 감독과 불화를 일으킨 전적까지 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세대교체가 절실한 서울에서 미래를 함께 기약할만한 선수들도 아니다. 어쩌다 몇 경기에서 녹슬지 않은 클래스를 보여줄 때도 있지만, 내구성의 한계로 꾸준히 경기에 나오지도 못하는 선수라면 팀으로서는 애물단지나 마찬가지다.

사실 서울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대대적인 리빌딩과 체질개선이 요구되던 팀이었다. 그러나 일관성없는 팀운영 정책과 비효율적인 투자로 스쿼드는 방만해졌고, 이름값은 높지만 정작 전성기가 지나거나 팀컬러에 맞지 않는 선수들만 득시글거리는 이상한 팀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성적이 좋지 않을 때마다 책임은 오로지 감독들만 뒤집어쓰고 상처입은 채 팀을 떠나야 했다. 이대로라면 서울은 당장 올시즌 성적도 문제지만, 2~3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하위권이 더 익숙한 미래없는 구단으로 전락할수 있다는데 더 큰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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