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최고의 강타자 중 한 명인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은 현재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개점 휴업 중이다. 하지만 트라웃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거나 다음 시즌 팀에서 쫓겨날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 지난 2019년 3월 에인절스와 12년4억2650만 달러 계약을 맺은 트라웃은 만38세가 되는 오는 2030년까지 연 3700만 달러(약432억 원)의 연봉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리그에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선수들 중에는 매일매일 마이너리그 강등이나 방출을 걱정하면서 한 경기, 한 경기를 버텨 나가는 '생계형 선수'들도 적지 않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슬픈 이야기지만 텍사스 레인저스의 트리플A에서 활약하고 있는 'KBO리그 147승 투수' 양현종도 빅리그 재진입에 대한 기약 없이 힘든 마이너리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에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으며 '야구재벌'로 군림하는 스타가 있는 반면에 최저연봉을 받고 마이너리그 강등과 방출을 걱정하며 현역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들도 있다. 지난 1989년에 개봉한 영화 <메이저리그>는 창단 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만년 하위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아직까지도 우승은 하지 못했다)의 꼴찌반란을 다루며 스포츠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다.
 
 북미에서만 49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린 <메이저리그>는 3편까지 제작됐다.

북미에서만 49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린 <메이저리그>는 3편까지 제작됐다. ⓒ 동보흥행(주)

 
톰 크루즈의 라이벌로 불리던 미남 배우의 몰락

지난 1986년 고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한 항공액션 영화 <탑건>은 톰 크루즈라는 꽃미남 배우에게 세계적인 인지도를 안겨다 준 작품이었다. 톰 크루즈는 <탑건> 이후 <칵테일>, <레인맨>, <7월4일생>, <폭풍의 질주>,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미션 임파서블>, <제리 맥과이어> 등에 출연하며 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까지 연기력과 흥행성을 갖춘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군림했다.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걸출한 꽃미남 배우가 등장하기 전까지 할리우드에서 톰 크루즈와 견줄 수 있는 유일한 라이벌로 불리던 미남 배우가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찰리 쉰이었다. 1986년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에서 주인공 크리스 테일러를 연기하며 인지도가 오른 찰리 쉰은 <월 스트리트>, <무인지대>, <영건> 등에 출연하다가 1989년 <메이저리그>의 '와일드씽' 릭 본을 만났다.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공을 던질 수 있지만 시력이 나빠 제구가 되지 않는 강속구 투수를 연기한 찰리 쉰은 빼어난 외모와 반항적인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찰리 쉰은 <메이저리그> 이후 <탑건>의 패러디 영화 <못 말리는 비행사>와 <람보>의 패러디 영화 <못 말리는 람보>를 통해 코미디로 영역을 넓혔다. 물론 <특전대 네이비씰>과 <삼총사> 등 액션 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미남배우의 카리스마도 유지했다.

하지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였던 찰리 쉰은 복잡한 이성관계와 마약, 가정폭력 등 복잡하다 못해 난잡한 사생활로 짧은 전성기를 남기고 빠르게 몰락했다. 실제로 90년대 중반 이후에 출연한 영화들을 보면 흥행 참패한 <메이저리그2> 정도를 제외하면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라고 부를 만한 작품은 거의 없다. 90년대 중반부터는 톰 크루즈와 찰리 쉰을 라이벌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남지 않았다.

찰리 쉰은 2003년 TV드라마 <두 남자와 1/2>을 통해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두 남자의 1/2> 프로듀서와의 불화로 인해 드라마에서 중도 하차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급기야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 번 팬들을 실망시켰다. 찰리 쉰은 2017년 오랜만에 <9/11>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세계적으로 2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잠자는 '생계형 선수'들의 코털 건드린 구단주
 
 <플래툰>에 함께 출연했던 톰 베린저(왼쪽)와 찰리 신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배터리를 이루며 동반 출연했다.

<플래툰>에 함께 출연했던 톰 베린저(왼쪽)와 찰리 신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배터리를 이루며 동반 출연했다. ⓒ 동보흥행(주)

 
클리블랜드는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은 없지만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지역팬들의 사랑을 받은 메이저리그 구단이다. 하지만 구단주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새 구단주가 된 쇼걸 출신의 레이첼 펠프스(마가렛 휘톤 분)는 연고지를 휴양도시 마이애미로 옮기려는 계획을 세운다. 연고지 이전을 위해서는 구단의 1년 수익이 80만 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레이첼은 이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형편없는 선수들을 불러 모아 새로운 팀을 구성한다.

타이어 사업을 하는 소프트볼 출신의 루 브라운(제임스 가몬 분)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혔고 무릎부상으로 3류 선수로 추락한 제이크 테일러(톰 베린저)를 주전 포수로 영입했으며 거만한 성격의 내야수 로저 돈(코빈 번스 분)을 데려 왔다. 이 밖에 형무소에서 막 출소한 릭 본(찰리 쉰 분)과 쿠바에서 망명한 부두교 신자 페드로 세라노(데니스 헤이스버트 분), 오직 발만 빠른 웨일리 헤이즈(웨슬리 스나입스 분) 같은 무명 선수들로 로스터를 채웠다.

팀 해체를 위해 모인 무명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리가 없었지만 '생계형 선수'들이 모인 클리블랜드에게도 승리는 누구 못지 않게 절실했다. 레이첼 구단주의 계획을 알게 된 브라운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선수들은 구단주의 음모를 막기 위해, 그리고 클리블랜드를 지키기 위해 완전히 달라진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그리고 눈이 나빠 슬펐던 강속구 투수 릭 본은 안경을 착용한 후 제구에 눈을 뜨는 기적을 일으킨다).

지구 우승을 놓고 다투는 뉴욕 양키스와의 마지막 일전은 영화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볼거리다. 뛰어난 장타력을 갖고 있지만 떨어지는 변화구에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던 세라노는 처음으로 부두신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동점 홈런을 터트린다.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본은 시속 163km(101마일)의 강속구를 던져 자신에게 강했던 강타자 클린트 헤이우드를 삼구삼진으로 처리한 후 포수 제이크와 기쁨을 나눈다.

<메이저리그>는 아주 잘 만들어진 스포츠 영화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한국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이나 <엽기적인 그녀>처럼 '속편이 나오지 않았어야 할 영화'가 되고 말았다. <메이저리그>는 1편의 인기에 힘입어 1994년 2편이 개봉했지만 전편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다. 톰 베린저와 찰리 쉰, 웨슬리 스나입스 등 주요 배우들이 모두 교체된 3편은 북미에서 350만 달러의 흥행성적 밖에 올리지 못하고 쓸쓸히 잊혔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도루왕이었던 웨슬리 스나입스
 
 <메이저리그>에서는 근육질의 액션스타 웨슬리 스나입스가 호리호리했던 시절을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근육질의 액션스타 웨슬리 스나입스가 호리호리했던 시절을 볼 수 있다. ⓒ 동보흥행(주)

 
<메이저리그>는 <플래툰>에서 크리스 이병과 밥 반스 하사를 연기했던 찰리 쉰과 톰 베린저가 주연을 맡은 영화다. 기본적으로 야구를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플래툰>의 주역들이 출연한다고 해서 <플래툰>의 명장면을 노골적으로 패러디하는 식의 유치하고 뻔한 방식을 사용해 웃음을 만들진 않았다. <메이저리그>에는 <플래툰>의 두 주역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르네 루소는 90년대 <사선에서>, <랜썸>, <아웃브레이크> 등에 출연했고 2010년대에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토르의 어머니 프리가를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메이저리그>는 르네 루소의 영화 데뷔작인데 <메이저리그>에서 르네 루소는 수영선수였던 제이크의 전 여자친구 린 웰스 역을 맡았다.

가진 거라고는 오직 빠른 발 밖에 없는 윌리 헤이즈를 연기한 배우는 9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던 액션스타 웨슬리 스나입스다. 근육질을 자랑하는 웨슬리 스나입스의 전성기 몸을 떠올리면 <메이저리그>에서의 슬림한 몸매가 잘 적응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나입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날렵한 몸매와 폭발적인 스피드의 도루왕을 코믹하게 연기했다. 다만<메이저리그> 이후 인지도가 부쩍 상승하면서 2편에서는 헤이즈 역의 배우가 오마 엡스로 교체됐다. 

로저 돈 역의 배우 코빈 번슨은 찰리 쉰이나 웨슬리 스나입스처럼 화려한 전성기를 보내진 못했지만 60년대 후반부터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는 물론 감독으로서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번슨은 2010년 <러스트>에서 각본·감독·제작·주연, 2011년 <25힐>에서 각본·감독·제작·조연, 2014년 <어쩌다 크리스천>에서는 감독을 맡으며 '종합 영화인'으로 다양한 재능을 발휘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메이저리그 찰리 쉰 톰 베린저 웨슬리 스나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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