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이 우리 시민단체 활동 정보를 일본 공안기관에 넘겼고, 일본 공안기관은 그 정보를 우익단체에 넘겼다는 전직 국정원 해외공작원의 제보가 나왔다. 당시 우리 시민단체는 일본 우익단체로부터 테러를 당하고 살해 위협에까지 노출됐는데 이것이 모두 국정원이 제공한 정보때문이었다는 것. 

지난 10일 MBC < PD수첩 >에서는 '부당거래 – 국정원과 日 극우' 편이 방송되었다. 지난 6월 방송된 '국정원과 하얀 방 고문'에 이은 이날 방송에서는 국정원 정보가 어떻게 일본 우익 단체에 넘어갔는지, 국정원이 지원한 우익 인물들과 그들이 만든 우익 단체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뤘다(관련기사 : "국정원 '하얀 방' 묘사할 때 공황장애, 촬영 중단도").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 PD수첩 > '부당거래 – 국정원과 日 극우' 편을 취재한 장호기 PD와 지난 1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PD수첩>의 한장면

의 한장면 ⓒ MBC

 
다음은 장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10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부당거래 – 국정원과 日 극우' 편을 취재하셨잖아요. 지난 6월 방송된 '국정원과 하얀 방 고문'에 이은 국정원 내부고발 2탄으로 꾸며졌는데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신가요.
"올해 1월에 처음 제보자를 만나서 한 7개월 정도 취재했어요. 긴 취재가 끝나니까 시원하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죠. 내용 파악이 쉽지 않아 고생도 많이 했고 또 사실확인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으로 조심조심 걸어왔던 거 같아요. 제가 작년에 나눔의집(에 대한 문제 제기) 했잖아요. 나눔의집도 사실 위안부와 관련된 문제니까 어떻게 보면 작년부터 위안부 관련된 방송을 네 편한 거죠. 우리나라에서 되게 중요한 위안부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고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들을 제가 할 수 있어서 뜻깊었던 시간이었어요."

- 혹시 지난 방송과 이번 방송을 보고 국정원에서 입장 밝힌 게 있나요?
"저번 방송 이후에도, 이번 방송 이후에도 아무 입장이 없고요. 저희가 공식적으로 질문 보낸 것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돌아왔습니다."

- 이번 방송을 보면, 프롤로그 없이 2015년 독도수호전국연대 최재익씨가 일본 우익들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영상으로 시작을 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뭔가 긴장감과 현장감이 느껴지고 궁금증을 유발할 내용들이어서 그렇기 시작했어요. 시청자들에게 볼만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중요해진 시대이기 때문에 그런 다양한 연출 기법과 영화적인 구성을 제가 공부해서 살짝 적용해 봤습니다."

- 독도수호전국연대 영상을 보고 많이 놀랐어요. PD님은 어떠셨나요.
"너무 깜짝 놀랐죠. 이 영상이 언론에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독도수호전국연대 최재익 의장님 인터뷰할 때 찾은 영상인데 너무 충격받았어요. 뉴스에 보도된 것만 보는 거랑 1인칭 시점으로 찍은 걸 보는 건 완전 다르더라고요."

- 방송에 따르면, 국정원이 일본 공안에게 (우리나라 민간 활동에 관한) 정보를 넘기고 일본 공안은 일본 우익에게 넘긴다고 하더라고요. 국정원이 일본 공안에 정보를 주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은 각국의 정부 기관들이 어느 정도의 협력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일본 정보기관과 협력 관계가 필요하니까요. 원래는 국정원에서 어떤 정보를 주면 그쪽도 우리에 뭔가 주는 형태로 이뤄진다고 하던데, 국정원이 받는 것은 일본에 있는 우리 시민단체 정보 같은 것들이라고 해요. 크게 득이 없는 거래라고 생각하죠, 부당한 거래.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정보고 줘선 안 되는 정보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 자체가 완전 달랐다고 봐요. 이분들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고 또 그게 당연히 일본 우익에 넘어갈 것을 알았는데도 준 거잖아요. 그 대가가 일본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나 또 다른 단체의 정보들뿐이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요."

- 정보를 넘기는 게 관행이라면 이해해야겠지요. 그런데 그 정보를 우익에 넘기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 표명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우리 쪽에도 있잖아요.
"그렇죠. 아마 일본 쪽에서 요청이 있었겠죠. 그럼 우리가 검토해서 '이건 당연히 넘겨선 안 됩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판단이 잘 안 섰던 거 같아요. 국정원이 우리 역사 문제나 일본과의 외교 문제에 있어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 아닌가 해요."

- 방송을 보면, 국정원이 일본 우익 단체를 한국으로 초청해 접대했다는 증언도 나와요. 결국 다 세금으로 하는 거 아닌가요?
"당연히 세금으로 하는 거죠. 공작금 대부분이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일본 우익단체가 한국에 와서 안보관광하고 식사 대접받고 하는 것들 대부분은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거예요. 이 부분이 참 기가 막힐 노릇이죠."

- 접대를 왜 하는 건가요?
"방송에서 살짝 다룬 내용이지만 처음에는 극우라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친한'이라는 개념이었다고요. 북한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는 거죠. 북한에 맞서기 위해 일본에 있는 보수 성향 인사들과 손을 맞잡았던 건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변질된 거죠. 사실 그렇다 해도 그런 일본 인사를 국내에 초청해서 접대했다는 건 좀 따져볼 만한 문제죠. 문제는 그 사람들이 상당히 극우 성향을 띄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와 같은 공작들이 계속해서 이뤄졌다는 거예요."

- 국회는 이 문제를 전혀 몰랐던 걸까요?
"국회는 몰랐을 거 같아요. 직접 이런 공작을 했던 국정원 공작관이 자신의 이익을 다 포기하고 폭로를 해서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니까요. 당사자들 외에는 알 수 없는 거 같았어요. 중요한 건 앞으로죠. 저희가 사실을 공개했으니까 이 사실을 가지고 관계부처나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지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MBC < PD수첩 > '부당거래-국정원과 日극우'의 한 장면.

MBC < PD수첩 > '부당거래-국정원과 日극우'의 한 장면. ⓒ MBC

 
- 방소을 보면, 국가정보관이 지원한 일본 우익 인물들이 사쿠라이 요시코를 중심으로 결집했다고 나오는데요. 그녀가 중심이 돼 만든 단체가 국가기본문제연구소(이하 국기련)고요.   
"사실 저도 국가기본문제연구소라는 이름을 이번에 처음 들었어요. 되게 흥미로운 곳이라고 느꼈는데 알면 알수록 굉장히 거대하고 막강한 힘을 가진 단체였어요. 사쿠라이 요시코는 언론인 출신인데 그분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분이 사실상 아베를 만든 사람이라는 얘기까지 나와요. 현재도 자민당이나 보수 정권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주고 있고  일본의 보수단체들이 혹은 보수 권력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사쿠라이 요시코를 만나서 다시 힘을 얻는다고 해요."

- 한마디로 표현해, 그 단체를 우리 국정원이 키웠다는 거잖아요?
"'키웠다'는 표현에 대해서 국기련이 반대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국정원에서 관련된 고급 정보들을 직간접적으로 제공해주었다는 거예요. 그중 일부는 국정원 혹은 국정원 관련된 시설까지 들어와서 고도로 압축된 북한 관련 정보를 제공받았죠. 그 내용을 다시 일본에 가지고 가서 출연하는 방송이나 책을 통해 전달하고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지? 대단한 사람들이다'라고 평가하는 거죠. 그러면서 급이 다른 단체로 성장하게 됐다고 제보자가 주장했죠."

- 방송을 보면 눈에 띄는 인물이 있더라고요. 국정원 출신 홍형씨인데 현재 이분이 국기련 객원연구원으로 계시더라고요. 
"홍형씨가 북한 관련 고급 정보를 잘 알고 있고 관련된 인사들도 잘 알고 있어서 외부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국기련에서 출연을 제의한 것 같아요. 방송에 자주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객원 연구원이 된 게 아닐까요."

- 홍형씨 말고도 우리나라 사람이 현재 국기련에 소속돼 있나요.
"그 부분까지 제보자가 밝히지는 못했어요. 근데 국정원에서 퇴직한 선배들이라고 표현하시는 거로 봐서는 어딘가에 또 국정원 출신 인사들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볼 수 있죠. 사실 국정원에서 일했던 분들은 본인이 국정원에서 근무했던 사실을 밝히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 논란이 됐던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 발표 당시에도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데요. 
"위안부 합의를 재조사한 TF 보고서에 보면 잘 나와 있어요.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준비를 시작했고, 이병기 국정원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옮기면서 그 일을 계속해서 이어왔다는 게 나와 있고요. 그러다 보니 사실상 국정원 안에 있는 실무자들이 어디서 만나서 어떤 내용을 가지고 회의할 지에 개입하지 않았겠는가 추측해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국정원의 실무자들과 이병기 전 원장 등이 어떤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한일관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입니다. 지금 국정원에서 실무 담당했던 분들은 본인들은 당당하게 회의를 잘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출발선이 틀렸다는 거죠. 그리고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작년부터 위안부 관련 방송을 만들어 왔는데요. 어쨌든 위안부 역사에 있어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방송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아쉬움도 남긴 해요. 어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현재 정부예요. 후원 문제까지 따지면 경기도, 외교부, 여가부, 국회, 청와대 등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근데 책임자들이 너무 일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장호기 PD수첩 일본 극우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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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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