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경기가 잘 안 풀려' 17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9회말 LG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경기가 잘 안 풀린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 고우석 '경기가 잘 안 풀려' 17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9회말 LG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경기가 잘 안 풀린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 연합뉴스

 
고우석이 또 흔들렸다. 믿었던 마무리가 무너진 LG 트윈스는 다잡은 승리를 놓치며 선두 KT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17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맞대결에서 LG와 KT가 5-5로 비기며 양팀 모두 시즌 첫 무승부를 기록했다.

선두경쟁을 펼치고 있는 LG(46승1무34패)는 이날 경기를 잡았다면 KT(48승1무33패)에 반게임 차이로 따라붙을 수 있었다. LG는 김현수의 선제 솔로 홈런, 7회 오지환의 투런 홈런 등으로 7회초까지 5-1로 앞서가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으나 막판 뒷심 부족으로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LG는 5-3으로 앞선 9회말 2점차 리드에서 마무리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복귀한 이후 재개된 리그에서는 두 번째 등판이자 세이브 상황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제구가 흔들리며 두 명의 타자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다행히 황재균을 3구 삼진, 강백호는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시키며 2사까지 잡아내 승리를 지키는 듯했으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놓고 제러드 호잉에게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호잉의 안타는 사실 약간 빗맞은 타구였고, LG 중견수 홍창기가 슬라이딩 캐치로 호잉의 타구를 거의 잡아낼 뻔했으나 글러브에 들어갔던 공이 다시 튀어나오면서 적시타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고우석은 후속 타자 배정대를 외야 뜬 공으로 처리하며 역전패라는 최악의 참사까지는 막았지만, 이미 승리를 날린 뒤였다. 고우석의 올시즌 3번째 블론세이브 기록이었다. 경기 전까지 1점대이던 평균자책점은 2점대(2.03)로 치솟았다.

'올림픽 트라우마' 못 벗어난 모습

LG로서는 1승을 날린 것도 아쉽지만 마무리 고우석이 여전히 올림픽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 더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고우석은 도쿄올림픽 대표팀에서 조상우-오승환과 함게 불펜 전문요원으로 발탁되어 기대를 모았지만 총 4경기에 출전하며 4.1이닝 동안 6피안타 3볼넷 3탈삼진 3실점 평균자책점 6.23으로 부진했다.

특히 지난 4일 도쿄올림픽 일본과의 야구 승자 준결승전에서 2-2로 맞선 팽팽한 8회에 등판했다가 야마다 데쓰토에게 3타점 2루타를 맞아 패전 투수에 이름을 올린 순간이 가장 뼈아팠다. 당시 고우석은 병살플레이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기회에서 수비 때 1루 커버를 들어가다가 베이스를 잘못 밟는 실수를 저지르며 위기를 자초했고 이후 폭투, 고의볼넷, 볼넷으로 만루에 몰린 뒤 싹쓸이 적시타를 내주고 고개를 떨궜다. 경기가 끝난 후 고우석은 한일전 패배의 원흉으로 몰리며 팬들의 엄청난 비난 세례에 시달려야 했다.

대회 2연속 금메달을 노렸던 한국은 일본전 패배를 시작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타며 미국-도미니카전까지 내리 3연패로 노메달에 그쳤다. 고우석은 올림픽 마지막 등판이었던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2회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1이닝 동안 8타자를 상대하며 무실점 투구로 제몫을 다했지만, 이번엔 오승환이 8회에 무너지며 팀이 패배해 고우석의 부활투도 빛이 바랬다. 고우석에게는 이래저래 상처로 남은 올림픽이었다.

고우석은 여전히 올시즌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승 3패 19세이브(3위)로 오승환-김재윤의 뒤를 잇고 있으며 17일 KT전 이전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1.50)과 WHIP(1.07) 등 내용적인 면에서는 더 뛰어났다.

아무리 뛰어난 특급 마무리 투수라도 한 시즌에 3~4번 정도는 부진한 피칭을 보이기 마련이다. 고우석만 특별히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리그 재개 이후 후반기 들어 불과 일주일 사이에 무려 10개의 블론세이브가 쏟아질 만큼 불펜투수들이 컨디션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던 한화의 필승조 정우람과 강재민도 연이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뒷문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NC는 원종현이 이틀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의 활약 아쉬워

NC '술판게이트' 사태로 촉발된 리그 중단에 도쿄 올림픽 휴식기까지 겹치면서 일부 선수들의 경기력과 실전 감각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심지어 올림픽에 출전했던 고우석은 후유증 탓인지 복귀 후 경기에서 구속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팀의 승리를 지켜내야하는 마무리투수에게는 이런 상황도 변명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김원중(롯데)처럼 전반기 블론세이브 1위에 오르고도 후반기에만 4연속 세이브를 달성하며 맹활약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불펜 혹사 논란이 빈번한 프로야구에서 고우석은 비교적 투구이닝과 투구수를 철저히 관리받은 편이기도 했다.

고우석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자신감 회복이 필요해보인다.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17일 경기에서 고우석에게 진짜 아쉬웠던 부분은 호잉에게 맞은 결승타보다도 오히려 앞서 허용한 볼넷 2개였다. 첫 타자인 심우준은 9번 타자, 그 뒤를 이은 송민섭은 공격보다 대수비 전문에 가까운 선수였다. 고우석 정도의 투수라면 반드시 잡아냈어야하는 상대였고, 설사 안타를 내주더라도 정면승부를 하지 못하고 볼넷을 연이어 내준 것은 더 큰 문제였다.

고우석에게 아쉬운 부분은 겉으로 보기에 준수한 기록에 비하여 아직은 뭔가 중요한 승부처에 강한 인상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고우석은 2019 시즌부터 사실상 LG의 풀타임 마무리로 자리잡았지만 정작 순위 경쟁상 중요한 경기나 포스트시즌같은 빅매치에서는 결정적인 고비에서 갑자기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대표에서도 도쿄올림픽 한일전이나 2019 프리미어12 등에 중용되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우석은 강력한 구위에도 불구하고 단조로운 구종, 리드하는 포수에 따라 기복이 심한 경기운영, 타이트한 상황이나 주자가 나갔을 때 갑자기 급격하게 흔들리는 제구력에서 드러나는 멘탈 문제, 부족한 수비 기본기 등은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아직도 마무리가 고우석에게 최선의 보직인지에 대한 의구심의 시선도 적지 않다.

물론 고우석은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한 젊은 선수다. 마무리는 기량만이 아니라 경험치가 중시되는 보직이다. 지난 패배나 부진의 후유증을 빨리 털고 일어나는 것도 마무리투수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고우석이 LG와 국가대표팀에서 모두 진정한 수호신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런 압박감도 극복해낼 수 있어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