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 감독은 오리온을 무려 10여년간 이끌었다.

추일승 감독은 오리온을 무려 10여년간 이끌었다. ⓒ 추일승님 제공


농구인 추일승은 유재학, 전창진과 더불어 국내 프로 농구를 대표하는 명 지도자다. 1999년 상무농구팀( ~2003)을 시작으로, 수원 KT의 전신 부산 KTF 매직윙스(2003~2009), 그리고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2011~2020)에서 감독을 지냈다. 잠깐의 야인생활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령탑으로 지냈다. 각팀에서 최소 5년 이상 감독을 지낸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인정받는 지도자였는지 알 수 있다.

심판들에게 존댓말로 정중히 항의하고, 선수들에게도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 성품 때문에 '코트의 신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자신만의 확실한 농구 철학을 바탕으로 팀 재건, 팀 성적에 모두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며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고 있다.

추일승은 '농구를 정말 사랑하는 남자'로도 통한다. 늘 끊임없이 공부하는 농구인으로 유명한데 농구웹사이트 대표, 방송국 해설위원 외에 실제로 박사 학위도 받은 바 있으며 전술에 관한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농구 외길 인생을 살고 있다.

추일승은 짧은 선수 경력, 비 농구 명문대 졸업 등으로 이른바 비주류 농구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에 추일승은 "세상에는 주류로 평가받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나도 주류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파워 인터뷰에서는 농구인 추일승과 그의 철학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다음은 농구인 추일승과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17일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통해 진행되었다.
 
 추일승 감독은 지난 7월에 미국의 TBT라는 대회에 초청을 받아 잠시 팀을 지휘하기도했다. 전원 미국선수들이었다.

추일승 감독은 지난 7월에 미국의 TBT라는 대회에 초청을 받아 잠시 팀을 지휘하기도했다. 전원 미국선수들이었다. ⓒ 추일승님 제공

 
- 안녕하세요. KBL 대표 장수 지도자로 명성을 떨친 추일승 감독님을 인터뷰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지난해 2월 오리온 감독을 자진 사퇴 하신 후 쉬고 계시지만 그보다 더 어울리는 호칭은 없을 것 같기에, 인터뷰에서도 감독님이라는 호칭을 계속 쓰겠습니다. KBL을 떠나신 지도 1년 6개월 정도가 흐른 것 같은데요. 현재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
반갑습니다. 감독이라는 호칭, 가장 무겁기도 하지만 익숙한 호칭같습니다. 오리온을 떠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네요. 코트를 떠나있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잘 가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나름대로 이것저것하면서 바쁘게 생활했더니 또 이렇게 시간이 가는 것 같습니다. 오리온 감독을 내려놓은 후 대한민국농구협회 산하 경기력향상위원장을 했었고 현재는 협회이사로 있습니다. 평소에는 일주일에 반 정도는 강원도 횡성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숲 가꾸기를 하고 있지요.
 
전에도 그랬듯이 농구와 인연을 끊을 수가 없어 은퇴한 박상오 선수와 더불어 유튜브로 농구 선수와 젊은 지도자, 그리고 매니아 팬 등을 위한 여러가지 농구 백과사전 같은 동영상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박상오 선수가 오리온의 전력분석원으로 떠나고 제작비용 문제도 겹쳐 현재는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이어나가볼 생각입니다."
 
- 오리온을 떠나신 후에도 잠시 감독 생활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7월에 미국의 TBT라는 대회에 초청을 받아 잠시 팀을 지휘한 일이 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굉장히 흥분되더라고요. 미국 선수들과 함께하며 그들만의 문화와 분위기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국내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대회 참가로 미국에 있는 동안 NBA 파이널이 열려 중계도 봤는데, 감흥이 남달라 농구에 대한 동기부여가 많이 됐던 것 같습니다."

- 최근 송교창, 이현중, 여준석, 양홍석 등 한국농구의 미래가 될만한 자원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포워드 농구가 대세로 떠올랐는데요. 감독님이야말로 진작부터 '포워드 농구'를 펼치셨던 대표적 지도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맞습니다. 제가 포워드 농구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선호합니다. 최근 유럽농구가 미국 농구를 위협할 만큼 성장한 배경에는 포워드 중심 전술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농구가 상향 평준화됐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일대일 개인역량에서 미국의 양과 질을 따라가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라인업 전부를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할 수 있는 것이 미국이니까요. 유럽 강팀의 포워드 선수들은 코트 어느 곳에서나 전방위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감독은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이들을 잘 조합해서 전술적으로 퍼즐을 맞춰나가면서 미국 농구를 위협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농구 역시 거론하신 것처럼 송교창, 여준석, 양홍석, 이현중 등 좋은 포워드 자원들이 많아서 가능성이 밝아 보여요."
 
- 오리온 우승 당시 포워드 군단은 정말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러한 구성은 감독님께서 일찌감치 큰 그림을 그리셨던 결과물인가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농구를 펼치려면 세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트 업, 투 맨 게임, 슈팅능력, 이 세 가지를 분명히 해야 위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지요. 당시 김동욱, 문태종, 헤인즈는 그런 조건을 갖춘 선수들이었고 슈팅능력까지 갖춘 이승현이 수비를 끌어내는 스트레치빅맨 역할이 가능해 팀 전술적으로 시너지를 냈던 것 같습니다."
 
 추일승 감독은 선수들과 편안한 소통을 즐긴다.

추일승 감독은 선수들과 편안한 소통을 즐긴다. ⓒ 추일승님 제공

 
- 포워드를 크게 나눴을 때 자신이 적극적으로 게임을 주도하는 에이스형 포워드가 있고, 팀플레이에 최적화된 포워드가 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어떤 유형을 더 선호하시나요?
"질문하신 답은 운영하려는 팀의 인적 구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팀플레이를 좀 더 선호합니다. 팀 플레이가 조직적으로 돌아갈 때 상대 팀에서 수비하기가 훨씬 어렵거든요. 에이스를 키우는 팀은 수비의 대처를 단순화시켜 주는 약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 안드레 에밋같은 경우죠. 팀에 에이스가 있는 것은 분명 행복한 조건이지만 단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에이스가 부상이나 부재시 팀은 위험해 질 수 있지요. 물론 최상은 두 가지 장점이 합쳐진 상황이겠지만요. 방금 답은 뭐가 옳다 그르다를 말씀드린 것이 아닌 개인적인 성향과 선호도를 말씀드린 겁니다."

- '추일승 체제에서는 가드의 역할이 너무 제한적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가드에 대한 기대가 큰 감독 입니다. 감독의 마음을 코트에서 펼쳐주길 원하는 거죠. 저의 가드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함께한 가드는 신기성 선수 정도가 리그 탑 레벨 선수였으며 이현민 선수는 전성기가 좀 지나서 아쉬웠지만 좋은 머리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했지요. 노장인 지금도 코트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고요. 매년 가드를 신인픽 했지만 제 능력이 모자랐던 탓인지 성장이 아쉬웠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포워드 농구를 선호하지만 가드의 역할 역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농구는 밸런스의 스포츠입니다. 어느 한 포지션도 소홀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죠."
 
- 지도하신 선수들 중 베스트5를 한번 구성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
어렵네요.(웃음) 구태여 꼽아야 한다면 신기성, 김동욱, 문태종, 현주엽, 이승현을 선택하겠습니다. 기성이는 함께한 가드 중 단연 탑클래스고, 동욱이, 태종이, 주엽이는 이른바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이죠. 승현이는 거기에 더해 팀플레이도 무척 잘 합니다. 사실 깊이 생각하지 않은 사항이라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무척 고민스러울 것 같습니다."
 
 야인으로 지내는 생활동안에도 추일승의 머릿속에는 농구생각뿐이다.

야인으로 지내는 생활동안에도 추일승의 머릿속에는 농구생각뿐이다. ⓒ 추일승님 제공

 
- 농구에 관한 사랑이 깊으신 만큼 기회가 되신다면 KBL이건, 국가대표팀이건 다시 감독 생활을 하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
다시 감독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코트에 서는 것을 선택하겠습니다. 야인으로 지내는 기간 동안에도 항상 농구 생각뿐이었습니다. '농구 발전을 위해, 농구를 붐업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생각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저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두고두고 곱씹으며 생각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코트에 서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고 제일 맞는 옷이 아닌가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감독님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농구팬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끔 블로그나 브런치 같은 곳에 글을 올리면 팬 분들께서 관심도 보여주시고 격려도 해주시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농구라는 종목을 사랑하시는 만큼 저 역시 너무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 마음 변치 말고 항상 함께 응원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농구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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