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라는 이름의 노래> 스틸컷

<혐오라는 이름의 노래> 스틸컷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1950년대 시작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유럽에서 가장 큰 음악축제 중 하나다. 전쟁의 상흔을 잊고 음악적 교류를 통해 화합을 시도한 이 대회는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대회는 매해 전년도 우승자의 출신지를 개최국으로 삼는다. 2019년, 아이슬란드 대표 밴드로 선발된 밴드 하타리는 이 대회 참석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바로 대회의 개최지가 이스라엘이었기 때문이다.

하타리(Hatari)의 밴드명은 '혐오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을 담는다. 그들은 'hatrid mun sigra'라는 노래를 통해 혐오주의를 비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권력이자 벼슬이며 계층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상대적으로 가난할 수밖에 없는 빈민계층, 그중에서도 난민은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이런 유럽 내의 혐오에 대해 반감을 표하며 아이슬란드 대표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된다. 여느 밴드가 그러하듯 그들 역시 '우리 한번 이런 거 해볼까?'라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작됐다. 강한 콘셉트를 내세웠고, 하나둘 멤버가 모였고, 노래까지 나오니 밴드 결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철저한 계획 속에서 밴드활동을 했다면 이스라엘이 개최지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참석할 일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혐오라는 이름의 노래>는 하타리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참여를 주된 이야기로 삼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으로 인해, 하타리는 콘테스트 참여를 고민한다. 혐오에 대한 혐오를 주장하며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하타리에게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여하는 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아이슬란드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당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이스라엘에서 개최된다는 이유로 정치적인 화두에 올랐다. 마돈나 등 톱스타들의 참석 의사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참가자들의 보이콧을 주장하는 여론이 뜨거웠다. 동시에 예술과 정치는 다른 영역이라며 예술에 정치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반대 여론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타리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생각했을 때 보이콧을 고민한다. 그 고민은 예술과 정치의 관계로 이어진다. 
 
 <혐오라는 이름의 노래> 스틸컷

<혐오라는 이름의 노래> 스틸컷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급한 인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플라톤의 말처럼, 정치는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과 연관되어 있다. 때문에 정치는 모든 국민의 당연한 권리로 여겨진다. 다만 이 권리가 예술가에게는 다른 영역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예술이 지닌 파급력 때문에 이들의 발언 하나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정권에서 국정농단 당시 소신발언으로 인기를 끈 연예인들에게 왜 현 정권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느냐는 목소리가 있었다. 정치적 발언을 한 순간 그 연예인은 특정 사상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인사로 비춰진다. 이는 연예인에게 있어서도 부담이 된다. 하타리는 이런 부담과 직접 마주치기로 결정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탐방하며 직접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이런 하타리의 시도는 연예인이 지닌 발언의 파급력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기 위한 자세라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기념비를 방문하는가 하면 팔레스타인 학자와 가수를 만나며 그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알게 된다. 동시에 이스라엘 내에서도 평화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과 만나면서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그들은 보이콧보다 더 강력한 방법으로 혐오를 혐오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메시지, 하타리가 보여준 선택이 꼭 정답이란 건 아니다. 독일 나치의 선전영화를 만들었던 레니 리펜슈탈 감독처럼 문화와 예술은 독재정권의 선전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울림을 지니고 있는 건 밴드 스스로가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다는 점에 있다. 그들은 올바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주변의 도움을 받았고 확신을 얻고자 이스라엘을 향했다. 밴드는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노래에 담는다. 그 메시지에 설득력을 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예술과 정치 사이의 상관관계와는 별개로 예술가 그리고 연예인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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